[헤럴드광장] 행복한 퇴직 위해 준비해야 할 5가지

2023. 12. 1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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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사회 활동은 단순히 경제적인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삶의 보람과 역할에 대한 만족감을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퇴직 이후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퇴직하면 더 이상 추운 새벽 출근길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날 수 있다. 미뤄둔 집안일을 할 시간이 많아지고 사무실에서 상사에게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원할 때 낮잠을 즐길 수도 있다. 바쁜 일상에 시달린 많은 사람들이 퇴직에 대한 행복한 상상을 할 것이다. 특히 젊은 직장인들 중에서는 조기 퇴직을 의미하는 파이어족(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경제적 독립을 통한 조기 은퇴)을 꿈꾸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막상 퇴직한 이들은 정반대의 반응이다. 필자가 만났던 한 퇴직자는 “퇴직은 철봉에 매달려 있다가 떨어져 멍한 상태가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퇴직자는 “1년을 놀다가 창업 강의 같은 것을 들으러 다녔는데 상실감이 컸다”고 하소연했다. 젊은 시절 막연하게 생각한 퇴직과 실제 눈앞에 닥친 퇴직은 적지 않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지난 5월 통계청이 실시한 경제활동 인구조사에 따르면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그만둔 이유는 권고사직, 명예퇴직, 정리 해고, 사업 부진, 조업 중단 등 비자발적 이유가 75.5%에 이른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비자발적 퇴직 이후에는 예측 불가능성, 정체성 유실, 시간 관리의 실패 등 인지적 공황을 겪게 될 수 있다. 특히 퇴직 이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거부→우울→분노→수용’의 심리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거부’ 단계는 퇴직이 가져올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변화를 부정하려는 단계이다. 긍정적인 측면을 부정하면서 분노나 두려움 같은 내면의 감정을 억누르게 된다. 다음은 ‘우울’ 단계로 직업 역할의 상실에 대해 비애를 느끼고 의기소침해지는 단계이다. 과거를 후회하고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며 우울증에 빠지는 시기이다. ‘분노’ 단계는 주위 사람을 비난하고 몸담은 회사나 조직이 퇴직 과정에서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불평하는 단계이다. 배우자를 포함한 주위 사람들이 은퇴한 자신을 동정하고 심리적으로 지지해 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끝으로 ‘수용’ 단계는 현실을 인식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 퇴직에 맞는 일상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단계이다. 실제로 하나금융그룹이 지난 2020년 5월 전국 퇴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퇴직자 중 65.4%가 퇴직 후유증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26.6%는 현재 진행형이라고 답했다. 이런 퇴직 후유증의 지속 기간이 1~6개월 미만이 28.3%, 6개월에서 1년 미만은 26.3%였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3년 이상이라는 대답이 그다음 19.4%로 많았다. 결국 1년 안에 극복하지 못한다면 3년 이상 계속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퇴직 후유증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 다섯 가지를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첫째, 가족은 퇴직 이후 최고의 친구이다. 사회 활동이 줄어드는 대신 부인이나 자녀 등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오히려 전에 없던 갈등이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특히 평생을 회사에서 보내면서 ‘회사형 인간’으로 살아온 남편이 부하 직원에게 업무를 지시하듯 부인이나 자녀에게 이야기하다 보면 오해와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가족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은퇴 전부터 잔소리가 아닌 대화를 나누는 연습이 필요하다.

둘째, 건강은 무엇보다 중요하며 행복한 노후 생활의 밑바탕이 된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건강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꾸준한 운동과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활발한 노후 생활을 최대한 길게 연장해야 한다.

셋째, 해서 즐거운 사회 활동은 노후를 행복하게 하는 중요한 열쇠이다. 노후의 일은 단순히 경제적인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삶의 보람과 역할에 대한 만족감을 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 일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도 있다.

넷째, 자신에게 맞는 취미와 여가 활동은 노후를 풍요롭게 만든다. 노후에는 의무적인 일에서 벗어나면서 여가 시간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풍부하게 주어진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큰 과제가 되고 있다. 이 시간의 대부분을 텔레비전 앞에서 허비한다면 노후 생활은 지루해질 수밖에 없다. 적절한 여가 활동은 건강을 증진시켜주며 삶의 질과 생활의 만족감을 증대시켜 준다.

끝으로 다섯 번째는 부와 소득이다. 퇴직 이후 삶을 즐기기 위해서는 적절한 생활 자금을 미리 만들어 두어야 한다. 이때 생활 자금은 부동산이나 거액의 목돈보다는 매월 얼마씩이라도 일정하게 받을 수 있는 현금흐름(Cash Flow)이 유용하다. 부동산이나 거액의 목돈은 바로 현금화하기 불편할 뿐 아니라 관리의 어려움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경영학(연금금융) 박사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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