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들 열에 아홉은 쓴다는 ‘안경’은 어떻게 맞출까 [강홍민의 굿잡]

2023. 12. 1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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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무 안경사(브리즘 판교점 점장)

의사, 변호사, 변리사, 노무사···이 직업의 공통점은 국가에서 주관하는 시험에 합격해야 할 수 있는 직업이다. 이 같은 전문직의 특징은 한 분야에 고도한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가로 일정기간의 교육을 거쳐야 한다. 무엇보다 면허(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등용문을 넘어서야 비로소 타이틀을 가질 수 있는 직업이다.

전문직 중에서는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직업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안경사다. 안경사는 안경광학과를 졸업자(졸업예정)만이 안경사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라는 말이 있듯 인간에게 눈은 무엇보다 소중한 신체 부위 중 하나다. 흐릿한 시야를 맑게 보여주는 직업, 안경사를 만났다. 인공지능 기술로 고객의 얼굴형을 측정, 3D 프린트로 안경테를 제작하는 브리즘 판교점 임병무 점장을 만나 안경사의 세계를 들어봤다.  

임병무 안경사(브리즘 판교점 점장)



안경사로의 경력은 어떻게 되세요. 
“대학을 졸업하고 2013년부터 안경사로 시작했으니 올해 10년차네요.” 

안경사는 관련 전공을 해야 한다고 들었어요. 
“맞습니다. 안경사는 안경사 국가고시를 통과해 면허를 취득해야 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시험에 응시하려면 대학에서 안경광학과를 졸업해야 응시자격이 주어지고요. 시험은 일 년에 한 번 치러지고, 합격률은 평균 70% 선입니다.” 

*시행기관 : 한국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
 합격기준 : 100점 중 60점 이상 
 시험유형 : 필기(시광학이론/의료관계법규·시광학응용), 실기 


학창시절부터 안경사가 꿈이었나요. 
“꿈이었다기보다 부모님께서 추천을 하셨어요. 주변에 안경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그 분들을 보고 추천을 하셨던 것 같아요. 안경사가 전문직종이기도 하고, 당시 제가 봤을 때도 괜찮을 것 같아 도전하게 됐죠.” 

보통 안경사 면허를 취득하게 되면 어디로 취업하나요. 
“보통 안경원이나 안과, 렌즈회사(숍)로 취업합니다. 안과나 안경원의 경우 시력검사가 주업무인 반면, 안경회사는 안경사의 역할보다 영업, 교육 등 회사에 필요한 직무로 취업하게 됩니다.” 

 

 “안경원도 新기술 도입···인공지능으로 얼굴형 측정, 3D 프린트로 안경테 제작”

브리즘과 같은 안경원에서 안경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안경, 렌즈를 맞추러 오는 고객들의 시력 검사를 비롯해 어울리는 안경테를 제안하기도 하죠. 브리즘의 경우 고객의 얼굴을 3D로 측정해 데이터화하고 잘 맞는 상태로 안경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AI기술을 활용해 고객 얼굴의 유형 등을 파악해 크기와 어울리는 디자인을 추천하기도 하죠.” 

기성품이 아니라 각 고객이 의뢰한 제품을 자체 제작하는 건가요. 
“그렇죠. 3D 프린트과 레이저 커팅을 통해 제작되는데, 보통 측정 이후 2주 정도 제작기간이 소요됩니다.” 

안과나 안경원에서 시력측정 시 활용되는 시력표는 국내 기준인가요. 
“시력표는 전세계 공통된 기준을 사용하고 있어요. 글자의 크기, 모형 등 분각을 기준으로 읽을 수 있느냐를 판단하는 게 시력표인데 최근에는 요즘에는 화면에서 한 줄로 보여지는 걸로 바뀌기도 했죠.” 

시력측정기계로도 시력을 측정하고 보완시력 값을 만들잖아요. 그런 부분도 전문성이 갖춰져야 할 수 있는 거겠죠. 
“보통 큰 풍선으로 기억하실 텐데, 고객의 눈에 대략적인 값을 빠르게 결과를 얻는 목적이에요. 눈에 빛을 전달해 눈 안쪽 망막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시간과 양을 환산해 수치로 표기해줍니다. 안경사는 고객의 눈에 맞는 수치를 대입해 시력을 확인·조정하는 거죠.” 



안경사는 눈의 특성을 잘 알아야겠군요. 
“그렇죠. 눈이 근시인지, 난시인지를 구분했을 때 어떤 방향으로 교정을 할지 구분을 할 수 있어야 해요. 그 안에서 구체적으로 근시성 난시인지, 원시성 난시인지 등등을 판단해 교정하게 되니까 눈의 구조나 원리, 시력교정방법 등을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시력 교정 값은 정해져 있는 건가요. 아니면 안경사마다 교정 방식이 다른가요. 
“방식은 비슷합니다. 보통 시력 교정을 할 땐 0.25 D(디옵터·렌즈의 굴절력(refractive power)을 나타내는 단위로 렌즈의 초점거리를 미터로 표시한 수의 역수)단위로 교정하게 되는데, 안경사들은 기본적으로 시력 1.0을 목표로 교정합니다. 물론 1.5나 2.0까지 교정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눈의 피로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 이상적인 값을 1.0으로 설정을 한 거죠.”

 

 “정·재계 인사 안경 제작하기도···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하는 안경테 주문
거북이 등껍질, 다이아몬드 등 고가 소재 활용해 안경테 제작”


지난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이 떡볶이, 튀김을 먹고 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안경을 착용했다. (오른쪽부터)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윤 대통령,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재원 SK수석부회장(연합뉴스)



경력을 보니 국회의원이나 재벌가의 안경을 전문으로 제작했다고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안경원에서만 경력을 쌓았는데, 최저가·최고가를 다루는 안경원에 모두 근무했었어요. 최고가 안경원의 경우 한 30년 정도 된 곳이었는데, 전직 대통령부터 대기업 가족 등 정·재계 인사들이 단골로 찾는 곳이었어요.” 

정재계 인사들은 안경을 맞출 때 뭔가 좀 다른가요. 
“크게 다를 건 없었어요. 직접 매장으로 방문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 비서들이 시력을 적은 데이터를 가지고 오시면 몇 개의 안경테로 제작해 보내드렸어요.”

최고가 안경은 대략 가격이 어느 정도인가요.  
“거북이 등껍질이나 물소 뿔, 다이아몬드로 안경테를 만들다 보니 시중 제품에 비해 고가인데요. 50만원에서부터 수천 만 원까지 하는 제품도 있어요.(웃음)” 

안경점에 근무하는 분들은 모두 안경사인가요. 
“그렇죠. 안경사 면허를 취득해야 안경원에서 종사가 가능하거든요. 물론 아르바이트를 쓸 수도 있겠지만 효율성 대비 알바를 쓸 이유가 없어요. 더군다나 시력검사, 상담, 안경렌즈를 끼고 빼는 행위는 오로지 안경사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안경사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오전에 매장 문을 열면 수시로 방문하는 고객들을 응대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매장에 오는 분들도 다양해요. 안경이 잘 안보여서 세척을 요청하시거나 수평을 맞춰달라는 분도 있고요. 그리고 안경을 맞추러 오는 고객들은 시력 측정부터 안경테를 고르는 일도 도와드리죠. 고객의 요구에 맞게 잘 응대해야 하는 게 안경사의 역할이에요. 브리즘의 경우 100% 예약제라 예약고객을 우선으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예전과 달리 안경원에서도 AI 기술을 도입한 서비스가 늘고 있다고 들었어요. 
“요즘엔 고객의 얼굴을 AI로 측정해 딱 맞는 안경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기성품의 경우 콧대나 얼굴 간격 등 사람마다 다르거든요. 각기 다른 얼굴형에 맞게 인공지능으로 측정한 다음 안경테 제작에 들어가는 서비스예요. 사실 안경은 잠자리에 들 때를 제외하고 늘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이잖아요. 꼭 맞는 프레임을 착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선글라스, 콘텍트렌즈 등 구입유통경로가 바뀌어 동네 안경원이 줄어들어···
안경원 서비스도 점차 새로운 기술&서비스 도입 고민 중“


최근 들어 동네 안경원을 많이 찾아볼 수가 없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안경소비가 줄었다기보다 유통채널의 변화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해요. 예전에는 선글라스나 콘텍트렌즈도 안경원에서 구입을 했다면 요즘에는 렌즈숍이나 인터넷으로 구입을 많이 하거든요. 홈쇼핑이나 백화점에서도 안경점의 역할을 하다 보니 일반 안경점의 방문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죠.”  

안경사로서 꼭 갖춰야 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안경사는 면허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그리고 늘 고객과 소통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말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사람을 대하는 게 불편하지 않아야 하죠. 최근에는 AI 기술과 3D 프린트로 안경을 제작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에도 관심이 있으면 도움이 됩니다.”

이 직업의 매력은 뭔가요. 
“일반적인 장점이라면 안경원은 면허를 가진 안경사가 1인 1업소를 개설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늘 만나는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요. 잘 보이고, 잘 어울리는 안경을 맞춘 고객들이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 기분이 좋아지죠.” 

반대로 단점은 뭔가요. 
“음···대부분의 안경점은 작은 규모의 자영업자 사장님들이 많아요. 사회초년생의 경우 안경사 면허를 취득하고 안경점에 취업했을 때 각자 신입 안경사를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요. 그래서 안경사로서의 역할을 잘하는 것보다 다른 부분이 부각돼야 할 수도 있어요. 일반적인 회사처럼 취업하고 스펙을 쌓아가며 경력을 늘리는 구조는 아닌 거죠. 그리고 5인 미만 사업장이 많아 법적 테두리에서도 벗어나는 경우도 있고요.” 

연봉은 어떤가요. 
“자영업자의 경우 천차만별이에요. 안경사를 몇 명을 고용하느냐, 규모는 어느정도냐에 따라 다 다르죠.” 

*2019년 기준 안경사의 연봉은 하위 2900만원 상위 4100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직업병이 있나요. 
“늘 주변인들의 안경을 보죠. 쓰고 있는 안경 렌즈만 봐도 시력이 어느 정도 될지 판단할 수 있어요.” 

이 직업의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흔히들 안경시장은 레드오션이라고 해요. 인구대비 안경원 수도 많고, 기존 안경원에서 판매되던 선글라스와 콘텍트렌즈 등이 다른 유통채널로 넘어가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가능성은 아직 있다고 생각해요. 고령화로 인해 노안 인구는 증가됐는데, 적합한 렌즈의 보급률을 적어요. 그리고 어린이들의 근시화도 글로벌 이슈로 대두되고 있죠.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접근한다면 충분히 긍정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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