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수천장씩…" K팝 '앨범깡'으로 인한 환경오염, 이대로 괜찮을까 [TEN스타필드]

윤준호 2023. 12. 1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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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윤준호 기자]


《윤준호의 불쏘시개》

연예계 전반의 이슈에 대해 파헤쳐 봅니다. 논란과 이슈의 원인은 무엇인지, 엔터 업계의 목소리는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K팝 팬들의 '앨범깡' 문화가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앨범깡 문화는 엔터사들이 앨범에 포토 카드, 팬 미팅 응모권 등을 끼워 팔면서 시작됐다. 개인이 소화하지 못한 수십, 수백장의 실물 앨범은 쓰레기가 됐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온실 가스 배출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하겠다는 엔터사들의 외침은 공염불이 되고 있다. 

12일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실이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연예기획사가 앨범 제작에 사용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2017년 55.8t에서 지난해 801.5t이 돼 약 14배로 늘었다. 앨범의 커버 등이 상당 부분 종이로 만들어진다는 걸 고려하면, 실제로는 수백만장의 앨범 판매가 더 많은 환경오염을 야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물 앨범은 주 소재가 플라스틱이다. 생산부터 소각, 재활용 과정까지 온실가스가 나온다. 앨범 존재 자체가 환경을 해치는 상황이다. 생산 주체인 엔터사들의 환경 부담금 또한 기준에 못 미친다. 2018~2021년 실물 음반 관련 '이피아르 분담금'은 모두 1억538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피아르'는 생산자에게 의무적으로 제품의 일정량 이상을 재활용하도록 하되, 생산자가 직접 제품을 재활용하기 어려울 경우 제품의 회수·재활용에 드는 비용 일부를 부과하는 제도다. 환경부에서 부과하는 폐기물 부담금을 합쳐도 3억4000만원 정도다. 해당 '쓰레기 세'는 환경부가 지정한 국내 엔터사 7곳이 부담했다.

K팝 업계에서도 '환경 오염'에 대해 인식하고 있다. 국내 대형 엔터사들은 지난해 내놓은 ESG(환경 Environmental·사회 Social·지배구조 Governance) 경영과 관련이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송민호와 블랙핑크 등은 최근 친환경 소재 앨범과 굿즈 등을 제작했다. 가수 청하는 정규 1집 '케렌시아' 앨범 제작에 재생 종이를 사용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 6월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최초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을 이어가며 2022년 한 해 동안 사용한 전력량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했고 그 결과 온실가스 688tCO₂eq(이산화탄소 환산톤)를 감축했다고 알렸다. 또 매년 국제 연안 정화의 날을 기념해 환경 캠페인(LOVE EARTH CHALLENGE)을 전개 중이다. 지난해 바다를 지키기 위한 캠페인에 7447회의 참여를 이끌었고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구축해 탄소 배출 감축 목표도 수립할 계획이다.

다만, 엔터사들의 친환경 경영이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이란 목소리도 있다. 애당초 K팝 팬들은 앨범을 소유 목적으로 구매하지 않는다. 이 같은 문화가 생긴 것은 포토 카드, 팬 사인회 응모권을 얻기 위해서다. 포토 카드는 앨범마다 무작위로 들어있다. 팬들은 좋아하는 멤버가 나올 때까지 앨범을 구매한다. 팬 사인회 응모권은 앨범 한 장당 보통 한 장씩 제공된다. 인기 아이돌의 팬 사인회를 가기 위해서는 평균 100장의 응모권이 필요하다.

실물 앨범 판매는 기획사에 상당한 수익을 안겨준다. 하이브는 올해 매출 2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누적 연결기준 음원·음반 매출은 6943억원(44.2%)이다. JYP와 SM은 각각 총매출액 1180억4779만원, 2039억865만원 중 음반‧음원 판매로 519억2201만원, 596억7021만원의 수익을 냈다. YG는 총매출액의 32.53%에 해당하는 512억3896만원을 기록했다. 엔터사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한 실물 앨범 판매를 한 번에 중단하거나 제작 구조 변화를 주기 어렵다.

한 K팝 업계 관계자는 "실물 앨범이 돈이 된다. 기획사의 입장에서 실물 앨범 판매를 포기하기 어렵다. 친환경 소재 사용 역시 대형 엔터사의 경우에만 현실 가능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실질적인 대책은 정부나 관련 부처에서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관련 제도는 부실하다. 여기에 관련 부처의 태도 역시 아쉽다.

환경부담금 지정 엔터사는 매년 다르다. 기준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JYP 같은 대형 기획사는 명단에서 제외됐다. 환경부는 '대형 기획사임에도 부과 대상에서 빠진 업체가 존재하는 이유'를 묻는 우 의원실 질의에 "폐기물 부담금의 경우 음반 제조업자 상위 17곳을 대상으로 조사 중이며, 이 가운데 11곳은 폐기물 부담금을 부과했고 나머지 6곳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환경부는 관련 질의가 이어지자 하이브와 제이와이피에 대한 2021년도 폐기물 부담금을 지난 11일 갑작스럽게 부과했다.

또한 '앨범 과대포장을 방지하고 부과금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계획'에 대한 물음에는 "플라스틱 제품 및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군을 포괄적으로 규제할 뿐 별도로 개선을 논의한 바 없다"고 답했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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