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조’ 역대 최대 규모 자동차선, 현대·기아 매출까지 훅↑

이다원 2023. 12. 1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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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워치
‘2.5조 투입’ 최대 규모 자동차선 계약 늘려
해운사업 수익성 둔화해도…투자 지속
‘한 집안’ 현대차·기아 수출 호조 영향
新 車운반선, 계열사 매출 집중…수익성 극대화
향후 ‘고수익’ 글로벌 완성차 물량에도 투입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현대글로비스가 완성차를 수송하는 자동차 운반선을 확충하며 해운 사업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 자동차선을 계약한 현대글로비스는 ‘한 집안’인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의 늘어난 수출 물량을 소화하며 글로벌 완성차 시장 공략을 지원할 전망이다. 수익성을 잡은 현대글로비스는 여기에 비계열사 매출까지 더해 자동차 해상 수송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글로비스 자동차운반선.(사진=현대글로비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086280)는 최근 HMM과 손잡고 글로벌 컨테이너선 기업 ‘시스팬’(Seaspan)과 최대 10척의 자동차 운반선(PCTC) 계약을 체결했다.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엔진 자동차선 6척과 옵션 4척 등으로 구성됐다.

현대글로비스가 계약한 선박은 한 척이 총 1만800대의 차량(소형차 기준)을 실어나를 수 있는 ‘초대형’ 자동차선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글로비스는 선박을 인도받는 대로 장기 용선(선박 대여)에 돌입해 해상 운송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앞서 현대글로비스는 해상 운송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총 2조4922억원을 신규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NG 이중연료 자동차선을 총 12척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오는 2027년 9월까지 신규 자동차선을 인도받아 최대 20년 용선하게 된다.

또한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1일 SM그룹 산하 대한해운과 맺었던 480억원 규모의 자동차 운반선 장기대선계약도 연장했다. 지난 2015년 맺은 자동차 운반선 대선계약의 연장선상으로, 양사가 모두 안정적으로 선박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자동차 해상 수송을 비롯한 해상 운송 사업은 현대글로비스의 주요 사업 중 하나다. 전체 매출 내 비중은 16% 안팎이지만 영업이익에서는 20% 수준을 차지한다. 수익성 개선세도 꾸준했으며 계열사·비계열사 구분 없이 고객사를 늘리며 성장 흐름을 이어 왔다.

하지만 올해 현대글로비스 해운 사업은 수익성 둔화를 피하지 못했다. 지난 3분기 현대글로비스 해운 사업 매출은 1조363억원, 영업이익은 5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7%, 54.1% 감소했다. 이 중 완성차 해상운송 매출은 7681억원으로 12.7% 줄어들었다. 영업이익률도 지난 1분기 10.5%대에서 3분기 5%대로 낮아진 상태다.

계속되는 해상운임 하락에 완성차 업황 둔화까지 겹친 영향이다. 폭스바겐 등 비계열 고객사가 몰린 유럽 시장에서 수출 물량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에서 직접 차를 생산하거나 생산 물량 자체를 줄인 탓이다.

이에 지난 3분기 현대글로비스 자동차 해상 운송 사업 내 비계열사 매출 비중은 절반 밑으로 떨어지며 60% 안팎이던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크게 줄었다. 체선(선박 대기 상태) 상황이 잦아져 정박료 등 비용까지 늘어 매출·수익성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현대글로비스가 용선 대수를 늘리며 해운사업에 집중하는 이유는 계열사 내 매출이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 자동차 해운 수송 매출 내 계열사(현대차·기아) 비중은 올해 3분기 53% 수준으로 추산된다. 현대차·기아의 수출 물량이 많이 늘어난 덕이다. 올해 현대차·기아의 1~10월 합산 완성차 수출 대수는 총 181만2198대로 연내 200만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완성차 선적 물량 자체도 두자릿수 이상 늘었지만 현대글로비스가 운용할 수 있는 자동차 운반선 대수는 전년과 같은 82척에 머물렀다. 최소 2~3년 단위로 장기 계약을 맺는 해운 특성상 계열사·비계열사 구분 없이 자동차 운반선을 수익에 따라 자유롭게 운용하기 어려운 점이 영향을 미쳤다.

현대글로비스 CI. (사진=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는 우선 자동차 운반선을 추가로 확보해 계열사 완성차 해운 매출 물량을 소화할 방침이다. 이르면 올해 말부터 선박 1척을 투입하고, 내년에는 8척을 더해 현대차·기아 등 계열사와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장기계약 물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기존 계약에 대한 해상운임 단가도 정상화해 수익성을 고도화한다. 자동차 수출 물량이 늘어난 현재 상황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현대글로비스는 이를 재협상을 통해 인상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 기업설명회에서 글로벌 완성차 고객사와 4분기 해외 자동차 해상 수송 운임을 재협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현대차·기아 등 국내에서 해외로 운송할 물량에 대한 운임도 이르면 내년 초부터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조만간 인도받을 LNG 이중연료 선박 일부는 수익성 높은 계열사 및 비계열사 물량에 적극 투입한다. 추가 확보한 선복을 글로벌 완성차 화물에 집중 투입해 향후 정상화할 비계열사 물량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증권가 등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완성차 브랜드의 해운 수요가 높아지는 점을 노려 관련 물량에 선박을 추가 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규복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는 “해운사업, 특히 자동차선 사업의 수익성을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가 저희 경영진의 숙제라고 생각한다”며 “현대차·기아의 늘어나는 수출 물량과 고수익 글로벌 완성차 물량을 소화 가능하게끔 지속적으로 선박을 확대해 나가며 안정적인 수익성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다원 (da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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