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사용료 비싸" 한국 떠난 트위치, '빈틈' 노리는 네이버
트위치 "10배 비싼 비용" 토로하며 2024년 2월 한국철수 결정
네이버 게임스트리밍 서비스 런칭 예정, '젊은 이용자' 확보 노력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게임을 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게임스트리밍 업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대표적인 게임스트리밍 서비스로 자리매김한 트위치가 국내 철수를 선언하고 네이버가 게임스트리밍 업계 진출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트위치 한국 떠나는 이유는?
트위치는 지난 6일 공지사항을 통해 오는 2월26일부터 한국 사업 운영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트위치 접속이 세계 4위에 달할 정도로 주요 서비스 국가인데 이례적으로 철수를 선언한 것이다.
원인은 '망사용료'다. 댄 클랜시 트위치 CEO는 “한국에서 트위치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심각한 수준으로 높다”며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가 더 높은 네트워크 수수료로 인해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트위치는 망사용료 부담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며 한국 시청자의 영상화질을 최대 해상도 1080p에서 720p로 낮췄다. 망사용료는 트래픽을 유발하는 기업이 통신망을 사용하는 대가를 말한다.
다시 불 붙은 망사용료 논쟁
트위치가 망사용료 부담을 이유로 한국 철수를 결정하기 전부터 망사용료는 논란이 됐다. 2020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망사용료를 두고 쌍방으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국내 통신사(ISP)들은 넷플릭스, 구글, 트위치 등 해외 서비스가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면서 망사용료를 제대로 내지 않는 '무임승차'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넷플릭스 등 콘텐츠 기업은 이미 서비스를 처음 출시한 국가에서 망에 접속하는 비용을 내기에 국가별로 망사용료를 별도로 내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통신사들은 한국의 망사용료가 10배나 높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한국의 망사용료가 이례적이고 가격대가 높은 건 사실이다. 한국은 '발신자 종량제'(상호접속고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신자 종량제'는 데이터를 발생시킨 발신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제도로 트래픽을 많이 발생시킨 통신사의 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통신사들은 비용 부담을 유튜브, 페이스북, 넷플릭스, 트위치 등 CP(콘텐츠제공사업자)에게 전가하게 되는 구조다.
이번 철수 결정은 망사용료 논쟁을 다시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오픈넷은 지난 11일 논평을 내고 “늦기 전에 정치권과 망사업자(통신사)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는 근시안적 사고를 버리고 발신자종량제 상호접속고시를 폐지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오픈넷은 망사용료 부담이 국내 중소 콘텐츠 기업에 피해를 끼치고 있고, 오히려 해외에서 망사용료 제도가 도입되면 한국 사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오히려 망사용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토론회에서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SKB 국제망의 경우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나 'DP' 등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트래픽이 24배 폭증했다. 이런 걸 어떻게 감당할 수 있나”라고 했다.
트위치가 국내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고 유튜브와 경쟁에서 밀리는 등 사업적인 부진의 책임을 '망사용료'로 전가한다는 지적도 있다.
네이버가 게임스트리밍 분야에 진출한 이유는
이런 가운데 네이버가 '빈틈'을 공략하고 있다. 네이버는 오는 19일부터 게임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CHZZK)의 공개 테스트를 진행한 뒤 2024년 상반기 정식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네이버 '치지직'은 1080p 화질로 제공되며 게임 방송에 적합한 이용자 환경과 커뮤니티, 네이버페이와 연동된 후원 기능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현재 게임 분야의 크리에이터들과 접촉하며 진행자를 모집하고 있다. 최근 시작된 베타테스트 자격 요건을 '기존에 활동한 플랫폼 팔로워(구독자) 1만 명 이상 방송인'으로 한정했다. 네이버는 선정적이거나 자극적 방송이 논란이 되지 않도록 크리에이터 선정 절차를 까다롭게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가 게임스트리밍 서비스에 진출한 이유는 젊은 세대 유입을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유튜브 등 영상 서비스가 대세가 되면서 경쟁에서 밀리고 이용자가 고령화되는 점에서 '변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네이버가 20대 이용자에게만 보이는 뉴스 서비스를 도입하고, 지난 11월 모바일 첫 화면에 '숏폼' 메뉴를 배치해 숏폼 경쟁에 나선 것도 젊은 이용자 확보의 일환이다. 네이버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생중계 등을 통해 게임 스트리밍의 가능성을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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