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가격 '꼼수' 여전한데...단위가격표시제 내년으로 미룬 이유
정부가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는 단위가격표시제를 온라인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적용 범위는 연구용역을 통해 내년 2월 이후에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정부가 온라인단위가격표시제 도입을 결정하면서도 적용 범위를 추후로 미룬 것은 온라인 쇼핑몰의 형태가 다양해서다.
상품을 직매입해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온라인몰과 쿠팡이 대표적 통신판매업의 형태다.
11번가, 지마켓, 티몬처럼 판매자와 소비자를 온라인상에서 연결해주는 공간을 제공해주는 '오픈마켓' 형태는 통신판매중개업으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오픈마켓에서도 일부 상품을 직매입해 '슈팅배송'해주는 식으로 대부분의 온라인쇼핑몰에서 직매입과 오픈마켓을 모두 취급해 두 가지 사업형태가 혼합돼 나타난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규모점포'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에 단위가격표시가 의무화돼 있는데 대형마트와 쿠팡 등은 이를 온라인 쇼핑몰에도 자발적으로 적용해 왔다.
하지만 이들 쇼핑몰에도 직매입해 판매하지 않은 일부 위탁상품과 오픈마켓 판매 상품들은 단위가격표시가 누락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상품 중량, 판매 단위 등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단위가격이 산출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놨지만 입력여부는 판매자 '자율'에 맡기고 있어서다.
네이버쇼핑,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등 온라인 판매를 중개해주는 '오픈마켓'의 대부분은 단위가격 표시 시스템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11번가만 소비자들의 쇼핑편의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2019년부터 오픈마켓 판매상품에도 단위가격을 표시하고 있다. 11번가가 직접 동일상품을 분류하고 단위가격을 계산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판매자가 단위가격을 입력하지 않아도 11번가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제품이 자동으로 단위가격이 표시된다.
대부분의 오픈마켓에서 이처럼 단위가격표시제 도입을 미루는 이유는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를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온라인통신판매중개업'의 특성 때문이다.
오픈마켓은 수많은 판매자들이 같은 상품을 두고 판매경쟁을 벌이기도 하는데 단위가격을 표시할 경우 최저가로 공급할 수 있는 일부 판매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판매자들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판매자가 해당 플랫폼 입점을 거부할 경우 오픈마켓 사업자는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쉽게 가격비교를 할 수 있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득이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는 단위가격표시제도가 부담스런 제도"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온라인 단위가격 표시제 적용 범위를 두고 오픈마켓을 포함할지 말지 고민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자칫 규제로 인해 오픈마켓 시장질서가 혼란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그동안 단위가격표시제 온라인 확대를 망설여왔다.
제조사들로부터 물건을 구입해 판매하는 중도매인들은 구입가격이 다르니 저마다 판매가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식품제조업체들은 사실상 직접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상품 포장을 달리하거나 묶음을 달리하는 이른바 '번들플레이션'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 인상효과를 누렸다.
묶음 상품이 낱개상품보다 싼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묶음상품을 낱개상품보다 비싸게 파는 식이다. 소비자는 낱개가격을 토대로 일일이 계산을 해봐야 손해보지 않고 살수 있다
식품제조업체들의 이같은 '꼼수'가 소비자들의 합리적 소비를 방해하자 정부가 단위가격판매제도 온라인 확대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통업계에서는 겉으로 내색은 안 하지만 차라리 잘됐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와 판매자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의무규정으로 정해주면 눈치 보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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