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에게도, 늙은이에게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2023. 12. 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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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알렉스 퍼거슨, 아르센 벵거, 조세 무리뉴, 카를로 안젤로티. 게티이미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2013년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지휘했다. 당시 72세였다. 바르셀로나, 아약스, 레버쿠젠을 거쳐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을 끝으로 지도자 생활을 마감한 리뉘스 미헐스 감독은 64세까지 일선에서 뛰었다. 현재 AS로마를 지휘하는 조세 무리뉴는 60세다. 루이 판 할은 71세인 2022년까지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었다. 카를로 안첼로티는 현재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며 64세다. 마르셀로 리피는 유벤투스, 이탈리아 대표팀, 중국 광저우 헝다, 중국 국가대표 등 71세까지 팀을 지휘했다. 아르센 벵거는 69세 때인 2018년까지 아스널을 이끌었다. 현 리버풀 사령탑 위르겐 클롭은 56세다.

감독을 교체했거나 교체하려는 국내 프로구단들이 늘고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이끈 ‘학범슨’ 김학범 감독(63)을 선임했다. 포항 스틸러스는 김기동 감독 후임으로 박태하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55)을 낙점했다. 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은 54세다. 박지성 추천으로 전북 현대 사령탑이 된 딘 페트레스쿠는 56세다. 올해 2부리그 감독상을 받은 고정운 김포FC 감독은 57세다.

감독을 선임할 때 나이가 많고 적음이 자주 거론된다. 어느 때는 젊은 지도자를 선호했다가 다른 때는 노장을 택하는 등 감독 선임 분위기가 약간씩 달라진다. 그러나 대체로 노장보다는 젊은 지도자를 좋아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프런트 입장에서는 젊은 지도자가 다루기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젊다는 것’은 패기와 열정이 있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진취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런데 이것도 사실 선입견에 불과하다. 젊어도 노력하지 않은 사람들은 많다. 물론 반대도 마찬가지다. 경험이 풍부한 노장 감독이라고 다 잘할 수는 없다. 감독 시절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어떻게 활동했고, 더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에 따라 감독 능력은 완전히 갈린다. 젊은 지도자들이 ‘생물학적인 젊음’만 내세워서는 안 되는 것처럼 베테랑들도 감독 경력만을 앞세워서는 안 된다.

좋은 감독이라면 좋은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 선수단을 장악해야 하고 훈련을 잘 시켜야 한다. 탁월한 전술, 전략으로 선수단을 휘어잡아야 한다.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깨끗해야 ‘령’이 선다. 제왕적으로 모든 걸 혼자 다 하려는 것보다는 주위 조력자들 도움을 받으려는 겸손도 갖춰야 한다. 국제적인 축구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배우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노력하지 않고 연구하지 않으면 아무리 젊어도 이미 ‘죽은’ 지도자다. 반대로 노장이라도 늘 노력하고 늘 공부하면 ‘젊은’ 지도자다.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성당 벽화를 90세 때 완성했다. 베르디는 오페라 ‘오셀로’를 80세에, ‘아베마리아’는 85세 때 작곡했다. 괴테는 60세부터 82세까지 ‘파우스트’를 썼다. 커넬 샌더스는 65세 때 창업해 KFC를 세계적인 프랜차이즈로 만들었다.

샌더스는 이렇게 말했다.

“노장은 녹슬어 삭아져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닳고 닳아 없어지는 것이다.”

종목을 막론하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하는 ‘젊은’ 베테랑 지도자들의 열정과 도전에 박수를 보내며 성공을 기원한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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