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 공식화…“공급망 위기 함께 극복”

윤석열 대통령 국빈방문 계기
공동성명 발표 “동맹관계 추진”
ASML 방문 “4차산업 강력한 동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12일(현지시간) 암스테르담 현지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네덜란드 국빈 방문 중인 가운데 한국과 네덜란드가 ‘반도체 동맹’을 공식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ASML의 ‘클린룸’을 방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한다고 대통령실이 12일 전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암스테르담 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반도체 분야에서 양국이 평시 각별한 협력을 도모하는 가운데 위기 발생 시에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반도체 공급망 위기 극복 시나리오를 함께 집행해 가고 이행해 가는 그러한 동맹관계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반도체 동맹의 핵심은 한국과 네덜란드가 가치 기반의 파트너로 사이버 및 군사, 방위 분야에 걸쳐 안보, 외교 협력을 추진하듯 반도체 분야에서도 신뢰를 토대로 협력 기반을 마련한 것이 골자다.

또 “동맹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양국이 평소에 매우 깊은 수준의 협력 관계를 꾀하면서 위기 상황 시에 그 위기를 함께 규정하고, 그 위기에 대해서 모든 힘을 모아서 즉각, 그리고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는 관계를 동맹관계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또 네덜란드와의 협력 강화를 위해 외교당국 간 연례 경제안보대화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양국 산업당국 간에는 반도체 정책 조율을 위한 반도체 대화를 신설해 핵심품목 공급망 협력 MOU를 바탕으로 한 공급망 협의체 구성도 추진된다.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했다. [연합]

대통령실은 “경제안보 및 산업정책 관련 다양한 양자 협의채널의 신설,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품목 협력 관련 MOU 체결은 양국 정부, 기업, 대학을 아우르는 반도체 동맹의 구축을 가속화 할 것”이라며 “이번 반도체 동맹 체결은 상호보완적 구조를 지닌 양국의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를 더욱 긴밀하게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국빈 방문 전부터 해당 공동성명 문안에 대해 네덜란드 측과 협상을 벌였고, 양 국가간 고민 끝에 ‘반도체 동맹’을 명문화하기로 결정했다게 대통령실의 이야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정부 차원에서 공동성명 문안에 특정 국가와 반도체 동맹을 명기한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이라며 “네덜란드로서도 처음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ASML의 ‘클린룸’을 방문해 차세대 반도체 생산에 핵심적으로 쓰이는 극자외선(EUV) 장비 공정을 시찰했다. ASML의 2나노미터(nm) 이하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둘러싸고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클린룸을 공개한 건 그만큼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진행된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 주최 만찬에서도 윤 대통령의 ASML방문이 갖는 의미가 재차 강조됐다. 빌럼-알렉산더르 국왕은 “오늘 우리가 ASML 방문에서 확인했듯, 기술은 여기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ASML이 선도한 기술혁신이 전세계 4차 산업혁명의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고 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luck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