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네덜란드 '반도체 동맹' 공동성명에 명문화…공급망 위기시 공동 대응

윤 대통령, 13일 뤼터 총리와 정상회담…'반도체 동맹' 적힌 공동성명 채택
"평시엔 긴밀한 협력 관계 유지…공급망 위기 발생 땐 공동 처방·공동 대응"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11일(현지시간) 빌뉴스 시내의 한 식당에서 열린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오찬 회담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7.1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암스테르담=뉴스1) 최동현 기자 = 대한민국과 네덜란드가 '반도체 동맹'(semiconductor alliance)을 공식 선언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총리는 13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동맹' 문안이 명시된 공동성명을 채택할 예정이다. 양국 모두 특정 국가와의 반도체 동맹을 명문으로 공표하는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과 뤼터 총리가 13일 발표할 '한-네덜란드 공동성명'에는 양국 간 반도체 동맹이 구축됐다는 문안이 기재된다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12일 현지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공동성명에는 반도체 핵심 품목 공급망 협력을 위한 '반도체 대화체' 신설도 포함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 반도체 인재 공동 육성,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세계 1위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 ASML 간 양해각서(MOU) 체결 등 사실상 동맹에 준하는 협력이 추진됐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공동성명에 '동맹'이란 단어가 명기되면서 쐐기를 박게 됐다.

한국과 네덜란드는 공동성명에 명시된 '반도체 동맹' 문안에 따라 평소에 매우 깊은 수준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특정 국가에 반도체 핵심 품목 수급 불안정 등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반도체 공급망 위기 극복 시나리오'를 즉각 발동해 공동 대응하게 된다.

김 차장은 '반도체 동맹'이 구축된 의미에 대해 "반도체 협력을 통해서 모든 산업 분야, 그리고 미래의 주요 경제 안보의 핵심 이익을 결정하는 반도체 분야에서 양국이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공급망의 위기를 협력해 함께 돌파하는 관계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김 차장은 "동맹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양국이 평소에 매우 깊은 수준의 협력 관계를 꾀하면서 위기 상황 시에 그 위기를 함께 규정하고, 그 위기에 대해서 모든 힘을 모아서 즉각, 그리고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는 관계를 동맹관계라고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반도체 분야에서 양국이 평시 각별한 협력을 도모하는 가운데, 위기 발생 시에 즉각적이고 효율적인 반도체 공급망 위기 극복 시나리오를 함께 집행해 가고 이행해 가는 동맹 관계를 추진하기로 했다"며 "양국 간에 공동성명에도 긴밀한 협의를 거쳐 '반도체 동맹'이란 용어를 직접 기입해 넣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동맹 구축에 따라 양국은 외교당국 간 연례 '경제안보대화'를 신설하기로 했다. 아울러 양국 산업 당국은 또 반도체 정책을 조율하기 위한 반도체 대화체를 설치하고, 핵심 품목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MOU)를 바탕으로 한 공급망 협의체 구성도 추진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 국빈 방문 전후로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와의 협력은 이제 '반도체 동맹' 관계로 격상되게 될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한 바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은 12일 빌렘 알렉산더 국왕과 함께 ASML 본사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극자외선(EUV) 장비 공정인 '클린룸'을 참관했고, 삼성전자와 ASML은 내년부터 1조원 규모 공동 투자를 통해 국내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국빈 방문을 떠나기 전부터 매우 집중적으로 이 공동성명 문안에 대해서 국가안보실이 네덜란드 측과 직접 치열한 협상을 벌였다"며 "네덜란드도 깊은 고민 끝에 반도체 동맹이라는 것을 공식 명기하기로 결정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안보 분야에서 철저한 가치 기반의 규범 파트너로서 모든 군사안보에 대해서 협력을 꾀하듯이, 경제안보 분야의 핵심 고리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상호 동맹과 같은 협력 관계를 평상시에 꾀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공급망 위기가 발생할 경우 공동 처방과 대응에 긴밀히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는 것이 반도체 동맹의 개념"이라고 부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빌럼 알렉산더르(Willem Alexander) 네덜란드 국왕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반도체 장비기업 ASML 본사에서 열린 한-네덜란드 첨단반도체 협력 협약식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 회장, 윤 대통령, 알렉산더르 국왕,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ASML 회장. (대통령실 홈페이지) 2023.12.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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