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탄희, 총선 불출마 선언 “선거법 위해 백의종군”

박순봉 기자 2023. 12. 1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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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위성정당방지법 제정 촉구
“멋없게 이기면, 총선 이겨도 세상 못 바꾼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22대 총선에 남아 있는 출마 기회를 다 내려놓고 백의종군하겠다. 선거법만 지켜주시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제가 가진 것도, 가질 가능성이 있는 것도 다 내놓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총선 출마 기회를 포기할테니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고 위성정당 금지법을 제정해달라는 취지다. 이 의원은 앞서 현 지역구인 경기 용인정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같은 요구를 한 바 있다. 당 지도부 등 주류가 수용하지 않자 더 강도 높은 불출마 선언이란 자기 희생안을 내놓은 셈이다.

이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고 위성정당 창당을 하지 않는 것이 당 분열을 막는다고 본다. 그는 기자회견 서두에 “먼저 밝힐 점은,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분열의 길로 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라며 “당도 그동안 수차례 했던 대국민 정치개혁 약속을 깨고 분열의 명분을 주어서는 안 된다. 내일은 당이 더이상의 혼란을 막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14일 의원총회를 통해 선거제 개편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가 현실론을 들어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택한다면 약속 파기 비판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의 단합을 강조하며 쇄신 요구는 외면하고 있는 이 대표가 유권자와의 약속까지 파기한다면 민주당 신뢰의 위기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 의원은 “(선거제는) 한번 퇴행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 양당이 선거법을 재개정할 리가 없고, 한 정당이 개정하려고 해도 상대 정당이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국회와 거대 양당은 선거제 퇴행 논의, 양당 카르텔법 도입 논의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을 향해선 “선거법 퇴행 시도를 포기하시라. 위성정당금지법 제정에 협조하시라”면서 “민주당 증오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기득권을 이어가려는 시도를 중단하시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선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 아닙니다. ‘멋지게 이깁시다’. 용기를 냅시다”라며 “양당 기득권이 아니라 국민 편에 서겠다 했던 대국민 약속을 지키고, 지역구에서 1당 합시다. 연합정치로 더 크게 이기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멋없게 이기면, 총선을 이겨도 세상을 못 바꾼다. 대선이 어려워진다”며 “대선을 이겨도 증오정치가 계속되면 그 다음 대선에서 윤석열보다 더 한 대통령, 제2, 제3의 윤석열이 나올 수 있다. 그는 우리가 이룬 모든 것을 파괴하고 우리의 민주주의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며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의원이 이 발언을 인용해 반박한 것이다.

이 의원은 “정치개혁의 핵심은 증오정치의 판을 깨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의 꿈도 이거였다”며 “증오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먹고 산다. 반사이익 구조에 갇힌 우리 정치는 극심한 증오정치로 빨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제를 논의할 14일 의원총회를 앞두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위성정당 금지를 외치는 당내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약속을 지키면 이기고 국민을 배신하면 집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의원은 “연동형이 이기는 제도다. 뛰쳐나가려는 세력들의 탈당 명분을 없애고 하나된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다”며 “무엇보다 정치개혁 약속을 지킨 민주당을 국민은 몰표를 던져 응원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민주당도 과반을 얻고 우호적인 야당도 비례의석을 얻어 다당제 정치개혁과 함께 연합정치를 꽃피울 수 있다”며 “민주진보진영이 압도적인 승리를 할 수 있는 제도가 연동형”이라고 썼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전날 SNS에 “민주당이 결정해야 할 핵심 쟁점은 우리가 국민에게 약속한 정치개혁 약속을 이렇게 쉽게 위반해도 괜찮은가 하는 것”이라며 “약속을 지켜서 신용을 얻느냐, 약속을 어기고 현찰 10석을 얻느냐, 무엇을 선택할지는 물건 사고파는 장사라 하더라도 답이 분명한 문제”라고 썼다.

당 지도부는 현행 준연동형 유지 시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YTN 라디오에서 “대선 당시 국민과 약속한 방식이 현실적으로 작동이 어렵다”며 “위성정당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불가능하게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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