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가자지구서 의료진 70여명 체포···구급대원 구금에 환자 사망

선명수 기자 2023. 12. 1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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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폭격으로 부상을 입은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가자지구 데이르 알발라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의 한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던 의료진 70여명을 한꺼번에 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환자를 호송하던 구급 차량이 총격을 받고 구급대원들이 검문 중 구금돼 환자가 숨지는 일이 발생하는 등 가자지구에서 의료진에 대한 공격이 확대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 북부 카말 아드완 병원에서 병원장을 포함해 환자를 돌보던 의료진 70여명이 이스라엘군에 체포됐다.

이 병원의 소아과 의사인 호삼 아부 사피아는 CNN에 “병원 주변에서 폭격이 강화되던 중 이스라엘군이 병원 안으로 진입해 16세에서 65세 사이의 모든 남성에게 수색을 위해 건물 밖으로 나가라고 명령했다”면서 “이후 70명이 넘는 의료진이 체포돼 이스라엘군에 끌려 갔다”고 전했다.

그는 중환자와 미숙아를 돌보기 위해 자신을 포함해 다섯 명의 의료진만 병원에 남는 것이 허용됐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는 현재 전기와 물이 공급되지 않으며, 의료진은 손전등에 의존해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북부 병원에서 남부로 중환자를 이송하던 팔레스타인 적신월사 소속 구급대원들이 이스라엘군의 검문 과정에서 구금돼 환자가 숨지는 일도 벌어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북부 알아흘리 병원에서 남부로 환자를 이송하던 적신월사 의료팀이 이스라엘군의 검문 과정에서 조사를 받고 구금됐다고 밝혔다.

북부 최대도시 가자시티에 있는 알아흘리 병원은 잇따른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실상 기능을 잃은 상태로, 구호단체가 위중한 환자들을 가자 남부의 병원으로 호송하고 있다.

WHO는 “알아흘리 병원을 오간 호송대는 중환자 19명을 가자 남부의 나세르 의료센터로 옮기고 환자 1500명을 치료할 수술 용품을 이송했던 의료팀”이라며 “거듭된 검문과 이송 지연으로 부상이 심했던 환자 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WHO는 의료용품을 실은 구호트럭과 구급차가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받았고, 구급대원 중 일부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옷이 벗겨진 채 구타 당했다고 밝혔다. 구금됐던 구급대원은 몇시간 후 석방됐지만, 손을 등 뒤로 묶이고 옷과 신발이 벗겨진 채로 남쪽으로 걸어가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사무총장은 “의료진에 대한 장시간 검문과 구금은 이미 위중한 상태의 환자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WHO에 따르면 가자지구 내 36개 병원 중 11개 병원만 부분적으로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이스라엘군의 공세로 초토화 된 북부 지역에는 1개, 남부 지역에는 10개 병원이 가동 중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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