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 최다…절반은 근속 '5년 미만'

장영준 기자 2023. 12. 1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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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와 관련 없는 이미지. 이미지투데이

 

직장인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가장 큰 원인은 '직장 내 괴롭힘'이었고, 근속연수 5년 미만인 경우가 절반에 달했다.

직장갑질119와 용혜인 의원실이 2022년 근로복지공단의 자살 산재 업무상 질병판정서 85건(승인 39건, 불승인 46건)을 입수해 전수 분석한 결과가 13일 공개됐다.

조사 결과 근속연수 5년 미만인 경우가 48%(41건)로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원인은 폭행을 포함한 직장 내 괴롭힘이 25건(29.4%)으로 가장 많았고, 과로(13건, 15.2%), 징계·인사처분(12건, 14.1%)이 뒤를 이었다.

또 산재법상 자살 산재 승인율은 2018년 80%, 2019년 65%, 2020년 70%를 기록한 이후 2021년 56%, 2022년 52%로 50%대로 떨어졌다. 전체 산재 승인율이 90%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게 낮은 수치다.

직장갑질119와 용혜인 국회의원실이 이날 개최한 '2022년 산재 자살 현황 국회 토론회'에서 노무법인 삶의 이양지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된 이후에 직장 내 괴롭힘 관련한 문제제기와 그것에 대한 질병판정위원회의 고려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자살 산재 사건 중 직장 내 괴롭힘이 사유로 포함된 사경우가 늘어난 원인을 분석했다.

하라노동법률사무소의 권남표 노무사는 85건의 판정서 중 15건의 사례를 발췌해 통계에 잡히지 않는 죽음의 원인을 △괴롭힘 자살 △과로 자살 △인사명령·징계 자살 △기타 사례로 나눠 분석했다.

권 노무사는 "고인들은 생전에 고용노동부가 괴롭힘을 인정하고 시정명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장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며 "괴롭힘 인정 잣대를 높일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괴롭힘 조사를 더 엄격하고 신속하게 하도록 하고, 괴롭힘의 인정 범위를 더 넓히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는 재입사 후 괴롭힘을 당하다 부서이동 요청을 했으나 회사의 거절 이후 결국 자살한 여성 오퍼레이터 사례, 근로복지공단 재활보상부 직원의 과로 자살 사례, 삼성 LCD 노동자 고 김주현 과로 자살 사례 등도 소개됐다.

반올림·노동자권리연구소 이종란 노무사는 "피해자의 부서이동 요청을 회사가 거부하지 않았다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진작 생겼다면, 산재 신청 이후 신속하게 산재가 인정되었거나 산재 조사 시 사업주의 자료 제공 의무를 강제할 수 있었다면,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처리에 필요한 적정 인력을 확보하고 적정 예산을 편성했다면 고인들은 살아계실지도 모른다"라며 "더이상 억울하게 죽는 이가 없도록 과로사 방지법, 근로시간 단축, 성과주의 등 비인간적 조직문화 바꿔내기가 필요하며, 주변 사람의 자살위험신호를 재빨리 인지해 전문가에게 연계하도록 훈련을 받은 게이트 키퍼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 배나은 활동가는 자살에 대한 직접적 언급 혹은 관련한 상황이 포함된 상담 메일 54건에 대한 분석을 통해 "현재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들이 죽음을 고민하면서도 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괴롭힘 피해자 뿐 아니라 신고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을 마련하고 조치의무를 위반하거나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에게 규정과 원칙대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된 지 4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은 괴롭힘으로 고통받고 심지어는 목숨을 끊고 있으며, 과로 역시 자살을 불러오는 주요 원인임이 확인되었음에도 현행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재해 인정 기준 역시 사업주에게 유리하게 규정되어 있다"며 "이번 토론회가 현황과 제도를 분석하여 업무 관련 자살을 방지하고 제도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장영준 기자 jjuny5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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