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김진영의 보이지 않는 발걸음

손동환 2023. 12. 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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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11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10월 16일 오후에 이뤄졌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인생을 살다 보면, 쉽지만 어려운 것들이 많다.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발걸음이 아닌, 실력 혹은 멘탈이 조금씩 전진하는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런 일을 코트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가 있다. 프로 10번째 시즌을 맞은 김진영이다. 2019~2020시즌부터 조금씩 성장해온 김진영은 또 한 번 ‘업그레이드’를 꿈꾼다. ‘보이지 않는 발걸음’으로 ‘자기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66
김진영의 여고 시절을 상징했던 숫자가 있다. ‘66’이다. 2014년에 열린 협회장기에서 마산여고를 상대로 66점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한국중고농구연맹(KSSBF)이 기록을 집계한 이후, 역대 여고부 한 경기 개인 최다 득점 기록.
화제를 모은 김진영은 2015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 나섰다. 전체 2순위로 청주 KB스타즈에 입단했다. KB스타즈 역시 김진영을 키워야 할 미래로 생각했다.
그러나 김진영의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KB스타즈에서의 평균 출전 시간은 13분을 넘지 않았다. 고교 시절 보여준 득점력은 물론, 김진영을 코트에서 보기도 어려웠다.

‘66점’은 지금도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신발끈 풀고 스트레칭 준비하는데, 감독님께서 “너 기록 세워서 인터뷰해야 해”라고 하셨어요.
‘66점’ 정도면, 김진영 선수도 기록을 인지했을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득점을 많이 하는 편이었어요. 그래서 ‘평소보다 많이 넣었다’고만 생각했죠. 많아봐야 4~50점 정도라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인터뷰하시는 분께서 “66점 넣었다”고 해주시더라고요. 그때서야 놀랐어요.
66점만 해낸 게 아닙니다. 27개의 리바운드도 마산여고전에서 기록하셨어요.
사실 그 경기가 엄청 힘들었어요.(웃음) 득점보다 리바운드에 더 집중했거든요. 경기 끝나고 기록지를 보는데, 리바운드를 27개나 잡았더라고요. 그래서 저한테 더욱 대견했어요.(웃음)
2015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서 전체 2순위로 KB스타즈에 입단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전 시즌 하위권이었던 팀이 높은 확률로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할 수 있어요. 하지만 KB스타즈는 그렇지 않았어요. 2014~2015시즌에 3위를 했고, 로터리 픽을 뽑을 확률이 낮았거든요.
그런데 KB스타즈가 2순위 지명권을 얻었고, 저는 KB스타즈에 입단했어요. 지금은 코치님이신 변연하 선배님(현 부산 BNK 썸 수석코치)이 계셨고, 굉장한 언니들이 많았어요. 기대되고 설렜어요. 빨리 가서 언니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언니들과 같이 뛰고 싶었어요.(웃음)
기대를 받았지만, KB스타즈에서는 많은 시간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때는 뛰고 싶은 욕심이 컸어요.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쟁쟁한 언니들 사이에서도 기회를 얻은 거였어요. 언니들과 함께 뛰게 해주신 감독님들한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기회를 주셨던 서동철 감독님(전 수원 KT 감독)과 안덕수 감독님(현 KBS N SPORTS 해설위원)이 많이 생각나요.(웃음)

TURNING POINT 1
김진영은 KB스타즈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리고 첫 번째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2019~2020시즌 중 부산 BNK 썸으로 트레이드된 것.
BNK로 트레이드된 김진영은 2019~2020시즌 22경기 평균 24분 52초를 소화했다. 경기당 4.9점 2.9리바운드(공격 1.1) 1.1어시스트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김진영의 비중은 점점 높아졌다. 비중을 높인 김진영은 커리어 하이 행진을 시작했다. 그리고 2021~2022시즌에 정점을 찍었다. 데뷔 두 번째 정규리그 전 경기(30)를 출전했고, 경기당 29분 53초 출전에 8.7점 7.0리바운드(공격 3.5) 1.4어시스트에 1.0개의 스틸로 BNK의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기여했다.

2019~2020시즌 중 트레이드됐습니다.
제가 원했던 트레이드라, 준비를 어느 정도 했어요. 다만, 어느 팀으로 갈지는 몰랐어요. 그리고 제가 가는 팀이 BNK로 정해졌어요.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왜 그랬나요?) 부산이 너무 멀어서요.(웃음) 그렇지만 그건 잠깐 동안 했던 생각이었어요. ‘BNK에 빨리 녹아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죠. 그때가 시즌 중이었거든요.
BNK에서는 기회를 많이 얻었습니다. KB스타즈와는 어떤 게 달랐나요?
KB스타즈는 좋은 언니들을 많이 보유했고, BNK는 제 또래의 선수들을 많이 보유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BNK에서 기회를 조금 더 받았다고 생각해요.
마음의 차이도 있을까요?
개인적인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어느 팀에서든 열심히 운동했거든요. 다만, 박정은 감독님께서 부임하신 후, 제 생각이 달라진 것 같아요.
말씀하신 대로, 김진영 선수는 2021~2022시즌에 주축 자원으로 플레이오프를 치렀습니다. 그리고 박정은 감독님과 함께 한 첫 해였습니다. 그 전과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박정은 감독님께서는 훈련 분위기를 자율적으로 만들어주셨어요. 그게 저한테 잘 맞다고 생각했고, 저 스스로도 생각을 바꿨어요. 그 전에는 시키는 대로만 하는 선수였다면, 박정은 감독님 부임 후에는 필요한 것들을 먼저 찾았어요. 그러다 보니, 농구가 재미있어 졌어요. 농구가 더 하고 싶어졌고요.(웃음)

TURNING POINT 2
김진영의 농구 인생은 BNK 입성 후 탄탄대로였다. BNK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기에, 김진영과 BNK의 인연은 오래 지속될 것 같았다.
그러나 BNK가 2022년 FA(자유계약) 시장에서 한엄지를 영입했다. 한엄지는 보상 선수를 필요로 하는 FA. 그래서 BNK는 고심했다. 고심 끝에 김진영을 풀어줬다. 한엄지의 원 소속 구단이었던 인천 신한은행은 김진영을 선택했다.
이로 인해, 김진영은 데뷔 두 번째로 팀을 옮겼다. 그러나 김진영의 비중은 BNK에서보다 훨씬 높아졌다. 팀의 원투펀치로 활약하게 된 김진영은 2022~2023시즌에 또 한 번 정점을 찍었다. 데뷔 처음으로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전 경기(30)에 나섰고, 경기당 32분 9초 동안 평균 12.0점 6.1리바운드(공격 2.6) 2.7어시스트에 1.0개의 스틸을 기록했다.

BNK에서의 생활이 지속될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신한은행으로 트레이드됐는데요.
팀원들과 하와이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귀국하니, FA 관련 상황이 일어났더라고요.(한엄지의 BNK 가세를 뜻한다) 그리고 나서, 트레이드됐죠. BNK의 입장도 이해됐고, 신한은행의 스타일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신한은행과 더 잘 맞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BNK와 정이 많이 들었지만, ‘농구를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구나단 감독은 기존 지도자와 다른 컬러를 갖고 있습니다. 적응하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오히려 어렸을 때 했던 농구가 저에겐 어려웠어요. 그리고 제가 신한은행으로 갔을 때, 저는 경험을 어느 정도 쌓은 선수였어요. 무엇보다 농구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어느 정도 하다 보니, (구나단 감독님 농구에) 어느 정도 녹아들었어요. 그렇지만 제가 대표팀으로 갑자기 차출되면서, 팀원들과 많이 맞춰보지 못했어요.
구나단 감독님께선 어떤 걸 많이 강조하셨나요?
“좋은 턴오버가 있고, 안 좋은 턴오버가 있다. 과감한 패스는 좋지만, 팀에 마이너스 되는 패스는 좋지 않다”고 항상 말씀하셨어요. 턴오버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던 거죠.
말로는 쉽지만, 행동으로는 어렵지 않나요?
마음은 알지만, 몸은 정말 어려워요.(웃음) 또, 작년에는 새로운 선수들과 맞춰보느라 정신없었어요. 그렇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은 감독님의 의중을 항상 생각하며, 운동하고 있어요. 아직 혼나기는 하지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웃음)
김진영 선수는 2022~2023시즌 신한은행 원투펀치로서의 소임을 다했습니다. 또 한 번 커리어 하이를 찍었고요.
‘작년보다 성장해야지’라는 마음으로 매 시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커리어 하이를 찍었지만, 갈 길이 멀어요. 아쉬운 게 너무 많았고, 해야 할 것도 많거든요.

부담? 성장!
김진영의 소속 팀인 신한은행은 2020~2021시즌부터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에 나섰다. 그러나 2023~2024시즌을 임하는 신한은행의 전력은 많이 약해졌다. 수비 중심축이었던 한채진이 은퇴했고,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였던 유승희가 아산 우리은행으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그 부담이 신한은행 원투펀치에게 넘어갔다. 에이스인 김소니아와 또 한 명의 주득점원인 김진영이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는 김진영한테 기회일 수 있다. 자신의 가치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자신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비시즌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대표팀에서 돌아온 후, 일본 팀과 연습 경기를 치렀습니다. 그때 발목 부상을 당했어요. 2달 정도 공백기를 겪었죠.
그렇지만 지금은 몸을 어느 정도 올렸습니다. 다 올라온 것 같아요. 그리고 팀원들과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고요. 그래서 작년보다는 합을 잘 맞추고 있어요. 또, 구슬 언니와 (김)태연이 등 여러 선수들의 몸도 빠르게 올라오는 것 같아요.
신한은행의 전력이 이전보다 약화됐습니다. 반대로, 김진영 선수의 비중은 높아졌고요.
(한)채진 언니만큼 WKBL에서 수비를 잘하는 선수는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저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의 수비 비중이 높아졌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수비와 궂은일에 욕심을 갖고 있고요. 다만, 감독님께서 다 같이 하는 공격을 원하셔서, 저의 공격 비중은 지난 시즌과 비슷할 것 같아요.
김진영 선수의 기록이 2019~2020시즌부터 계속 올라갔습니다. 본인도 성장을 원하고 있고요.
일단 자유투 성공률을 높여야 해요. 자유투는 멘탈과 관련된 항목이기에, 멘탈 역시 성장하고 싶어요. 그리고 3점슛 성공률도 더 올려야 해요.
무엇보다 ‘농구가 늘었다’는 평가를 듣고 싶어요. 패스와 기술, 이해도 등 디테일한 것들을 조금씩 업그레이드하고 싶어요. 그게 이번 비시즌의 초점이기도 했어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비시즌임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간식과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셨어요. 너무 감사해요. 팬들께서 보내주신 응원을 코트에서 보답하고 싶습니다. 팬들께서 코트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저도 이번 시즌에 더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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