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는 왜 ‘독립영화’에 10년을 투자했나[인터뷰]
배우 유지태는 연기와 영화, 그리고 나아가 영화 제작업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가졌다. 그가 10여년간 ‘독립영화 같이보기’에 투자한 것도, 성장가능성 큰 크리에이터들의 자생 능력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왜 독립영화 후원에 10여년간 노력을 쏟았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말간 미소를 지은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간단하고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였다.
“독립영화계가 힘들고, 연극계가 힘들다고들 하잖아요. 소외된 문화 형태가 힘들다고 하는데, 계속 힘들다고만 할 게 아니라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형태의 생각들이 모이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10년 뒤 20년 뒤엔 변화의 흐름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최근 스포츠경향이 만난 유지태는 ‘독립영화’를 후원하는 이유와 소신, 그리고 OTT플랫폼 시리즈 ‘비질란테’(감독 최정열)를 끝낸 소감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개성있는 영화인 크기 어려운 국내 시스템, 직업인이 될 순 없지 않나”
그는 1998년 ‘바이준’으로 데뷔한 이후 배우로서 25년을 달려왔다. 이뿐만 아니라 독립영화를 연출하는가 하면, 건국대학교 매체연기과 전임교수로 강단에 서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영화업계 안팎으로 관여할 수밖에 없는 위치다.
그런 그였기에 독립영화를 위해 10여년간 계속 후원해온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오래 전부터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유지태와 함께 독립영화 보기’ 상영회를 여는가 하면, 다수 독립영화제를 후원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힘을 보태려 했다.
“연기를 25년을 해오면서 한국 영화 제작 시스템을 파악하게 됐는데요. 제가 출연한 영화는 600여개 상영관을 잡을 수 있는데, 제가 연출한 영화는 극장에 걸리기가 어려운 구조더라고요. 이건 무엇일까. 배급시스템은 어떤 형태를 갖춘 건가. 어떤 정책을 추구하는가.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됐고 ‘한국은 영화 제작을 문화가 아니라 산업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죠. 배급시스템을 어떤 기업이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는 형태라서 독립영화는 문화적 가치나 작품적 가치가 있음에도 극장을 잡기 어렵게 되는 거고요. 이런 시스템에서 계속 배우나 감독 활동을 하다보면 아티스트가 아닌 직업인이 될 수밖에 없어요. 모든 사람이 다 잘 팔리는 맛있는 과자를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요.”
그가 ‘독립영화’와 ‘작가주의’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건 박찬욱 감독, 홍상수 감독 등을 경험하면서부터다.
“한국 영화의 경쟁력은 작가와 감독에게 있다고 봐요. ‘올드보이’라는 작품이나 ‘기생충’은 할리우드 B급영화보다도 낮은 제작비로 만들었는데도 칸을 홀렸는데, 그건 작가와 감독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좋은 작가들이 양성되어야 하는데 시스템이 이래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표현을 못하게 되는 환경이 되어버리니, 정책적으로 시위라도 해야할 것인가. 이런 문제에 부딪혔죠. 전 국회로 갈 순 없으니, 제 방식대로 독립영화를 후원하게 된 거예요. 그리고 제 방식이 훨씬 유효하다고 생각하고요. 저같은 유명인이 이런 순진한 생각을 하면서 행동으로 보여주면 다른 배우들도 ‘아, 이런 것도 있었네. 나도 지원을 해볼까?’라고 생각한다면 좋은 씨앗이 심어지는 것 아니겠어요? 사회 운동으로도 만들어질 수 있고요. 그렇게만 된다면 제가 없어도 누군가는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될 거고. 전 그걸 바라고 있어요.”
■배우로서 움직이게 하는 힘은 ‘작품’…“‘비질란테’ 만족스러워”
배우로서 움직이게 하는 것 역시 ‘좋은 작품’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비질란테’의 작품성과 재미에 대해선 큰 만족감을 느낀다고 자부했다.
“시즌2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평에 기뻤어요. 저도 이번 작품이 정말 재밌었거든요. 다크히어로물이라고 하면 마블이나 할리우드를 떠올리곤 하는데, ‘비질란테’에도 그런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비질란테’를 중심으로 속편이나 캐릭터 스핀오프물들이 만들어지면, 이것도 또 하나의 재밌는 콘텐츠들이 되겠다 싶었어요. 상업성과 현실성 고루 갖춘 시리즈라서 앞으로 그런 변주들이 다 가능할 것 같아요.”
극 중 ‘조헌’ 역을 위해 100kg 이상으로 몸을 불리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평소엔 85kg 정도였는데 3개월 안에 몸을 만들어야해서 부담이 갔어요. 평소 하던 크로스핏과 보디 빌딩 운동법을 병행했는데, 몸이 불어나는 게 확확 느껴지더라고요. 방에 들어갈때 정면으로 못 들어가서 비스듬히 몸을 돌려 들어갈 정도였으니까요. 그런 몸이 되어야만 전투력 있는 캐릭터로 보일 것 같았죠.”
남주혁과 호흡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가 군복무 중이라 홍보 활동을 함께하지 못해 아쉬울 뿐이라고 했다.
“남주혁이 사회에 있었다면 더 칭찬도 많이 받았을 텐데 아쉬워요. 그래도 요즘 군대엔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을 수 있어서 연락도 서로 주고 받고 있고, 조만간 면회도 가려고요. ‘비질란테’ 공개 전엔 배우나 감독이 불안해했는데, 지금 잘 나와서 다행인 것 같아요. 같이 즐겨야죠. 하하.”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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