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라이더] 지방으로 간 '닥터 임사부'...꿈꾸는 제 2의 삶은?
■ 진행 : 안보라 앵커
■ 화상중계 : 임경수 전북 정읍 아산병원장
■ 구성: 최혜정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라이더]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그래요, 꽃은 콘크리트 위에서는 안 핍니다. 흙길에서 피어나죠. 거친 비포장도로 위에 꽃 한 송이가 피었는데, 그 향기가 참 진하게 퍼집니다. 지방 의료기관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얘기, 참 많이들 하는데요. 여긴 희망이 있습니다. 유수의 의료진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는 전북 정읍으로 가봅니다. 아산병원 임경수 병원장 연결합니다. 원장님 나와계시죠?
[임경수]
안녕하세요.
[앵커]
저는 압니다마는 시청자 여러분께 원장님을 직접 소개하면 어떨까 싶어요. 자기 소개 잠깐 부탁드리겠습니다.
[임경수]
저는 전라북도 정읍시 정읍 아산병원에서 병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임경수입니다.
[앵커]
고맙습니다. 원장님 성함 앞에 닥터 임사부라는 수식어가 붙었더라고요. 드라마 닥터 김사부가 바로 연상되기도 하고 원장님이 어떤 분인가 봤더니 우리나라 초창기 응급의학과 시작을 이끄셨다면서요?
[임경수]
네, 제가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외과 전문의를 딴 다음에 1989년도에 응급의학과를 개설하고 동년 12월에 대한응급의학회를 창립을 하였습니다. 그 이후에 1996년도에 서울 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개설하면서 제가 옮기고 30년 근무하다가 정읍으로 내려왔습니다.
[앵커]
30년 서울에 있는 최상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다가 정읍으로 내려가셨어요. 지금 내려가신 지는 얼마나 되신 거예요?
[임경수]
만 2년 됐습니다.
[앵커]
다들 서울, 서울을 외치잖아요. 원장님 이력도 화려하고 워낙 출중하셔서 개업을 선택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콕 짚어서 지방 병원으로 내려가신 데는 큰 뜻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마음이셨어요?
[임경수]
처음에는 큰 뜻보다는 제 인생 목표가 퇴직 후에 2년 동안 전국의 300개 군을 한번 걸어서 돌아다니는 거였습니다. 마침 마산재단 의료원장님이 남부지방 먼저 밟아보라고 저한테 기회를 주셨는데요. 그렇게 또 큰일을 맡게 됐습니다.
[앵커]
혹시 내가 의사로서 무언가 일조를 해야 되겠다라는 사명감도 있으신가요?
[임경수]
저는 처음에 내려왔을 때는 응급의료만 좀 도와드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의료 환경이 열악하고 오자마자 필수의료라고 하죠, 신임으로 오자마자 두 달 이내에 마취과, 내과, 비뇨의학과, 소아청소년과 검진센터 의사 5명이 사직을 하였습니다. 더군다나 산부인과는 7년 전부터 아예 과가 없던 상황이었고. 그래서 이것만큼은 어떻게 개선을 해야 되겠다 그러면서 완전히 정신 차린 계기가 되었습니다.
[앵커]
게다가 원장님께서는 응급의학 전문의시니까 말씀하신 소아과,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이런 1차 기본적인 진료는 일단 혼자서 다 가능하셔서 더 용기가 나셨던 겁니까?
[임경수]
그런데 의사가 구할 수가 없어서 급한 상황에서는 제가 또 응급의학을 했으니까 각 과마다 조금조금씩 도와주시면서 구색을 맞춰가고 있습니다.
[앵커]
필요한 곳에 정말 아주 중요한 손길을 주셨어요. 그런데 왜 정읍인가 싶습니다. 원래 연고가 있으세요?
[임경수]
저는 호남지방은 학회 빼놓고는 가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마치 정읍아산병원이 고 정주영 회장님이 맨 처음 설립한 아산재단의 최초 병원이라서 제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그래서 흔쾌히 내려왔습니다.
[앵커]
마지막 임무라고 하시니까 괜히 제가 뭉클해집니다. 혹시 내려오시는데 가족들의 반대는 없으셨는지요?
[임경수]
집사람이 약간 머뭇거렸는데요. 그래도 제가 전국 2년 동안 도는 것보다 한 곳에 정착하면서 이것저것 하는 게 마음에 놓였는지 흔쾌히 허락해 주시더라고요.
[앵커]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사모님께서 지금은 어떤 반응이세요?
[임경수]
지금은 집도 두 채 있겠다, 관사로 주거든요. 2채 있다는 마음의 부자가 돼서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 원장님 옆으로 텃밭 가꾸는 모습이 나갔는데 원장님 맞으시죠?
[임경수]
네.
[앵커]
텃밭 어디서 가꾸시는 겁니까?
[임경수]
저희 관사 옆에 노는 땅이 많아서 주민들의 고통을 함께 느껴보기 시작하기 위해서 텃밭을 가꿨는데 아주 재미있더라고요.
[앵커]
주민들의 고통이라는 게 농사지으시는 분들이 많이 병원에 오셔서 말씀하시는 건가요?
[임경수]
농부들의 마음을 또 이해할 수 있어야지만 제가 또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앵커]
몸과 마음을 다 치료해 주고 계시는군요. 원장님, 지금 수도권 최상급 의료병원에 있었고 지금은 지방 병원에 계신데 처음에 가셨을 때 의료진이 부족한 그런 열악한 환경을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시설면에서도 다른 면이 있었을 것 같은데 처음 딱 병원에 갔을 때 어떤 부분이 가장 눈에 띄던가요?
[임경수]
서울의 3000병상의 큰 병원에 있다가 300병상의 아담한 병원에 오니까 마음이 착 가라앉고요. 굉장히 안정적이었고 바로 관사가 1분 거리에 있으니까 출퇴근하는 데 1분 걸리니까 너무 행복하고 좋았습니다.
[앵커]
직주근접의 행복함을 느끼고 계시는군요. 원장님 처음 오셨을 때 여러 다섯 분의 의사가 한 번에 그만두셨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원장님이 직접 인맥을 활용해서 인재 영입을 하신다고요?
[임경수]
저희가 초빙 공고내고 아무리 해도 1년 동안 의사를 못 구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인근 지역도 돌아다니고 여러 분 접촉하고 그러면서 한 분 한 분씩 오게 됐는데요. 작년 겨울에 저희 지역에서 유명한 명의 소아과 선생님 한 분 초빙하였고 그다음에는 제 대학 3년 후배, 비뇨의학과 과장님도 모셔오고 그다음에 금년 3월에는 또 서울 아산병원에서 저랑 함께 일했던 1년 후배, 산부인과 과장님, 또 그의 부인 소아과 과장님 이렇게 모시고 왔습니다.
그다음에 전라남도에서 아주 유명하신 산부인과 병원장님이 사업을 접고 저희랑 같이 함께하겠다고 해서 이번에 오셔서 굉장히 큰 행복을 느끼고 있는데, 다만 연세가 다 60~65세까지 실버파워로만 구성돼 있습니다.
[앵커]
실버파워시지만 워낙 다들 명의들이셔서 일당백을 하실 것 같습니다. 총 다섯 분 정도 내려오셨는데 말씀 들어보니까 주로 후배분들이 오신 것 같고. 처음에 내려와라라고 했을 때 선뜻 흔쾌히 오케이하시던가요?
[임경수]
이분들이 참 고마운 게 흔쾌히 승낙해 주시더라고요. 자기가 명예와 부와 이런 것보다도 나이가 드니까 마음 한구석에 허전한 게 있었는데 이렇게 지역사회에서 사회 활동을 하면서 자기가 치유받는 느낌을 받을 거라고 아주 선뜻 응해 주셨습니다. 굉장히 고맙습니다.
[앵커]
고민하시는 분들은 없으셨어요? 원장님이 뭔가 설득할 것도 없었을까요?
[임경수]
약간 고민하는 건 이게 정년이 있으니까요, 공식적으로는. 그래서 제가 손잡고 부탁을 했습니다. 70세까지 저랑 같이 한번 일해보자고. 그래서 죽기 전에 좋은 일 한번 해봐야 되지 않겠냐. 그랬더니 아주 박수 치고 좋아하셨습니다.
[앵커]
저도 박수 치고 싶습니다, 원장님. 몇 분 더 영입할 계획을 갖고 계세요? 혹시 지금도 설득하고 싶은 분이나 고민 중인 분들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임경수]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지금 응급의료에 또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응급실 지켜주실 분을 저희가 구하고 있고요. 그다음에 또 하나의 틀에서 벗어난 게 안과. 안과도 필요한데요. 한 분을 현재 교섭 중에 있습니다. 그분도 좀 나이가 있으신데 흔쾌히 저희에 동참할 것 같습니다.
[앵커]
지금 고민하고 계실 것 같아서, 교섭 중인 안과 명의께 한말씀 하신다면. 방송 통해서요.
[임경수]
저희 모든 시설, 장비, 인력 다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셔서 저와 함께 마지막 정열을 한번 태워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꼭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도 도와드릴 방법이 있으면 한번 찾아볼게요. 말씀 듣다 보니까 지금 연세가 다 있는 노교수라고 말씀하셨는데 젊은 인재를 영입하고 싶은 욕심도 있으실 것 같거든요.
[임경수]
그런데 다행히 또 대개는 젊으신 분들이 문화적 가치, 교육적 환경 이것 때문에 머뭇거리시고 있는데 정읍이 의외로 교통이 좋습니다. 전주 광주도 가깝고 서울도 가깝고 그래서 뜻만 있고 하면 언제든지 동참할 수가 있고요. 더군다나 이번에 젊으신 내과 선생님 두 분이 저희한테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그래서 언제든지 저희한테 연락을 주시면 마음의 위안을 받으실 겁니다. 그건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앵커]
환자 치료하러 갔다가 마음에 위안까지 얻으신다고 하니 젊은 의사분들, 많은 도움 부탁드리고 지원을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환자분들의 반응도 들어봐야겠어요. 어르신들이 많이 오실 텐데 뭐라고 말씀하시던가요?
[임경수]
저희 종합병원이 저희 정읍아산병원밖에 없었는데요. 어르신들이 한 과로 분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비뇨기과 문제가 있었고 또 내과도 가야 되고 이비인후과도 가야 되고. 그러면 어르신들이 세 군데 병원을 돌아다녀야 되는데 종합병원에 각 과를 갖추기 시작하니까 한곳에서 모든 진료를 볼 수 있어서 방황하지 않아서 좋다고 요새 분위기가 좋아졌습니다.
[앵커]
방황하지 않아서 좋다. 환자분이 병원에 오시지 않아도 원장님이 직접 출장까지 가신다고 들었어요.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의 경우는 드라마에서처럼 왕진가방 들고 가는 겁니까?
[임경수]
참고로 말씀드리면 정읍시가 서울 면적의 1.1배인데요. 주민은 10만 명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까 인구밀도가 너무 낮아서 의료 환경이 열악하고 더군다나 정읍시는 초고령 사회입니다. 어르신들이 40%에 가깝고 또 장애인은 약 10%, 공식 장애인만 10%고 비공식으로 합쳐서 14%까지 장애인이 많고 그다음에 보건소 인력은 적으니까 이분들을 어떻게 접종이라든가 힘이 안 닿는 데가 많아서 1년에 몇 번씩은 제가 간호사 두 분 태우고 제가 직접 운전하고 요양시설, 장애시설 다니면서 제가 진료도 하고. 더군다나 올해 후반기부터는 정읍시랑 농업협동조합이 도와주셔서 100세 건강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 장비를 다 싣고 가서 건강검진도 해 드리고 진료도 해 드리고 이런 사업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앵커]
원장님, 말씀 들어도 정말 바쁘실 것 같아서 저는 제가 원장님과 인터뷰하는 앵커로서 원장님 걱정도 잘 챙기시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고요. 마지막으로 저마다 위기다, 망할 거다, 절망적인 목소리가 팽배한데 원장님이 피운 꽃 한 송이가 이렇게 반갑고 감동적일 수 없고 희망을 보여주셔서 제가 국민들을 대신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원장님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 그리고 후배 의료진들을 위한 당부의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임경수]
와 보니까 참 열악한 환경입니다. 그래서 정읍이 예를 들면 국가 암검진 참여율이 48%밖에 안 되고 등록 장애인 포함해서 전체 장애인이 전체 주민의 약 14%가 됩니다. 그래서 제 목표는 국가 암검진 참여율을 5% 높이고 그다음에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흡연 같은 것에 대한 계몽을 해서 뇌 심혈관질환 발생률을 한 5% 낮추는 게 지금 인생의 최대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그다음에 젊은 의사분들, 참 부와 명예가 중요하지만 나중에는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 시골병원에 오시면 환자를 치유하는 게 아니라 내가 치유받는 느낌을 받을 테니까 머뭇거리지 마시고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저를 언제든지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원장님, 저 계속 말씀 들으면서 닥터 김사부 드라마가 계속 생각이 났어요, 제가 정말 잘 봤거든요. 앞서 텃밭 가꾼 모습도 보여주셨고 사람도 살리고 식물도 잘 살리시는지 궁금합니다.
[임경수]
열심히 키우겠습니다.
[앵커]
도시 의사의 삶, 시골 의사의 삶. 짧게 장점 한마디만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임경수]
세 가지로 딱 압축하면 도시는 화려함, 대신 시골은 건강한 삶. 도시는 경쟁하는 사회라고 하면 시골은 서로 배려하는 사회. 조금 전에 말씀드렸지만 도시에서는 치료하는 의사지만 시골에서는 치유받는 의사가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꼭 명심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앵커]
닥터 임사부 만나봤습니다. 빛이 너무 따뜻해서 이 추운 겨울도 다 녹일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전북 정읍아산병원 임경수 병원장과 말씀 나눠봤습니다. 원장님, 오늘 바쁘신데 연결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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