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 정글서 탈출”… 둥근 캔버스 위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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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과 임충섭(사진)은 미국 뉴욕에서 서로의 미학을 나눴다.
충북 진천에서 태어나 미국 뉴욕에서 그림을 그리고, 현대미술과 서예의 조형성을 실험하고, 캔버스를 넘어 오브제와 키네틱 설치까지 손대는 데 주저함이 없는 임충섭은 반세기 동안 동서양과 자연·문명, 추상·구상의 이분법적 경계선에 다리를 놓는 촉매 역할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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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서예 잇는 시도
백남준과 임충섭(사진)은 미국 뉴욕에서 서로의 미학을 나눴다.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로 불린 앞선 이가 ‘이방인’이라면 임충섭은 ‘사잇 존재’로 설명할 수 있다. 공간을 의미하는 ‘사이’와 그걸 연결하는 ‘잇다’를 합한 이 개념은 설치예술가로서 그와 백남준을 차별화하는 정체성이다. 충북 진천에서 태어나 미국 뉴욕에서 그림을 그리고, 현대미술과 서예의 조형성을 실험하고, 캔버스를 넘어 오브제와 키네틱 설치까지 손대는 데 주저함이 없는 임충섭은 반세기 동안 동서양과 자연·문명, 추상·구상의 이분법적 경계선에 다리를 놓는 촉매 역할을 해 왔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개인전 ‘획(劃)’은 이런 임충섭의 미학적 성취를 경험하는 반가운 자리다. 1973년 뉴욕으로 이주한 뒤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부터 올해까지 40여 년의 예술세계를 망라한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사각 캔버스 틀을 벗어난 자유형 캔버스부터 드로잉, 영상 결합 키네틱 설치, 고부조 등의 장르와 매체를 가리지 않고 창작에만 몰두한 결과물들이 나왔다.
나란히 걸려 있는 ‘하얀 한글’과 ‘수직선 상의 동양 문자’가 눈길을 끈다. 50년 전 “전통적 사각형 정글에서 탈출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미국으로 무대를 옮긴 임충섭답게 둥근 모양의 자유형 캔버스 작품으로, 12일 열린 언론공개회에 선 임충섭은 “여든이 넘은 나이에 밤새워 손으로 직접 둥글게 만들었다”고 너스레를 떨며 자랑하는 작품이다. 재밌는 점은 두 작품이 대칭을 이루는 점이다. ‘하얀 한글’이 흰 여백 사이에 한글 자음과 모음이 둥글둥글하게 미니멀한 형태로 그려져 있다면, ‘수직선 상의 동양 문자’는 수직으로 된 선들 사이에 한자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동양의 여백성과 서양의 수직성이 어우러지는 화면이다.
‘화석-풍경@다이얼로그’, ‘무제-木’ 등 아상블라주 연작도 재밌다. 뉴욕 거리를 걸으며 발견한 나뭇가지와 새의 깃털, 못 등 어울리지 않는 재료를 배치하거나 중첩해 묘한 공존 상태를 만든다. 임충섭은 “맨해튼 거리를 걷다가 길거리에 버려진 것들을 호주머니에 넣는다”면서 “모든 사물은 자기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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