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켐바이오, 임상후 기술수출로 전략전환…수출금액 최소 수십배 늘린다
임상 진행해 파이프라인 가치 높이는 것에 집중
캐시카우에 기술료 확보로 연구개발 비용 선순환
[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레고켐바이오(141080) 사이언스가 파이프라인 개발을 고도화 한 뒤 기술수출하는 방안으로 전략을 바꾼다.
기존에는 후보물질 또는 전임상 단계에서 파이프라인을 기술수출하면서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임상을 통해 효과까지 확인한 뒤 더 큰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키겠다는 것이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LCB84 임상 1/2상 승인 받은 뒤 10월 중 첫 환자 투여를 시작했다. 임상시험 목표 대상자 수는 300명이며 오는 2027년 5월 임상 2상까지 모두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LCB84 기술수출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레고켐바이오가 자체 임상에 들어간 최초의 파이프라인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기술수출된 LCB14, LCB71, LCB73 등은 개발 초기에 기술수출 계약이 이뤄지면서 파트너 주도로 임상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바이오협회 등의 자료에 따르면 신약 후보물질 및 전임상 단계의 파이프라인이 임상 1상에 들어가는 경우 기술수출 경제적 가치는 10~30배 가량 증가한다. 특히, 임상 2상과 3상은 신약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단계로 신약 후보물질의 가치가 대폭 높아진다. 임상 2상 때는 30~50배, 3상 때는 100배 가량 가치가 높아진다.
특히, 최근에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면역항암제를 병용하는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LCB84 기술수출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현재 LCB84 기술수출 관련 여러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신약 후보물질 단계에서 기술수출하면서 파이프라인에 대해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다”라며 “LCB84를 시작으로, 앞으로는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자체 임상을 진행해 가치 높여 기술수출하는 전략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연구개발 비용…선순환 구조 기대
레고켐바이오는 후보물질 발굴에 이어 자체 임상 역량을 갖추기 위해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가 연구개발 비용을 충당할 수 없다면 자체 개발을 이어가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레고켐바이오의 최근 3년 연구개발비용을 살펴보면 2021년 390억원에서 지난해 511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3분기만에 535억원을 사용했다.
바이오 기업이 임상 초기 단계에서 파이프라인을 기술이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자금 확보다. 현재 레고켐바이오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의약사업부문에서 매년 200억원 가량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또 기술수출한 파이프라인에서 매년 130억원 안팎의 기술료가 들어오는 중이다.
다만, 300억~400억원 가량의 매출로는 5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용을 지속적으로 감당하기 힘들다. 따라서 레고켐바이오는 이번 추진 중인 LCB84 계약에서 계약금(업프론트) 규모를 높여 연구개발에 다시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현재 매년 330억원 가량의 매출이 발생하지만 연구개발비를 충당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며 “LCB84 기술수출이 된다면 계약금으로 향후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에 대한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기술수출된 물질들이 속속 임상에 진입하거나 임상이 진행되면서 수령할 수 있는 기술료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중국 제약사 CStone에 기술수출한 LCB71는 작년 3월 중국·미국·호주에서 임상 1상을 허가받아 진행 중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임상시험정보사이트 ‘클리니컬 트라이얼즈’ 기준으로는 올해 말 임상이 종료될 예정이며 내년 상반기 중간결과 발표가 기대된다.
또 익수다에 기술수출한 LCB73은 올해 9월 임상 1상에 진입해 2025년 하반기 임상 종료가 예정돼 있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 종료는 계획보다 늦어질 수 있다”며 “기술수출을 추진 중인 LCB84 다음 파이프라인에 대한 고민도 함께 이뤄지고 있으며 매년 1개 이상의 파이프라인에 대해 자체 임상을 진행하면서 가치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kim89@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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