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인문학자 양성… 사회를 아름답게 가꾸고자 애쓰신 당신[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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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그리운 분이 있습니다.
그분이 핏줄이라면 그리움 속에 슬픔의 몫이 많겠지요.
그분이 핏줄이 아니라면, 그분은 우리 인생의 어느 지점에 등장해서 우리 삶의 궤적을 바꾸셨거나, 아니면 많은 사람의 우러름을 받는 큰일을 해내신 분일 겁니다.
그리운 명예이사장님, 참된 인문학자를 양성하여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가꾸고자 애쓰신 당신의 고결한 정신과 실천을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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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그리운 분이 있습니다. 그분이 핏줄이라면 그리움 속에 슬픔의 몫이 많겠지요. 그분이 핏줄이 아니라면, 그분은 우리 인생의 어느 지점에 등장해서 우리 삶의 궤적을 바꾸셨거나, 아니면 많은 사람의 우러름을 받는 큰일을 해내신 분일 겁니다. 그리고 그런 분을 그리워하고 기억하는 일은 슬프다기보다는 뭉클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되는 즐거운 순간입니다.
김희경 명예이사장님은 저희 장학생들에게는 그런 분이셨습니다. 4년 전에 세상을 떠나셔서 더 이상 만나 뵐 수 없고, 그래서 그리워할 수밖에 없지만, 그분을 추억하는 일은, 그분의 헌신적인 삶을 다시 되새기고 저희의 정신적 유산으로 물려받는 일입니다.
저희 장학생들에겐 김희경 명예이사장님에 대한 애틋한 기억들이 있습니다. 무더운 8월의 학술대회가 열릴 때마다, 명예이사장님께서는 노환에도 불구하고,거동이 힘든 몸을 이끌고 학술대회장에 오셨습니다. 저희를 격려하고 응원하시기 위해 당신께서 손수 준비하신 원고를 천천히 한 마디 한 마디씩 읽어 내려가시던 모습을 저희는 기억합니다. 인간의 의지가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이 있다면 저는 주저 없이 이 순간을 꼽을 것입니다.
명예이사장님은 노환이 더 진행돼 거동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몸소 저희를 찾아오시던 명예이사장님의 노고를 덜어드리고자 저희가 병원에 입원해 계셨던 명예이사장님을 찾아뵙곤 했습니다. 저희는 기억합니다. 병실에서 저희가 찾아온 것을 알아채시고 반가워하시던 모습을, 저희에게 무언가를 말씀하시기 위해 애쓰시던 그 입술의 떨림을, 당신께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저희가 마련한 소소한 선물(기도하는 천사상, 중세식 십자가 등)을 손에 꼬옥 쥐고 흐뭇한 미소 짓던 모습을, 생의 끝자락에서도 저희가 문병 왔을 때마다 보여주셨던 반가움의 표현들, 그리고 당신의 헌신으로 저희가 학업을 완수하고 취득한 학위논문과 학위기를 받으시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시던 모습을.
꽃과 초록이 가득하던 때에 조용히 떠나신 김희경 이사장님. 이제는 손잡을 수도, 말 건넬 수도 없는 곳에 계시기에 떠오르는 그리움 모아 인사드립니다. 명예이사장님의 믿음과 응원을 입은 저희 모두는 지금, 여기에서 인문학 교육과 연구에 올곧게 전념하고 있습니다.
명예이사장님, 꽃이 진 자리에 꽃망울이 오르듯, 저희와 우리의 아이들이 당신이 남긴 그 자리에서 자라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저희가 당신의 뜻을 이어 울창한 나무로 자라 숲이 되어 세상을 보듬고, 꽃과 열매로 많은 사람에게 삶의 의미와 가치를 안겨주려 합니다.
그리운 명예이사장님, 참된 인문학자를 양성하여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가꾸고자 애쓰신 당신의 고결한 정신과 실천을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기립니다.
장학생을 대표하여 문경훈 올림
18년간 유럽인문학 연구 학생 786명에 133억 장학금
■ 유럽정신문화장학재단
고 김희경 여사는 사재를 출연하여 지난 2006년부터 장학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설립한 유럽정신문화장학재단은 2023년까지 18년간 유럽인문학을 공부하는 국내대학 학부생, 석사과정생, 박사과정생 및 유럽대학 박사과정생 786명에게 총 133억여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2023년까지 재단 지원을 통해 한국 국적의 유럽대학 박사과정생 94명 중 59명의 장학생이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41명의 장학생이 전임교수로 임용되어 후학 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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