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따라 아내도 ‘나눔 홀릭’ … “훗날 우리 아이들도 동참했으면”[나눔 실천하는 초록빛 능력자들]
4억7100만원 기부한 남편
장애인 스포츠 선수도 지원
“후원하면서 지출하는 돈은
다양한 형태의 가치로 채워져”
아이들 보면 힘나는 아내
저소득층 아동들 복지 개선
“나눔은 세상 살아가는 원동력
아이들의 꿈 지속적으로 응원”
“그동안 개인, 회사 법인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후원해 왔는데, 앞으로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을 위해 사회 구조적인 문제까지 들여다보면서 활동하려고 합니다.”(정영식 후원자)
“자그마한 후원금으로 용기를 얻어 꿈을 키워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이 저희로 하여금 후원 활동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김문주 후원자)
수소에너지 관련 사업체를 운영하며 10년 이상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해 온 정영식, 김문주 후원자 부부가 최근 가장 힘을 쏟는 것은 국내외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동들의 복지 향상이다. 1남 1녀의 자녀를 키우는 이들 부부는 자녀의 친구들을 대하는 마음으로 저소득층 아동 주거 환경 개선 등의 국내 활동은 물론 베트남 학교 환경 개선 사업 등 해외 사업에도 참여해 왔다고 한다.
정 후원자와 아내 김 후원자는 아동 복지 전문 기관 초록우산에 각각 1억 원 후원 또는 후원 약정하며 2017년 고액 후원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에 나란히 가입하기도 했다. 그린노블클럽에는 이들 부부를 포함해 총 열아홉 가정이 부부, 부자, 모녀, 형제 등 다양한 가족 형태로 가입돼 있다. 김 후원자는 “나눔에 대해 한 번씩 남편과 이야기할 때가 있는데 가치관과 생각이 비슷하다 보니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어 기쁘다”며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도 나눔의 기쁨을 깨달아서 먼 미래에 가족 모두가 그린노블클럽에 가입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6년부터 개인은 물론 운영하는 회사 범한산업 등을 통해 정 후원자가 초록우산에 후원한 금액만 해도 4억7100만 원에 달하며, 2019년부터 동참한 김 후원자도 2040만 원가량을 기부했다. 정 후원자는 1990년 범한산업을 창업한 뒤 사업을 확대해 왔으며 현재는 범한그룹 회장이자 범한퓨얼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그는 앞서 2011년에는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 후원자 모임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했고 2014년에는 보건복지부가 모금회와 공동 주최하는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수상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초록우산 경남후원회장이기도 한 정 후원자의 경우 아동 지원에 대해 단순 후원을 넘어 정책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을 해 보자는 큰 그림도 그리고 있다. 그는 “우리 초록우산 경남지역본부가 창원시 여성가족과와 함께 다둥이 자녀 지원 관련 협약을 맺으려고 한다”며 “출산율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도록 사회공헌 형태의 기금을 조성해 사업을 해 보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초록우산 경남지역본부에서 시민과 기업, 단체를 대상으로 모금캠페인을 진행하고, 창원시에서는 다양한 행정 지원과 사례 추천 등을 지원하는 모델을 만들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 후원자는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고민 중이지만 넷째 자녀를 낳는 다둥이 가정에 경제적 상황에 상관없이 무조건 지원을 하는 등 아동복지와 저출산 문제 해결에 기여하기 위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후원자는 오랜 기간 후원해 오면서 예기치 못하게 딴 대회 상금을 경주마 이름으로 장애인 선수단에 기부한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평소 경마에 관심이 많다는 정 후원자는 2004년 렛츠런파크 부산 경남 지점 개장과 함께 마주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자신의 말인 ‘당대불패’를 앞세워 기부한 게 기억에 남아 있다고 했다. 당대불패가 ‘대통령배 경마대회’에서 3연속 우승하는 등 많은 대회에서 승리를 거둬 큰 상금을 받게 되자 아내인 김 후원자와 상의 끝에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포함한 여러 자선 단체에 총 억대의 성금을 기부한 적이 있다고 한다.
정 후원자는 “기부금이 장애인 스포츠 선수들의 장비 구매에 요긴하게 사용됐다고 하니 마주로서 깊은 보람과 감사를 느꼈다”고 말했다. 김 후원자는 “장애인 선수들이 힘겹게 딴 메달을 남편과 내 목에 걸어줄 땐 울컥했다”면서 “선수들이 메달을 따기까지 노력한 과정들을 상상해 보니 더 일찍 나눔을 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동시에 반성하게 되는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끝으로 정 후원자는 “아직 후원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예비 후원자들에게는 마음 편하고 즐거운 첫 후원의 경험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며 “애초에 재정적으로 완벽한 상태에서 후원하는 사람은 없기에 부담을 더는 것이 중요하고, 후원하면서 지출하게 되는 돈은 다양한 형태의 가치로 채워진다는 점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원자는 “나눔을 실천하면서 경험한 깊은 감동은 세상을 살아가는 원동력 중에 가장 큰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공동기획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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