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미치게 만들어요” 오피스텔·원룸도 층간소음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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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토부가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 방안'을 발표했지만 벽간·층간소음에 취약한 원룸과 오피스텔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표승범 공동주택 문화연구소 소장은 "오피스텔, 원룸 등은 특히 벽간소음이 많기 때문에 건축 규제에서 벽의 두께나 소음재를 강조하지 않으면 이후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감당할 수밖에 없다"며 "아파트를 대상으로만 층간소음 관리위원회를 만들 것이 아니라 지역별 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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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진동소리까지 다 들려”
공동주택 위주 정책에
원룸·오피스텔 거주자는
피해 해결 창구도 없어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옆집에서는 작은 목소리로 통화하는 소리까지 다 들려요. 윗집에서는 쿵쿵 거리는 발소리가 울리고요. 집에 가면 작은 소리에도 예민해져서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요. 이런 일이 1년 반 넘게 이어졌어요.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새벽 1시에 옆집 문을 두드리기도 했어요. 쪽지도 써 붙이고. 그래도 소음이 계속되니까 경찰 신고나 민원 접수도 알아봤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벽간·층간소음이 진짜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요. 삶이 피폐해지고 망가지는 느낌이에요.”(한 층에 다섯 가구짜리 원룸에 사는 24세 정모씨)
최근 국토부가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 방안’을 발표했지만 벽간·층간소음에 취약한 원룸과 오피스텔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현행 주택법 상 원룸과 오피스텔은 공동주택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원룸과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1인 가구 다수는 벽간·층간 소음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봉건우(26) 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윗집에서 나는 소리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발소리 뿐 아니라 휴대폰 진동소리,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다 들렸기 때문이다. 봉 씨는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윗집의 휴대폰 진동 소리에 자다가 깼다”면서 “오피스텔 관리사무소가 24시간 운영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야간에 층간소음이 있을 때는 민원을 제기하거나 해결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고 토로했다.
지난 11일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방안 내놓았다. 앞으로 새로 짓는 아파트의 경우 층간소음 기준을 만족할 때까지 보완 시공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정부가 정한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준공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는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만 적용된다. 주택법 상 원룸, 오피스텔은 공동주택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적용이 되지 않는 것이다.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층간소음 대책에서도 배제된다.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공동주택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운영하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이용이 제한된다. 일정 규모 이상 공동주택에 입주민, 동 대표, 관리사무소장, 관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층간소음 관리위원회’를 의무 설치하는 개정안이 지난 10월 본회의에서 통과되기도 했지만, 공동주택에 포함되지 않는 원룸과 오피스텔은 설치 대상이 아니다.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방 쪼개기나 저렴한 자재 사용 등으로 벽간·층간소음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주거권 시민단체인 민달팽이 유니온의 지수 위원장은 “집과 집을 분리하기 위한 벽이 아니고 가벽을 세우는 등 불법 방 쪼개기를 하기 때문에 사실상 한 집에 살게 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오피스텔 등에 거주하는 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인구는 약 112만8875명로 2018년(73만1907명)에 비해 5년 새 54.2% 급증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원룸과 오피스텔의 벽간·층간소음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형사 소송 판결문 자료를 보면 주택법상 공동주택 이외 다가구주택, 고시텔 등에서도 범행이 많이 발생했다”며 “공동주택에 한정해서 층간소음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층간소음 특별법 등을 제정해 층간소음 대책을 적용하는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표승범 공동주택 문화연구소 소장은 “오피스텔, 원룸 등은 특히 벽간소음이 많기 때문에 건축 규제에서 벽의 두께나 소음재를 강조하지 않으면 이후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감당할 수밖에 없다”며 “아파트를 대상으로만 층간소음 관리위원회를 만들 것이 아니라 지역별 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비(非)아파트에 비해 세대 수가 많고 고층으로 지어지는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문제 발생 가능성과 이로 인한 분쟁의 소지가 크다는 정책적인 고려가 있었다”며 “현재로서는 층간소음 해소방안을 비아파트까지 확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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