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급 상황 시 신고 장소 강제 진입" 등…112 기본법 제정

범죄 신고부터 구조 요청까지 연평균 2천만 건 정도를 처리하는 경찰 112 신고의 법적 근거가 66년 만에 마련됐습니다.

경찰청은 '112 신고의 운영 및 처리에 관한 법률안'(이하 112 기본법)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112 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이 위급 상황이라고 판단되면 타인의 건물 등에 진입할 수 있고 이를 막으면 과태료를 부과합니다.

기존에는 천재·사변 등 위험한 사태, 대간첩 작전 수행, 범죄 행위가 목전인 경우를 전제로 '위해가 임박한 때'에 한해 매우 제한적 범위에서만 긴급 출입이 가능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한 여성의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이 여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남자친구 집을 2차례 찾아갔으나 인기척이 없어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위해가 임박한 때'로 보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실종 여성은 이튿날 남자친구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또 지난 2021년에는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신고 장소 내부에 인기척이 없고 문이 잠겨져 있어 철수했는데, 이로부터 1시간 뒤 피해자가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재난·재해·범죄 등 위급한 상황에서 112 신고가 이뤄질 경우 출동 현장에서 '피난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고 이를 거부·방해한 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 규정도 넣었습니다.

기존에는 법상 천재·사변을 포함한 위험한 사태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피난·억류' 조치가 가능하고 별도 제재 규정이 없어 재해·재난 등 다양한 위급 상황에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태원 참사와 같은 인파 밀집 사고 시에도 경찰이 강제로 대피시킬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는 셈입니다.

연간 4천 건가량의 거짓·장난 및 허위 신고로 경찰력이 낭비되는 문제점을 해결하도록 500만 원 이하 과태료 부과 규정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현재는 거짓·장난 신고의 사안과 정도에 따라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와 경범죄 처벌법상 거짓 신고(6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를 통해 처벌하고 있습니다.

112는 1957년 도입 후 별도 근거 법령 없이 경찰청 행정규칙(예규)인 '112 치안종합상황실 운영 및 신고 처리 규칙'을 통해서만 운영해오다가, 지난 2021년 법률 제정 논의를 시작해 지난해 1월 의원 입법으로 법률안이 상정됐습니다.

이후 현장 경찰 간담회, 입법 공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3년여 만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습니다.

112 기본법은 공포 후 6개월 후인 2024년 6월쯤, 시행될 예정이며 시행일에 맞춰 대통령령 등 하위 법령도 제정됩니다.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배준우 기자 gate@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