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하루에만 109배 거래 폭증···한국앤컴퍼니, 또 다른 선행매매 의혹 배후는? [biz-플러스]
평소 日 거래량 보다 최고 109배 많아
'호재성' 공시 없어 지분 대량 매집 의혹
공개매수 계획 공시 전 샜을 가능성 제기
조양래 명예회장 '형제의 난' 개입 시사
자신이 평생 일군 회사, 사모펀드가 넘봐
금융당국이 한국앤컴퍼니(000240)(옛 한국타이어그룹)의 공개매수 공시 전 선행매매 의혹을 살펴보기로 한 가운데 지난 8월에도 하루 평균 거래량의 최고 109배에 달하는 대규모 이상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엔 대형 수주와 신규 투자 유치 등 ‘호재’가 전혀 없어 최근 조사를 받고 있는 선행 매매 의혹과 거래 양태가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매수 주체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일각에서는 공개매수 계획이 사전에 유출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13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 한국앤컴퍼니는 지난 8월18일(864만5118주)과 21일(826만4084주) 이틀에 걸쳐 총 1690만9202주가 거래됐다. 이는 올 들어 대량 거래가 터진 직전일인 8월17일까지의 누적 거래량(1218만4388주)보다 많고, 지난해 전체 주식 거래량(2086만4178주)의 81%에 달하는 엄청난 거래량이다. 올 들어 7월까지의 일 평균 거래량(7만9383주)과 비교해도 8월18일은 109배, 21일은 104배나 많다.
이틀 간 한국앤컴퍼니의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1만1000원대 박스권에 장기간 갇혀 있던 주가도 꿈틀했다. 8월18일 장중엔 전거래일 보다 24.77% 오른 1만4000원, 19일엔 16.61% 상승한 1만4460원을 찍었다. 이후 한국앤컴퍼니의 주가는 거래량이 점차 줄고, 매도세가 몰리면서 1만원 초반대로 돌아갔다.
증권업계는 거래량 폭증을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주가를 끌어 올릴 호재성 공시가 전무한 상황에서 불과 이틀 사이에 1년 누적 거래량에 버금가는 거래가 이뤄져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 시장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작전은 대형 수주나 신규 투자 유치와 같은 회사의 호재성 공시와 함께 큰 손들이 움직이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이번처럼 아무런 공시가 없는데도 짧은 기간에 거래량이 폭발한 것은 누군가 지분을 의도적으로 매집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실제 당시 이틀 간 이뤄진 거래량의 30%만 매집해도 한국앤컴퍼니의 총 발행주식의 5.34%에 해당한다. 큰 손인 개인이 5% 지분 공시 의무를 피해 여러 계좌로 나눠 매집한 후 조 고문 측 또는 조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남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IB업계 관계자는 “대량 거래가 특정 세력의 지분 매입의 결과였다면 공개 매수 기간에 팔아 시세차익을 얻거나 우호세력으로 남을 수 있다”며 “금융당국도 선행매매를 포함해 당시 거래계좌와 매매 패턴 등에 대해 조사에 들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이 장남 조현식 고문과 차남 조현범 회장의 경영권 분쟁에 뛰어들었다. 한국앤컴퍼니 고위 관계자는 “조 고문의 우군인 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 인수 가격을 올릴 경우 조 명예회장이 이번 사태에 직접 관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필요할 경우 개인 자금을 투입해서라도 경영권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한 것이다.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MBK의 공개매수 인수 가격인 2만 원을 웃돌고 있어 조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한국앤컴퍼니의 종가는 2만 1000원이었다. 하지만 MBK가 막판에 인수 가격을 높여 반전을 꾀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결국 조 명예회장이 참전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은 42.03%로 우호 지분을 7~8%만 추가 확보하면 조 고문과 MBK 측의 공개매수 사태를 안정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조 명예회장은 자금력이 풍부한 만큼 우호 지분을 추가 매입할 여력이 충분하다. 한국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161390)(한국타이어) 지분을 전량을 조 회장에 넘기며 받은 매각 대금만 최소 3000억원 이상이다. 경영 일선에 있을 당시 계열사 배당을 통해 확보한 자금까지 더하면 MBK가 이번 공개매수에서 최대 지분(27.32%)을 확보할 때 투입할 자금(5186억 원)을 훨씬 웃돈다.
조 명예회장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 대한 직접 개입을 선언하자 재계에서는 “나올 게 나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자신이 결정한 후계 구도를 뒤흔드는 현 사태를 가만히 지켜보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 재계에서는 이번 경영권 분쟁이 조 명예회장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MBK와 장남인 조 고문과 차녀 조희원 씨의 공개매수 설명서를 보면 공개매수 성공 이후 경영 주도권을 MBK에 넘기는 조항이 다수 포함됐다. 한국앤컴퍼니 인수 이후 이사회를 구성할 때 MBK가 조 고문 측보다 신임 이사를 한 명 더 지명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MBK와 조 고문 측의 계약서를 보면 장남인 조 고문이 아버지가 일궈온 조 씨 가문의 경영권을 사모펀드인 MBK에 떠넘겨주는 격”이라며 “이미 3년 전 자신이 정한 후계 구도까지 뒤흔드는 현 사태를 촉발한 조 고문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담긴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MBK가 조 명예회장의 경영권 개입 시사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점이 변수다. 현재로서는 “공개매수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24일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게 투자은행(IB) 업계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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