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이상희 “간호사 그만뒀던 부채감, 이번 작품으로 조금은 털어냈어요”[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3. 12. 1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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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박수연 역을 연기한 배우 이상희. 사진 눈컴퍼니



배우 이상희와의 인터뷰 자리에는 도착하자마자 접시 위에 깎은 사과가 올라와 있었다. 다들 처음 보는 사이, ‘아이스 브레이킹’이라는 절차가 필요 없이 처음부터 사과가 맛있다며 미소를 띤 대화가 시작됐다.

이상희는 ‘정신병동에 아침이 와요’에 함께 출연한 홍정란 역 배우 박지영과 함께 법륜스님의 정토회 행복학교도 다니고 있다. 두 달 째 수업을 다니고 있는데 행복을 배우는 것보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감정을 연습 중이다. 이 모든 것이 드라마를 통한 인연이다.

“자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해 주신다는 사실을 아니까, 잔잔한 이야기가 이렇게 넓게 사랑을 받을 줄 몰랐어요. 누군가에게 따뜻하고 깊게 와 닿으면 좋겠다는 바람만 있었는데, 이 상황을 보니 다들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박수연 역을 연기한 배우 이상희. 사진 눈컴퍼니



지난달 처음 공개된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건강의학과를 배경으로 매번 다른 사연으로 병동을 찾는 환자와 가족 그리고 병동을 구성하는 의사, 간호사, 보호사 등의 이야기를 버무렸다. 이상희는 극 중 명신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의 ‘차지쌤(선생님)’ 이른바 ‘책임간호사’ 박수연을 연기했다. 매번 냉철한 판단으로 일에서는 빈틈이 없으면서도 보이지 않게 위아래를 챙기지만, 워킹맘으로서의 애환도 있다.

“워킹맘의 이야기를 다뤘던 5회가 기억나요. 사실 아이를 키우지는 못했지만, 친구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많이 알고 있었거든요. 저희 어머니를 떠올리기도 했고요. 도처에 그런 엄마들이 자연스럽게 있으니까 몰입은 어렵지 않았어요.”

그는 대학시절 간호를 전공하고 실제 사회생활을 간호사로 처음 시작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는 연극부를 들고 싶었지만, 집의 반대가 있었고,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간호사에서 크루즈 선원으로 과감하게 진로를 바꾸는 민들레(이이담) 같은 용기는 없어 마음 한쪽에 꿈을 묻어두고만 있었다. 언젠가 하고 싶었던 멋진 간호사의 역할을 이번에 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박수연 역을 연기한 배우 이상희 출연장면. 사진 넷플릭스



“연기가 좋아 일을 관뒀다면 그렇지 않았을 텐데, 간호사의 일도 멋지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이유로 패배감이나 부채의식이 있었어요. 간호사의 일이 드라마에 담기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자세히 담으려고 하는 작품은 처음이어서 너무 좋았고, 이 역할을 잘 해내면 부채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많은 간호사분들이 좋아하신다면 좋겠어요.”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 함께 한 이정은이나 박보영, 이이담, 박지연, 전배수 등과 만남을 큰 의미를 줬다. 게다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마음의 병을 다룬다는 소재도 울림을 줬다.

이재규 감독은 촬영 전 배우들과 단체 티를 맞췄는데 역할을 준비하면서 스스로 진단해본 진단명의 코드를 각자 배우의 옷에 박아줬다. 이재규 감독은 강박증, 박지연은 조증 등의 식이었다. 이상희는 ‘바이폴라(Bipolar)’ 양극성 조울증을 박아넣었다. 정신병은 예로부터 한국사회에서는 증상을 스스로 밝히기 터부시되는 영역이었지만 이 드라마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달랐다.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박수연 역을 연기한 배우 이상희. 사진 눈컴퍼니



“지금 세상에 필요한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어요. 내레이션이나 대사 등이 와닿는 것이 많았고, 각 환자의 이야기를 보면서 ‘내 이야기다’ 생각한 부분이 다 있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 내 옆에 있는 누구도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저를 받아들이게 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많은 분들이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고, 가볍게 넘기지도 않는 그런 부분을 찾았으면 해요.”

이상희 스스로도 2010년부터 연기를 시작하면서 조금씩 조단역을 거쳐 이름이 있고 명성이 있는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특히 ‘봄밤’을 시작으로 ‘검사내전’ ‘지금 우리 학교는’ ‘소년심판’ 등 드라마를 통해 존재감을 키웠다. 그의 본명은 이나리. ‘상희’라는 이름은 어머니의 성함이다. 엄마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 정했다.

“연기 비전공자라 자연스러운 연기가 제 장점이자 단점이 되더라고요. 최근 ‘어른 김장하’를 보고 왔는데, 칭찬하지도 나무라지도 말고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유명해지면 당연히 좋겠지만, 저는 연기하는 자체가 좋습니다. 좋은 작품을 하고, 더불어 작품이 사랑까지 받으면 앞으로도 더할 나위 없겠죠.”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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