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랏차차!K씨름" 세기의 라이벌,이태현X황규연이 제주 청스한 모래판에 떴다[靑運:청소년운동]
지난달 25일 제주시 한라씨름장에서 펼쳐진 2023년 '청스한' 씨름대회, 주말 이른 아침 천하장사들이 말끔한 차림으로 씨름 후배들 앞에 우뚝 섰다. 모래판 위 프레젠테이션, 대선배들이 말하는 '씨름의 길' '인생의 길' 조언에 씨름 꿈나무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청스한'은 학생선수와 일반학생이 '원팀'으로 출전해 우정과 추억을 쌓는 오픈대회다. 국가대표를 꿈꾸는 선수들과 스포츠를 사랑하는 학생들이 함께 배우고 즐기는 대회는 올해로 5년차, 씨름은 올해 '제주'가 전국 최초다. 시도체육회, 각 협회들의 노력에 힘입어 청스한은 매년 진화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1월 발표한 K-씨름 진흥방안에 발맞춰 청소년체육 현장이 발빠르게 움직였다. 경기뿐 아니라 멘토링, 시범경기 드 풍성한 부대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특히 스포츠 레전드들과 함께하는 '멘토링'은 유·청소년들이 스포츠 가치를 나누고 진로를 모색하는 데 교육적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천하장사들의 힘센 멘토링
천하장사 황규연과 이태현은 2000년대 씨름판을 후끈 달군 세기의 라이벌. '황태자' 이태현 (용인대 무도스포츠과 교수)은 백두장사 20회, 천하장사 3회 등 무려 40회나 장사에 등극했다. '귀공자' 황규연은 2012년 최고령 장사(만36세9개월), 2010년 의 최고령 천하장사(만34세 1개월)를 보유한 불굴의 승부사다.
2023년 현재, 천하장사 황규연은 건실한 중견 직장인이다. 경기도 분당에 있는 HD한국조선해양 GRC운영팀 책임매니저로 일하던 중 '청스한' 특강을 위해 제주로 날아왔다. 'My life story after sports life(스포츠 이후 나의 인생 이야기)'를 주제로 선수생활, 은퇴 후 삶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황 장사는 "스포츠를 한 것이 직장생활에서 큰 자신감이 된다"면서 "천하장사가 되기까지 힘든 과정을 이겨낸 경험, 끈기와 지구력, 씨름을 통해 배운 존중과 배려가 조직내 팀워크를 이끌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11년 은퇴 후 모교 용인대 교수 겸 씨름부 감독으로 부임, 씨름진흥원 이사장으로서 K-씨름 활성화를 위해 맹활약중이다. 이 교수는 '씨름과 나의 이야기'를 주제로 특강을 이어갔다. "우승은 내가 많이 했는데 황규연 장사는 내게 첫 패배와 마지막 패배를 안겨준 친구"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교수님'답게 씨름의 역사, 의미, K-씨름의 자부심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했다. 명언도 쏟아졌다. "씨름은 잘 넘어지는 게 중요하다. 잘 넘어진 덕분에 40번 우승할 수 있었다" "천하장사는 강하다. 강하단 건 다른 사람보다 뭔가 더 가졌다는 뜻이다. 그 뭔가를 더 베풀 수 있는 마음을 가지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특강 후 만난 '레전드'들은 "어린 친구들에게 씨름의 꿈을 키워주러 왔다"고 입을 모았다. "씨름은 손 잡아 일으켜주고 모래를 털어주면서 사람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는, '인간존중'이 첫 번째인, 자랑스런 우리의 전통문화"라고 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도 황 장사와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씨름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씨름 부흥을 위해 의기투합한 천하장사들이 "청소년스포츠한마당, 으랏차차!"를 외쳤다.
▶같은반, 제주 씨름왕 친구와 함께 출전한 청스한
이날 대회엔 한림초, 곽금초, 재릉초, 더럭초 등 4개교, 총 20개팀 남녀 초등학생 100명이 단체전에서 맞붙었다. 체급 제한, 남녀 구별 없이 학생선수, 일반학생끼리 붙어, 5전3선승제로 승부를 가리는 방식. 6학년 형님이 3학년 동생을 번쩍 들어올리는 장면에선 안타까움의 탄식이, 여학생이 남학생을, 저학년이 고학년을 쓰러뜨리는 반전엔 뜨거운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날 친구들과 함께 4강에 오른 제주도 '초등 씨름왕' 6학년 (홍)보민이는 "김민재 같은 천하장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청스한을 통해 친구들과 추억을 쌓게 돼 기쁘다"면서 "친구들에게 경기 전 긴장하지 말고 자기 것만 하면 된다고 얘기해줬다"고 했다. 같은 반 (이)한준이는 "보민이가 씨름하는 걸 직접 보니 멋지고 자랑스럽다. 한팀이라 든든했다"며 웃었다. 3학년 막내 (강)지우는 "보민이형은 학교에서 유명하다. 같이 씨름하니 즐거웠다. 씨름을 꼐속 배우고 싶다"고 했다. 여학생 참가자인 4학년 고주연은 "아빠와 TV로 씨름을 봤는데 보는 것보다 하는 것이 어렵다. 샅바를 오늘 처음 잡아봤다. 재미있다"며 미소 지었다.
김준수 한림초 체육부장 교사가 이끄는 한림초는 3~6학년 10개팀, 50명이 최다출전했다. 김 교사는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 체력도 떨어지고, 개인주의도 커졌다. 예절과 인성을 중시하고 서로 몸을 부대끼며, 패자를 일으켜주는 법을 배우는 씨름이야말로 이를 극복할 해법"이라고 했다. "씨름하는 학교가 줄어들고 있어 아쉽지만 부모님들로부터 아이가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하다. '청스한' 같은 대회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했다.
첫 씨름 청스한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오창현 제주시체육회 학교체육지원과장은 "정부가 K-씨름 활성화를 추진중이고 송승천 도체육회장님도 씨름에 관심이 많으시다"면서 "천하장사들의 특강이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 추억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현우 대한체육회 청소년체육부 주무는 "민속 스포츠인 씨름은 문체부, 대한체육회도 열심히 진흥하고자 노력하는 종목"이라면서 "천하장사들의 따뜻한 멘토링이 씨름을 좋아하는 모든 아이들에게 뜻깊은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제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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