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전후계획 두고 네타냐후 공개 비판…"이스라엘 어렵게 해"
네타냐후 "PA의 가자지구 입국 허용 안한다"
이스라엘군 주둔·완충지대 설정 문제도 이견
네타냐후, 비판 여론 잠재우기 위해 강경발언
"양측 갈등에 내년 초 전후 공백 발생할 수도"
미국이 우방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을 두고 군사 작전에서 전후 계획까지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 내부 정치를 단속하기 위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 대응과 아랍국들을 의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갈등이 전후 지역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네타냐후 공개 저격한 바이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2024년 대선 모금 행사에서 "(베냐민 네타나후 이스라엘 총리는) 변화해야한다"라며 "이스라엘의 이 정부는 이스라엘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이 지역(팔레스타인)을 통합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별명)가 몇 가지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것을 이해하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국가는 안 된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못박았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가 통치하도록 하는 미국의 전후계획을 이스라엘이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쟁을 둘러싼 두 지도자 간의 의견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놀라운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공식적으로 PA 통치안을 반대했다. 그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 민간인과 군인들의 큰 희생 이후, 나는 테러를 교육·지원하고 테러 자금을 조달하는 사람들의 가자지구 입국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안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를 통치하게 두지 않겠다는 주장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1993년 오슬로 협정을 언급하며 "이스라엘이 오슬로의 실수를 반복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오슬로 협정은 1987년 인티파다(대중 봉기)가 발생하고 5년 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이츠하크 라빈 전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PA의 전신) 의장이 합의한 협정을 말한다. 이스라엘은 PLO를 합법적인 팔레스타인 정부로 인정하고 PLO도 이스라엘 존재 근거를 인정해 공존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라빈 전 총리가 1995년 암살되고 뒤이어 집권한 네타냐후 총리가 점령지 반환을 거부하면서 협정은 이행되지 못했다.
이스라엘군 주둔·완충지대도 이견
두 지도자가 충돌하는 사안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전쟁 이후 가자지구 내부에 팔레스타인인이 접근할 수 없는 1마일 가량의 완충지대를 만드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팔레스타인 영토가 축소될 수 있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양 측은 이스라엘 군의 가자지구 내 무기한 주둔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또 이스라엘은 미국 측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바닷물을 퍼부어 하마스 지하 땅굴을 파괴하는 작전을 시작했다. WSJ은 일부 미국 관료들이 이 작전에 반대했다고 전했다. 효과성이 떨어지고 가자지구 담수 공급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인질들은 여전히 땅굴에 억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 총리가 최대 우방인 미국에 반기를 들면서까지 강경책을 고수하는 것은 국내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마이클 오렌 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 통치안을 거부한 것은 하마스 공격을 사전에 막지 못하고 초기 대응에 실패한 데 따른 사임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 지지를 떠받치기 위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관료들은 전후 계획에 대한 양국 간의 갈등이 내년 초 지역 정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세가 내년 초면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권력 공백이 발생하고 가지지구 식량·구호물품 반입이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이크 설리반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WSJ이 주최한 CEO협의회에서 이주 말 이스라엘을 방문해 분쟁 기간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우려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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