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속전속결로 멸하라 하였거늘[편파적인 씨네리뷰]

이다원 기자 2023. 12. 13.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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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공식포스터,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편파적인 한줄평 : 관객만 졸음과 사투를 벌이고.

분명 이순신 장군(김윤석)이 이번 전쟁은 속전속결로 간다고 명하였거늘, 왜 메가폰은 이토록 늘어지는 것인가. 거대한 제작비와 물량공세를 퍼부은 전투신을 그나마 제외하더라도, 머리와 꼬리 모두 지리하게만 느껴진다. 러닝타임 2시간33분을 영리하게 계산하지 못한, 끝을 모르는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감독 김한민, 이하 ‘노량’)다.

‘노량’은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물이다. ‘명량’(2014), ‘한산: 용의 출현’(2022)에 이은 ‘이순신 장군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최민식, 박해일에 이어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으로 분해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해상 전투를 스크린 위에 재현하고자 한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한 장면,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기에 감독은 초반부터 ‘빌드업’에만 치중한 것일까. 7년간 끌어온 전란 중 왜군을 이끄는 시마즈(백윤식) 세력과 이순신 장군이 지위하는 조선군, 그리고 명의 연합군이 맞서싸우기까지 무려 1시간 이상을 소비하는데, 목적지를 위해 달려간다기보다는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는 듯 하다. 경제적으로 깔끔하게 정제되지 못한 이야기들이 주구장창 흘러나오니 객석에선 감기는 눈꺼풀과 사투를 벌이는 이들이 속출한다. 이건 관객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나마 본격적인 해상 전투에 들어가면 잠의 요정은 달아난다. ‘한산: 용의 출현’과 비슷한 페이스다. 메가폰이 일부러 의도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전투신’은 고요했던 초반 속도감과 비교돼 좀 더 역동적으로 비친다. 특히 이순신 장군이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이미 떠나간 동료들을 목도하기 직전까지 이어지는 롱테이크 전투신에선 김한민 감독이 공들인 흔적이 엿보인다. 오로지 해상 전투신을 보기 위한 관객에게는 만족감을 선사할 수 있다.

다만 시마즈의 결말이나 엔딩, 쿠키 영상 등에서 엿보이는 메가폰의 선택엔 호불호가 갈리겠다. 마무리가 중요하지만, 말끔하진 못하다. 누군가는 촌스러운 마지막에 한숨을 쉴 수 있고, 누군가는 이순신 장군 3부작을 끝내는 아쉬움을 표현할 수도 있다.

배우들은 저마다 자리에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한다. 그 중 준사 역의 김성규, 명나라 수군 부도독 등자룡 역의 허준호가 눈에 띈다. 이들의 캐릭터에 애정을 듬뿍 담은 듯 김한민 감독의 뷰파인더는 두 인물의 퇴장을 아주 인상깊고 힘있게 그려낸다. 오는 20일 개봉.

■고구마지수 : 0.5개

■수면제지수 : 2.3개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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