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냐 대표직 사퇴냐…‘잠행’ 김기현, 이르면 오늘 발표

친윤(親윤석열 대통령) 핵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 이어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한 김기현 대표가 공개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이틀째 잠행 중이다. 이르면 13일 거취를 표명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가 사퇴하면 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전망이다. 한동훈 법무장관과 원희룡 국토부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등이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된다. 다만 김홍일 방통위원장 임명 등 검찰출신 인사에 대한 비판을 고려, ‘한동훈 비대위’ 대신 윤재옥 원내대표 대행체제에서 두 장관을 전진배치하는 방안도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은 이날 김 대표의 일정을 ‘통상 업무’로만 공지했다. 전날에도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취소하고 국회에도 출근하지 않았었다. 서울 성동구 자택에도 밤이 늦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 대변인 등 당직자들도 김 대표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김 대표가 ‘총선 불출마’ 또는 ‘당대표직 사퇴’를 고심 중이며, 늦어도 최고위원회가 열리는 14일에는 거취를 밝힐 것으로 본다. 그는 앞선 최고위(11일)에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와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 목소리에 답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불출마를 택하면 즉각 공천관리위원회를 출범시켜 총선을 진두지휘할 수 있다. 반면 대표직을 내려놓을 경우 윤재옥 원내대표가 연말까지 임시 직무대행을 맡고, 이후 당은 비대위 체제로 들어선다는 전망도 있다. 다만 급박한 일정상 ‘윤재옥 체제’를 유지하자는 말도 나온다. 총선을 4개월 앞두고 당 운영 무게추가 공관위로 넘어가는 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강행하는 ‘김건희 특검’ 등 2건의 특검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등 3건의 국정조사에 대한 대응도 시급하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도 해야한다.

한편 여권에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한 장관과 원 장관 등이 총선을 지휘하면 승산이 높아질 거란 기대감이 있다. 김기현 체제를 종료하고 비대위로 전환해 민주당과 차별화를 확실히 하자는 것이다. 일각에선 인요한 혁신위의 ‘징계 취소’ 조치 후 김 대표 등 지도부를 비판했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당을 지원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