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클리닉]갑상선암 로봇수술... 사람 눈보다 10배 확대된 시야 확보 가능

이순용 2023. 12. 13.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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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갑상선클리닉 변형권 교수, 2012년부터 현재까지 600례 집도
갑상선이란 목 앞의 가운데 위치한 우리 몸에서 가장 큰 내분비기관
나비 모양의 갑상선은 갑상선호르몬을 만들어 우리 몸의 대사를 촉진해 각 기관의 기능을 유지
착한 암으로 알려져 있으나 진행이 빠르고 사망률도 높아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일주일 전부터 양측 목에 멍울이 잡혀서 병원을 찾은 이모(여 ·33)씨. 경부 CT 검사에서 양측 림프절 비대로 급성림프절염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았다. 증세가 완화되어 2년 정도 경과를 보던 중 최근 건강검진에서 이상 소견을 발견했다. 초음파 검사에서 왼쪽 갑상선에 약 1cm 정도 되는 결절이 발견된 것이다.

이씨의 어머니도 갑상선암을 앓은 병력이 있어서 추가로 갑상선 초음파 유도 하 세침 흡인 검사를 시행했고, 갑상선암이 의심돼 순천향대서울병원을 찾았다. 쇼핑몰을 운영하며 의상 모델을 겸하고 있는 환자는 직업상 말도 많이 하고, 수술 후 남게 될 목의 흉터에 대해 걱정이 많은 상황이었다.

◇ 특별한 증상없는 갑상선암, 보통 검진서 발견

순천향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갑상선클리닉 변형권 교수는 로봇수술로 좌측 갑상선엽을 절제하고, 조직병리검사를 통해 좌측 갑상선엽에 국한된 1cm의 유두암을 확인했다.

환자는 수술 후 목에 드러나는 상처가 없어 만족도가 높고, 재발 소견 없이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갑상선은 목 앞의 가운데 위치한 우리 몸에서 가장 큰 내분비기관이다. 뒤쪽으로는 좌우 2개씩 4개의 부갑상선이 함께 있다. 나비 모양의 갑상선은 갑상선호르몬을 만들어 우리 몸의 대사를 촉진하고 모든 기관이 기능을 유지한다.

갑상선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체중감소와 피로감, 변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갑상선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서 정기 검진이나 다른 사람에 의해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다.

일반적으로 갑상선암은 느리게 진행되고 전이도 드물다. 또 사망확률이 낮아 ‘착한 암’으로도 불린다. 2021년 국가암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갑상선암의 5년 생존율은 100%다. 하지만, 갑상선암 중에서도 예후가 나쁘고, 진행이 빠르면서 사망률도 높은 암이 있다.

변형권 순천향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갑상선암이 착한 암으로 알려져 있어서 치료를 미루거나 시기를 놓쳐 후회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며 “종양의 크기나 모양, 위치를 비롯해 전반적인 환자의 나이와 건강상태를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지만, 가급적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경우에 따라 갑상선암을 당장 치료하지 않고 지켜보는 방안도 있지만, 이러한 경우라도 뚜렷한 종양의 성장을 보이기 전까지는 6개월마다 짧은 주기로 추적 관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로봇수술, 집도의 미세한 손 떨림 보정

드물지만 착하지 않은 암도 있다. 갑상선암 중 2~3%에 해당하는 수질암은 10년 생존율이 61~75%이다. 림프절 전이가 있다면 45%로 낮아진다. 이 경우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불가능하고 갑상선 전절제와 중심경부 절제를 해야 한다. 역형성암은 전체 갑상샘암의 1~2%의 비중이지만, 진단 후 6~12개월 이내 사망하는 경우가 흔하며 5년 생존율도 7%에 불과하다.

착한 갑상선암이라도 오래 두면 성격이 변한다. 15%의 정도는 발견 당시 주위 조직을 심하게 침범했거나, 경부 림프절에도 광범위하게 전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치료를 잘 해도 재발 위험이 높다. ‘예후가 좋다’와 ‘재발이 없다’는 완전히 다른 의미다.

변형권 교수는 갑상선암 수술을 2012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600례를 집도했다. 요즘은 갑상선암 수술의 상당 부분을 로봇으로도 하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의 갑상선수술은 1시간 내외 걸리고, 수술 후 1~2일 정도 입원치료가 필요하다. 로봇 수술은 2시간의 시간이 필요하고 입원 기간도 3~4일로 상대적으로 길다.

기존의 수술법보다 로봇 수술의 시간이 더 걸리는 이유는 수술에 필요한 추가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수술법은 목 앞의 피부를 절개해 바로 갑상선에 접근할 수 있지만, 로봇 수술의 경우 귀 뒤로 최소한의 절개를 하고 피부를 들어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로봇팔을 위치시켜 수술을 진행한다.

변형권 교수는 “목의 피부를 절개할 경우 외관상 수술흉터가 남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로봇수술을 선택한다”며 “최근에는 귀 뒤를 열고 수술하는 후이개 접근과 겨드랑이 접근, 아랫입술과 잇몸 사이의 경구강 접근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흉터가 드러나지 않게 수술을 해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특히, 후이개 접근 수술법은 절제 범위가 작지만 넓은 수술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경부 내 모든 부위에 접근이 용이해서 림프절 절제술도 동시에 가능하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갑상선클리닉은 2019년 ‘다빈치Xi’를 도입한 후 적극적으로 암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로봇 수술은 사람의 눈보다 10배 확대된 입체적인 시야를 확보해 수술할 수 있고, 또 집도의의 미세한 손 떨림을 보정해주기 때문에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장점이다. 정교한 접근이 가능하고 관절의 움직임에 제한이 없어 원하는 부위를 선택적으로 절제할 수 있다. 출혈 또한 적고 일상생활로 복귀도 빠르다.

갑상선암 수술 후에는 음성변화와 삼킴장애 같은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음성변화에는 쉰소리와 고음 발성의 어려움 등이 있는데 대부분 회복이 가능하다. 변형권 교수는 “순천향대서울병원 갑상선클리닉은 치료시 갑상선 뒤에 위치하고 있는 식도와 후두 등 중요한 기관을 두루 확인할 수 있고, 수술 후 음성문제가 생겨도 이를 즉시 치료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있다”며 “문제가 생겨도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갑상선클리닉 변형권 교수가 갑상선암으로 내원한 환자에게 질환의 진행 정도와 향후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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