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숙박 불법’ 투숙객은 모르고, 집주인은 모르쇠…단속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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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딩동. 똑똑."
지난 8일 오전 부산 수영구 민락동 오피스텔 앞에서 수영구청 환경위생과 직원 2명이 초인종을 누른 뒤 문을 두드렸다.
여러 업무를 겸하는 단속 공무원은 실시간 현장 적발이 힘들고 투숙객이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달리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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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숙박업계 “형평성 문제…불법숙박 단속을”
“딩동딩동. 똑똑.”
지난 8일 오전 부산 수영구 민락동 오피스텔 앞에서 수영구청 환경위생과 직원 2명이 초인종을 누른 뒤 문을 두드렸다. 얼마 뒤 문이 열리면서 남성 투숙객이 얼굴을 내밀었다. “구청 환경위생과에서 나왔습니다. 협조해주시면 불이익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구청 직원 말에 투숙객은 출입을 허락했다.
직원은 내부 사진을 찍고 투숙객에게 투숙 경위를 물었다.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를 통해 2박3일 예약했고 숙박요금으로 16만원을 지불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업무용인 오피스텔은 숙박 영업이 불가능한데 집주인이 투숙객을 받은 것이다.
이날 단속은 광안리해수욕장 근처 오피스텔 건물 2동의 12개 호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최근 2주 동안 불법 영업을 한다는 신고가 들어온 곳들이다. 하지만 적발 실적은 1건에 그쳤다. 대부분 인기척이 없었고 일부 투숙객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현재 관광진흥법상 농촌에선 내·외국인의 유료 숙박이 허용되지만 도시권 아파트와 주택에선 외국인 숙박만 가능하다. 다만 구청 등 기초단체에 신고하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해야 한다. 반면 업무용 오피스텔과 원룸은 내·외국인 대상 숙박 영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논란은 주로 내국인의 아파트·주택 투숙을 두고 벌어진다. 외국인은 2016년 3월부터 도시권에서 유료 숙박이 가능해졌지만 내국인은 토종 숙박공유 플랫폼인 ‘위홈’을 통해서만 숙박이 가능하다. 2020년 7월 위홈을 통한 내국인의 서울권 아파트·주택 숙박이 허용됐고 지난 10월24일부터 대상이 부산권으로 확대됐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에어비앤비에 견줘 위홈의 인지도가 너무 낮아 아파트·주택 소유자들이 위홈 등록을 꺼리고 있다. 실제 12일 오후 1시30분쯤 에어비앤비와 위홈 앱에 들어가 ‘15~17일’ ‘광안동’을 넣어서 검색해보니 에어비앤비는 200여건, 위홈은 1건이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취지는 좋지만 위홈의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 간다”고 말했다.
단속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여러 업무를 겸하는 단속 공무원은 실시간 현장 적발이 힘들고 투숙객이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달리 방법이 없다. 투숙객과 접촉하더라도 집주인의 연락처 파악도 힘들다. 게다가 아파트·주택에 내국인을 들이더라도 과징금이 40만원에 그치고 경찰에 고발하면 대부분 가벼운 벌금형으로 끝난다.
이러한 허점들 때문에 불법 영업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11월까지 적발된 불법 영업 사례가 부산에서만 253건이다. 단속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다. 수영구 관계자는 “투숙객들이 공유숙박 플랫폼을 통해 예약하면 저렴하고 전망이 좋고 깨끗한 방을 구할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투숙객은 불법인지 모르고 예약하는 경우가 많아 처벌이 어렵다. 단속을 한다고 해서 불법 영업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어서 난감하다”고 말했다.
공유숙박업계는 “세계적인 흐름에 맞게 아파트·주택의 경우도 규제를 풀어 전면 양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일반 숙박업계는 부정적이다. 대한숙박업중앙회 부산시지회 관계자는 “허가 기준을 지키는 공유숙박업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세금을 내지 않거나 소방시설을 갖추지 않는 곳까지 양성화하면 기준을 지키는 숙박업체와 형평에 어긋나지 않느냐”고 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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