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징계’ 온라인 투표로 무산…공공연구노조 자정능력 잃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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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안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으나, 피해자와 사건 조사를 담당한 진상조사위원, 조력자들이 도리어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징계위에 회부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달 24일, ㄱ씨와 다수의 중앙위원들의 반대 속에 이뤄진 연구노조 중앙위원회 온라인 투표에서 세 사람에 대한 징계안이 반수 이상의 동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의 복귀 이후, ㄱ씨를 비롯해 진상조사위원(3명), 조력자는 업무에서 배제되고 징계위에 회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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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징계 무산 뒤엔 피해자 상대 맞제소
노동조합 안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으나, 피해자와 사건 조사를 담당한 진상조사위원, 조력자들이 도리어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징계위에 회부되는 일이 벌어졌다. 가해자가 ‘맞제소’에 나섰기 때문인데, ‘2차 가해’란 비판이 나온다.
공공연구기관 노동자들이 모인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공공연구노조)의 상근자 ㄱ씨는 자신에게 ‘첫 사정’ ‘자위’ 등 성적인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수차례 보냈다는 이유로 지난 7월 ㄴ씨에 대한 징계를 노조에 요구했다. ㄴ씨는 공공연구노조의 전임 위원장으로, 지난해 10월엔 밤늦게 갑자기 ㄱ씨의 집에 찾아오기도 했다고 한다.
ㄱ씨는 노조 쪽에 ㄴ씨와의 분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ㄱ씨는 “현 노조위원장인 ㄷ씨는 ‘ㄴ씨와 생일 파티를 함께 하자’고 하거나 피해 사실을 가해자 쪽 인사에게 공유하고, ㄹ씨는 내게 ‘연구자로 돌아가라’고 하는 등 2차 가해를 했다”고 말했다. ㄴ씨도 ‘(ㄱ씨의 문제제기로) 연구노조가 반으로 갈라졌다’고 비난하는 등 ‘2차 가해’ 발언을 일삼았다.
ㄱ씨는 이에 지난 8월 세 사람을 ㄱ씨와 이들이 함께 당적을 두고 있는 정의당에도 제소했다. 지난 4일, 정의당 세종시당 당기위원회는 성폭력과 2차 가해를 인정해 ㄴ씨를 당에서 제명하고, ㄷ씨에 대해선 ‘1년 당원권 정지’ 결정을 내렸다. ㄹ씨는 연구노조에 제소된 뒤 정의당을 탈당해 조사를 받지 않았다.
연구노조가 꾸린 진상조사위원회도 ㄱ씨가 입은 피해 대부분을 인정하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세 사람은 연구노조에서 어떤 징계도 받지 않고 지난달 말 노조 업무에 복귀했다. 지난달 24일, ㄱ씨와 다수의 중앙위원들의 반대 속에 이뤄진 연구노조 중앙위원회 온라인 투표에서 세 사람에 대한 징계안이 반수 이상의 동의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공연구조노에서 노조원에 대한 징계 여부를 온라인 투표로 결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 관계자는 “당시 중앙위가 여러차례 산회돼 온라인으로 투표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가해자들의 복귀 이후, ㄱ씨를 비롯해 진상조사위원(3명), 조력자는 업무에서 배제되고 징계위에 회부됐다. ㄴ씨와 노조 쪽 인사들이 성희롱·직장 갑질 등의 이유로 이들을 연구노조와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에 맞제소한 탓이다. ㄴ씨는 “ㄱ씨가 한 사적 이야기에 나도 성적 모욕을 느꼈다”며 “정의당의 징계에도 이의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ㄷ씨 역시 “‘추가 피해가 있어선 안 된다’는 차원에서 주의 조치를 한 것일 뿐, 피해 사실을 누설한 것은 아니다”라며 “당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소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ㄱ씨는 “명백한 보복성 제소“라며 “노조에 안 좋은 시선이 쏠릴까 봐 조직 내에서 해결하려고 했지만, 특정 인물들 중심으로 연구노조가 오랜 시간 운영되면서 자정 작용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조사를 진행 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가 공정한 판단을 해줄 것이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ㄱ씨는 13일 ㄴ씨, ㄷ씨 등을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 및 성폭력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할 예정이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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