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 않은 고양이의 보은…아기에서 노련한 사냥꾼된 그들

송광호 2023. 12. 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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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은 대만 작가 주톈신(朱天心)이 키웠던 고양이 중 한 마리다.

주톈신이 쓴 '사냥꾼들'(글항아리)은 고양이들의 기기묘묘한 묘생(猫生)을 담은 에세이다.

열전의 주인공처럼 다양한 고양이들이 책에 등장한다.

길고양이들인 그들은 어미에게 버림받은 딱한 사정 탓에 저자가 거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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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소설가 주톈신 에세이 '사냥꾼들'
고양이 머글 [글항아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땅콩'은 대만 작가 주톈신(朱天心)이 키웠던 고양이 중 한 마리다. 특기는 사냥. 뛰어난 반사신경과 탁월한 기술로 먹잇감을 맹렬히 잡아들인다. 나비, 도마뱀, 비둘기 등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마치 밥을 주고 재워주는 보호자 인간에게 보은이라도 하려는 듯이, 자랑스럽게 물고 온다.

사냥감으로 가져온 동물들을 방생하는 건 온전히 인간의 몫이다. 특히 30㎝가 넘는 도마뱀을 다시 대자연으로 놓아주는 작업은 정말 수월치 않은 일. 주톈신은 땅콩이 늘 배부른 상태로 사냥에 나서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타이르지도 나무라지도 어르지도 않기로, 정해진 시간에 배불리 먹이기로 했다."

또 다른 고양이 '나나'도 역시 땅콩 못지않은 사냥꾼.

별빛이 쏟아지는 밤, 상쾌한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새벽, 뭇 새들이 둥지로 돌아가는 황혼 녘에, 나나는 한두 시간을 풀숲에 웅크린 채 매처럼 무자비한 눈으로 목표물을 쏘아본다. 눈치 빠른 참새도, 눈 감고 정좌한 개구리도 나나의 재빠른 손질과 입질을 피해 갈 순 없다.

주톈신과 고양이 리가보 [글항아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주톈신이 쓴 '사냥꾼들'(글항아리)은 고양이들의 기기묘묘한 묘생(猫生)을 담은 에세이다. 열전의 주인공처럼 다양한 고양이들이 책에 등장한다.

길고양이들인 그들은 어미에게 버림받은 딱한 사정 탓에 저자가 거둬들인다. 집에서만 키우는 건 아니다. 그는 자주 창문을 열어둔다.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하기 위해서다.

자유를 누리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나갈 생각이 없는 고양이도, 나간 지 10분 만에 들어오는 고양이도, 한번 나가면 보름 만에야 돌아오는 고양이도 있다.

저자는 "그들과 한 지붕 아래 살되 각기 독립적으로 지냈다"며 "나는 그들이 애완동물이라거나 나만의 귀한 소유물이라는 망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타고난 바람둥이 '금침', 고독을 즐기는 '머글', 수려한 왕자 '리가보', 날마다 담벼락에 올라 건설노동자들을 지켜보는 '영웅' 등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들을 세밀하게 직조해 나간다.

겁 많은 고양이, 대담한 고양이, 수다스러운 고양이, 꽁한 고양이 등 저마다 다른 성격의 고양이를 서술하는 저자의 손길에는 따뜻함이 묻어난다.

"우리 집이 갈 곳 없는 동물의 집이라면, 연약하고 힘없는 동물들을 위한 곳이야. 원하는 사람도,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도 없는 그런 개와 고양이."

저자는 대만의 유명 소설가다. 시보문학상과 연합보소설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가족은 모두 저명한 문인으로 유명하다. 아버지 주시닝은 소설가, 언니 주톈원은 허우샤오셴 감독과 함께 영화 '비정성시'(1990) 각본을 쓴 작가다.

조은 옮김. 256쪽.

책 표지 이미지 [글항아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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