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원장 한마디에"…금융지주 부회장 제도 존폐 기로

금감원장, 금융지주 부회장 제도에 작심 비판
"외부 후보자 물색 차단하는 부작용 있어"
지배구조 모범관행 등으로 대대적 손질 예고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12.12.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으로 금융지주 부회장 제도가 존폐 갈림길에 섰다. 부회장 제도가 외부 경쟁자 물색을 차단하는 기능으로 작용하고 폐쇄적인 경영 문화를 낳아 종국에는 금융사고의 원인이 된다며 대대적 손질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지주 부회장 제도에 대해 비판적 의식을 드러냈다.

이 원장은 "부회장 제도를 마련해 운영하는 금융지주가 있는데, 과거 특정 회장이 셀프 연임하는 것보다 훨씬 진일보한 건 맞는다는 점에서 존중한다"며 "다만 그 제도가 내부에서 폐쇄적으로 운영돼 시대정신에 필요한 신임 발탁과 외부 경쟁자 물색을 차단한다는 부작용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5대 시중은행 중 부회장 제도를 운영 중인 곳은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뿐이다. 우리금융과 신한금융, NH농협금융지주는 해당 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

그간 금융지주 부회장 제도는 지주 회장으로 가기 위한 사실상 '관문'의 역할을 해왔다. 금융지주의 '2인자' 또는 '지주 핵심 전략 총괄책임자' 역할을 하며 차기 지주회장의 유력 후보로 여겨왔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이같은 부회장 제도에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은 외부 후보군을 발탁함에 있어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작용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미 유력 후보자로 인정받고 육성 프로그램을 받아온 지주 부회장과 달리, 외부 후보자는 역량을 쌓을 기회나 네트워크 구축 측면에서 이보다 한참 뒤처져 있어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금감원은 이런 부회장 제도가 당국이 추진 중인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 방향'과도 부합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간 금융지주·은행이 주인 없는 회사라는 구조적 특성을 이용해, 특정 인사를 중심으로 파벌을 형성하거나 이해관계에 따라 임원을 선임한 것은 일부 사실이다.

특히 이런 제왕적 지배구조는 내부 견제·감시 없이 단기 실적에 치중하는 잘못된 영업 관행을 초래하고, 나아가 불완전판매 등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낳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12.12. kch0523@newsis.com

이처럼 금감원은 건강한 금융시장 조성을 위해서라도 외부 후보군을 발탁하는 제도적인 기틀을 마련해 불공평한 지배구조 세습을 타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이번 모범관행을 통해 "내부 후보에게 부회장직 등을 부여해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경쟁력 있는 외부 후보자에게도 비상근 직위부여, 은행의 역량개발 프로그램 참여 등을 통해 이사회와의 접촉 기회 등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일부 은행권에서는 이런 금감원의 기조를 부회장 제도 폐지에 대한 사전 수순으로 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사업별로 임원들의 역할이 마련된 만큼 부회장 제도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며 "현재도 차기 회장 후보군이라는 상징적 역할을 하는 수준으로만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각 회사별 경영 전략이 다른 만큼 상황에 따라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디지털·리테일 등 경영전략상 부회장이 맡은 역할이 있을 수 있다"며 "부회장 제도로 경영이 조금 더 세밀하고 디테일하게 추진되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부회장 제도에 대한 금감원의 제도 개선은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더 다듬는 과정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은행지주 최고경영자(CEO)나 사이외사 선임 과정에서 경영진 참호구축의 문제가 발생하거나 폐쇄적인 경영문화가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며 "금융사고는 임직원의 일탈도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 내부통제 체계가 실효성 있게 작동되지 못한데 기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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