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결기의 이순신, 김윤석…항복하지 않을 관객 있을쏘냐 [시네마 프리뷰]

정유진 기자 2023. 12.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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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개봉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리뷰
'노량: 죽음의 바다'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베테랑 배우 김윤석의 이순신은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완벽하게 장식한다.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전투를 그린 이 영화에서 김윤석은 아들을 잃은 아버지로서, 군사들을 이끄는 대장으로서, 전쟁을 확실하게 끝맺어야 하는 영웅으로서 성웅 이순신의 다양한 면모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몰입을 끄는 그의 연기 덕에 관객들은 비장한 기운이 감도는 노량 앞바다의 해전을 직접 목도하고 있는 듯 빠져들게 된다.

12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영화다. 최민식과 박해일의 배턴을 이어받아 이순신 장군 역할을 맡은 명배우 김윤석의 치밀하면서도 탁월한 연기가 돋보였고, 기술적으로 웅장하면서도 치밀하게 묘사된 해전, 왜군과 명나라·조선 삼국의 역학관계에 대한 풍부한 묘사가 보는 재미를 더했다.

영화는 조선에서 철군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풍신수길)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어린 아들 히데요리를 남겨두고 떠나는 히데요시는 야심가 도쿠카와 이에야스(덕천가강)가 훗날 벌일 일을 예감하지만 때는 늦어 그는 숨을 거두고 만다.

'노량: 죽음의 바다' 포스터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으로 왜군들은 순천 등지로 집결해 철수작전을 시작한다. 이순신은 이 소식을 듣고 명나라 수군 도독 진린(정재영 분)과 함께 노량 근해에 머문다. 명나라 육군장인 유정과 수륙합동작전을 펴 왜교에 주둔하고 있는 왜군 고니시(이무생 분)의 부대를 섬멸하기 위해서였다. 고니시는 이에 진린에게 뇌물을 바치고 퇴로를 열어달라고 호소하는 한편, 통신선 1척을 빠져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고니시가 보낸 통신선은 사천 등지에 있던 시마쓰(백윤식 분)에 도달한다. 흩어져 있는 왜의 다른 수군들의 도움을 받아 조명 연합수군을 협공한 뒤 퇴각하려는 속셈이었다. 이런 고니시의 전략을 파악한 이순신은 흔들리는 진린에게 조명 연합을 깨더라도 끝까지 적을 진멸하겠다며 굳은 의지를 보이고 부도독 등자룡(허준호 분)에게는 판옥선을 선물로 주어 지지를 얻어내고자 한다.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이순신의 드라마다. 셋째 아들 면(여진구 분)의 죽음을 두고 가슴 아파하며 죄책감을 느끼는 이순신은 인간적이다. 그는 아들 면을 비롯해 희생 당한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적군을 끝까지 섬멸하고자 한다. 이대로 순순이 보내준다면 훗날 더 큰 위협으로 되돌아 올 적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진린은 쉽사리 협조해 주지 않고, 버팀목이 돼야할 조선의 임금마저도 당장의 정치적 입지를 모색할 뿐 큰 힘이 돼주지 않는다. 김한민 감독은 영웅이 느꼈던 이 같은 내외적 갈등을 그의 악몽과 절체절명의 순간 보게 되는 환상을 통해 비장하게 표현했다. 이순신의 내면 풍경을 이처럼 긴 시간을 들여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은 이야기에 심도를 더해준다. 전쟁의 스펙터클에 관심이 없는 관객들일지라도 인간 이순신의 드라마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약 100분간의 해전신은 '명량'과 '한산: 용의 출현' 등 전작들을 뛰어넘는 VFX 기술력을 확인하게 만든다. 취향에 따라 긴 해전신에 재미를 느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실감 나는 전쟁신들은 체험형 전쟁영화가 갖춰야 할 미덕을 제대로 갖췄다. 삼국의 장수를 연기한 배우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일본어를 소화한 시마쓰 역의 백윤식과 명나라 도독 진린을 연기한 정재영은 대사량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이질감이나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명연기로 영화의 품격을 높였다. 앙상블 면에서는 올해 최고의 영화라는 평을 듣고 있는 '서울의 봄'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다.

영화의 백미는 단연 '역사가 스포일러'인 그 장면이다. 이미 알고 있는 진부한 끝일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깨고, 김 감독은 세련된 연출을 보여준다. 완전히 참신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지나치게 감상적이지는 않다. 전작들인 '명량'과 '한산: 용의 출현' 보다 한층 발전한 스타일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노량: 죽음의 바다'는 또 한 번 티켓값을 지불할만한 작품이라 평해도 좋을 것 같다. 러닝타임 153분. 오는 20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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