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건축] '얘들아 자연하고 놀자'
"잘 잤니 땅아, 잘 잤니 해야, 잘 잤니 나비야…" 괴화산 나무그루터기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부르는 선생님과 학생들의 조용한 노래는 오늘도 상쾌한 아침이 왔음을 자연에게 알리면서 수업시간이 시작된다.
솔빛 숲 유치원은 '얘들아 숲으로 가자'라는 자연생태 숲 체험교육을 목표로 자연과 아이들 사이를 잇는 매개 공간으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공공 단설 숲 유치원이다. 유치원은 괴화산에 인접한 4-1 생활권 반곡동 183번지 일원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변 기반 시설로 문화공원과 약 1만 2300㎡의 유아 숲 체험원이 있다. 부지면적은 4806㎡로 보통의 유치원보다 넓은 땅을 가지고 있으며, 건축면적 1450.67㎡, 연면적 2697.74㎡의 지상 3층 규모로 일반적인 공립학교보다 큰 편이다. 총 학급은 9학급으로 만 3-5세까지 다니고 있으며 연령별로 학급을 구분하지 않고 통합연령의 혼합반으로 학급당 18명이 정원이다.
유치원의 첫 인상은 대지레벨에 따라 가장 낮은 레벨인 1층에 주차장과 등·하원시 학생들과 부모님이 대기할 수 있는 외부맞이공간, 급실식이 있다. 급식실 측면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넓은 야외마당에 반원형으로 지어진 외부 목재마감의 2층규모 유치원동이 보인다. '일본 우수 학교건축 답사기 1편'에서 소개한 도넛 모양의 후지유치원을 반으로 잘라 2층으로 겹쳐서 올린 형태를 가지고 있다. 괴화산을 둘러싸고 구릉지를 순응하도록 반원형 유치원동을 배치하고, 아이들이 지면에 최대한 접할 수 있도록 턱을 최대한 낮게 계획됐다. 자칫 길다란 반원형의 형태는 도시와 남측 숲을 분절하게 되므로 일부를 절개하여 사잇공간을 두고 커다란 나무를 심어 남측 숲과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연계하고 있다.
중앙의 야외마당을 중심으로 긴 회랑형의 넓게 오픈된 복도를 통해 각 층의 공간으로 이동을 하는데 넓은 복도에는 후지유치원에서 보았던 것처럼 자연에서 수확한 감자와 곶감이 망에 넣어져 걸려있고, 줄에 넣은 시래기가 나뭇잎, 나무로 만든 아이들 작품이 걸린 복도와 잘 조화를 이루며 전시돼 있다.
교실은 동일한 현관과 홀을 통해 2개의 교실로 나뉘어 들어가고, 홀과 인접해 화장실을 두고 있는 기본 모듈로 전체 공간구성이 돼 있으며, 다른 교실이나 급식실로 이동할 때는 개방된 복도를 통해 외기를 맞으면서 가야만 한다.
솔빛 숲 유치원은 기존 유치원 교실이 실내교육공간의 중심공간으로 숲 체험 활동 후 정리하는 공간개념과는 다르게 하루종일 숲 체험 활동을 하고 온 아이들이 교실에서 정리하는 공간으로 패러다임을 다르게 설정해 설계했다는 게 건축사의 설명이다. 유치원은 혹서기와 혹한기를 제외하고 하루종일 야외에서 숲 체험 활동 교육이 이뤄지고 있으며, 교실은 그저 숲 활동의 정리학습공간, 야외학습이 불가능할 경우 어쩔 수 없는 자유선택학습공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이 유치원에 다니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원장 선생님은 현재 입학 경쟁률이 매우 높은 상황으로, 하루종일 자연과 함께 한다는 교육철학에 대한 이해를 위해 학부모 상담을 4번 이상 실시하고 1번이라도 결석 시 입학이 어렵다고 하시며 부모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협조를 기반으로 원아모집이 이뤄지고 있다고 답변했다.
각 층 복도는 아래층의 처마 역할울 하도록 넓게 계획했으며, 내부공간에 노출된 배관들을 감싸도록 한 부분과 상부의 태양광패널도 디테일한 배치로 자연과의 조화에 시각적인 침해가 이뤄지지 않도록 한 건축사의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솔빛 숲 유치원은 국내 최초로 지어진 완전한 숲 체험 교육철학을 가진 선생님과 이러한 교육철학을 지원하는 교육청과 그리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으로 건축에 진심을 담은 건축사의 삼위일체의 작품이다. 이러한 노고로 솔빛 숲 유치원은 2021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찾아보심이 어떨지.
개원한지 어느덧 여러 해가 지난 솔빛 숲 유치원의 졸업생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조용하게 그려보며 그들의 건강한 심신이 향후에도 그대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임오연 건양대학교 의료공간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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