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외국인 절반 ‘재난 안전’ 취약하다
불나거나 코로나 등 감염병 확산땐... 언어·정보 부족 탓에 대처 어려워
‘이주민 안전문화 명예대사’ 사업도 실효성 부족… 도 “교육·홍보 강화”
#1. 방글라데시인 라즈씨(가명·28)는 지난해 7월 코로나19에 감염돼 고열에 시달리는 등 곤혹을 겪었지만, 이후 대처 방법을 몰라 약도 처방받지 못한 채 홀로 기숙사에서 끙끙 앓아야만 했다. 그는 “사장님은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니 나가면 안된다고, 친구를 만나지 말라고만 강조했지 정작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2. 방글라데시인 카비르씨(가명·25)는 지난해 8월 집에 불이 나 여권, 돈 등을 챙길 새도 없이 맨몸으로 뛰쳐나왔다. 무일푼 신세나 다름 없이 된 그는 도움을 요청할 기관을 찾지 못하고 한동안 수중 안에 있는 몇푼으로 허름한 모텔 등을 전전하며 살아야만 했다.
경기도내 거주하는 외국인 2명 중 1명 가량은 언어 등 문제로 재난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의 ‘경기도 외국인주민재난안전시스템 구축을 위한 실태조사’를 보면 센터가 도내 20개 일선 시군 외국인주민 43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 중 193명(44.9%)은 자신이 재난에 무방비하게 노출돼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주민 2명 중 1명 정도는 재난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처지라고 느끼고 있는 셈이다.
도움 요청이 어려운 까닭은 ‘언어 소통이 제대로 될 수 없다’(50%)가 가장 많았다. 이어 ‘도움을 요청할 기관 정보를 모른다’(17.2%), ‘도움을 구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16.5%) 등의 순이었다.
이런 이유로 경기도내 외국인주민 다수는 ‘재난 정보 공백’과 ‘재난 정보 이해 능력 미흡’ 등을 겪는 ‘재난안전취약계층’이란 분석이다. 재난안전취약계층은 재난 예방과 대응, 복구 능력이 미흡하고 관련 정보 획득 능력이 낮아 재난에 취약한 집단이다.
이런 가운데 도가 유일하게 추진 중인 ‘이주민 안전문화 명예대사 사업’은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외국인 주민 20명을 위촉, 소셜미디어를 통해 16개 언어로 정보소통 체계를 마련한 것인데, 홍보 부족 등의 이유로 실효성이 부족하단 게 관련 단체의 설명이다.
김세영 예원예술대학교 국제교류 교수는 “지자체는 외국인 근로자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업장에서 재난 관련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외국인복지센터 등을 통해 외국인주민이 관련 정보를 획득할 수 있게끔 관련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외국인주민이 재난에 취약하단 것을 알고 있다”며 “교육·홍보활동을 강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최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22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 현황’을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도내 외국인주민은 75만1천507명으로 전체 인구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황아현 기자 1cor103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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