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디지털 분야, 2023년 회고와 2024년 전망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2023. 12. 13.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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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어느 해나 마찬가지지만 올 한해도 디지털 분야의 혁신은 변화무쌍했다. AI, 데이터, 플랫폼은 물론 미디어와 통신 분야 각각에서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고 정책, 법제의 변화도 있었다. 무엇보다 올 한해의 화두는 단연 생성형 AI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제 출시 1년이 지난 생성형 AI는 우리의 정보접근 방식과 의사소통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고 있다. 인간의 고유한 능력으로 여기는 '창작'의 영역을 대신하면서 인간의 지적 노동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간의 실존문제에 대한 의문은 물론 허위정보, 프라이버시, 저작권 문제 등을 일으키면서 각국 정부는 AI 규제의 필요성을 검토한다. 한국도 자체 생성형 AI모델을 출시하면서 경쟁에 뛰어들었고 인공지능법안도 논의 중이다.

데이터 분야에서도 생성형 AI의 학습데이터 확보와 관련된 저작권, 개인정보 침해이슈가 분쟁양상으로 번지고 있고 당사자간 합의나 공정이용, 데이터마이닝 면책 등 법적 해결책이 논의된다. 또한 지난 9월부터는 전산업 분야에 마이데이터 도입, AI에 의한 자동화된 결정에 대한 거부권, 설명요구권이 포함된 제2차 개정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고 있다. 데이터는 생성형 AI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라는 점에서 과감한 규제혁신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데이터 이용과정에서 프라이버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 다만 태동기인 AI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산업의 싹을 자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플랫폼 규제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플랫폼 규제를 철회하고 있지만 유럽연합(EU)은 플랫폼의 불법 콘텐츠 방지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디지털서비스법을 시행했고 불공정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디지털시장법도 곧 시행할 예정이다. 한국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플랫폼에 대한 법적 규제를 다시 도입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뉴스의 편향성, 불공정행위 등을 이유로 한 규제기관의 조사도 이뤄지면서 플랫폼의 성장동력이 약화하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자율규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자율규제의 근거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발표했다. 내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AI를 중심으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로의 쏠림현상이 심해지는 등 플랫폼 산업구도의 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국의 플랫폼산업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걱정이다.

미디어 분야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OTT의 국내 시장잠식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국내 OTT인 웨이브·티빙·왓챠는 OTT 경쟁구도에서 거의 밀려났다. 그나마 콘텐츠 분야에서 BTS, 드라마, 웹툰 등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는 미디어, 콘텐츠 분야의 규제혁신과 자금지원을 위한 정책대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웨이브와 티빙은 합병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미디어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입장과 규제혁신을 주장하는 입장과의 갈등도 예상되지만 이제 정말 수십 년이 지난 불합리한 규제를 철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통신은 요금인하, 28㎓ 이동통신사업자 선정, 알뜰폰 활성화 등 과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해를 넘기고 있다. AI 기업으로의 변화를 모색하는 통신사의 행보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통신사의 수익성 악화 전망은 이를 어렵게 한다. 네트워크 인프라를 고도화하면서 경쟁활성화로 소비자 편익이 증가하는 방향의 통신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정부는 대통령실에 과학기술수석을 신설키로 했다. 그동안 디지털, ICT 분야의 컨트롤타워 필요성이 여러 번 제기됐는데 늦은 감은 있지만 환영할 만한 결정이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AI를 중심으로 한 경제, 사회의 변화에 대응하고 디지털 분야 국가간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 우리가 가진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장 기술법정책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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