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흥행 여파? 12·12에 ‘부산 대학가’ 부착된 ‘尹정부 저격’ 대자보
각 학교 재학생들, 실명 걸고 尹정부를 ‘검찰독재’라 지칭…신랄한 ‘저격성’ 글 게재
전두환 신군부가 1980년 12·12 군사 반란을 일으킨 지 44년째 되는 날인 지난 12일 부산 지역 대학가에 "독재의 역사를 반복하지 말자"는 취지의 학생 대자보가 등장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각각 부산대, 부경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자신의 실명을 걸고 윤석열 정부를 '검찰독재'라고 지칭하면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12·12 군사 반란을 주제로 한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글이 게시돼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13일 정치권 및 교육계 등에 따르면, 국립 부산대와 부경대에는 12·12 군사 반란을 정면 비판하는 실명 대자보가 게시돼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등 군내 사조직 '하나회'를 주축으로 한 군사 반란이 일어난 지 44년째 되는 날이었다. 부산대 대자보엔 행정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오모씨, 부경대 대자보엔 패션디자인학과 4학년 왕모씨의 실명이 명시됐다.
부산대 자연대 인근 게시판에 대자보를 부착한 오씨는 "'서울의 봄'(영화명)을 보며 답답함을 느꼈다"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영화의 시간에서부터 벌써 40년이 넘은 지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바뀌었을까"라고 운을 뗐다.
오씨는 1980년 당시 군사 반란이 오로지 개인들의 부귀영화를 위한 것이었으며, 그들을 향한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검찰공화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받는 윤석열 정부를 전두환 독재 시기와 비교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독재'를 하고 있다"는 취지의 정치발언을 했다. 또 오씨는 윤 대통령을 향해 "반대 측의 목소리를 탄압하고 국민에게 필요한 법은 전부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윤 대통령이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점을 꼬집은 것으로 해석됐다.
부경대 호연관에 대자보를 붙인 왕씨 또한 유사한 취지로 현 정부를 비판했다. 왕씨는 "우리는 그날의 역사를 '성공한 혁명', '승리의 역사'로 보지 않는다. 불의하게 잡은 권력이 1980년 광주에서, 그리고 1987년 대학가에서 총으로, 칼로, 수류탄으로 수많은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해나간 불의의 역사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왕씨는 2023년 오늘날의 모습과 당시 상황을 비교하며 "정권에 맞서 목소리 외치는 시민들을 악으로 규정하고, 공권력을 이용해 방송국과 언론까지 탄압하며 검찰독재를 일삼고 있다"며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를 기억하자"고 정치적 발언을 이어갔다.
부경대에 게시된 이 대자보는 이날 낮 12시 쯤 부경대 측에서 철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경대 관계자는 "교내 게시판에 부착되는 게시물은 대학본부의 인가를 받은 뒤 부착되는데 해당 대자보는 승인을 받지 않은 게시물"이라면서 "규정을 지키지 않아 제거하게 됐다"고 제거 이유를 설명했다.앞서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군사 반란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참된 군인들의 영령 앞에서 역사의 퇴행을 막아내고 국민의 삶을 지키겠노라 다짐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서울의 봄'이 저절로 오지 않았음을 똑똑히 기억하겠다"며 "44년 전 오늘, 독재의 군홧발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짓밟았다. 나라를 지켜야 할 총칼로 국민에게 부여된 권력을 찬탈했다"고 맹비판했다.
이어 이 대표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역사는 순풍에 돛을 단 유람선처럼 오지 않았다"며 "어느 곳 하나 성한 데 없는 상처투성이의 모습으로 수많은 주권자의 피를 먹으며 자라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절망적인 후퇴를 반복하는 것 같아도 역사는 늘 전진한다"면서 "피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도록, 사적 욕망의 권력 카르텔이 국민의 삶을 위협하지 않도록 비극의 역사를 마음에 새기겠다"고 덧붙였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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