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니면 못 가”…18년 영업 끝에 문 닫는 대만 24시 서점

김혜성 여행플러스 기자(mgs07175@naver.com) 2023. 12. 13.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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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품 서점 신의점 내부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대만 타이베이 관광 성지 중 한곳인 성품 신의점(誠品信義店)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2006년에 문을 연 뒤 18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성품 신의점은 올해 말 건물 임대 기간이 끝나면서 오는 24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한다.

성품서점(誠品書店‧Eslite Bookstore)은 대만 현지 서점 브랜드로 전국 각지에 체인점이 있다. 1989년 타이베이 신이구에 첫 서점을 열고 백화점 등 소매업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영어 표기는 에스라이트 서점이다.

성품 신의점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그중 타이베이 업무 지구 한복판에 있는 성품 신의점에는 24시 영업하는 성품 서점 등 가게가 있어 연중 북새통을 이뤘다. 지금까지 이곳을 찾은 손님 수만 약 2억 명이 넘을 정도로 명실상부 타이베이 나들이 명소다.

올해 크리스마스 이브 전까지 방문하지 않으면 영영 볼 수 없는 타이베이 성품 신의점을 여행플러스가 직접 다녀와 소개한다.

1. 성품 신의점의 본체, ‘성품 서점(誠品書店)’
성품 신의점 외관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수많은 가게가 입점해 있는 백화점 형태 성품 신의점은 총 6층으로 이뤄져 있다. 3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은 대부분 10시 전에 문을 닫는다. 에스라이트 카페, 에스라이트 뮤직홀, 성품 지웨이 시장 등 매일 24시간 내내 영업하는 가게 4곳 모두 3층에 있다. 3층 공간 전체를 성품 서점 구역으로 일컫는다.
(좌) 에스컬레이터 (우) 성품 서점 입구쪽 계산대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입구를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으로 가면 가장 먼저 이곳의 본체인 성품 서점과 마주할 수 있다. 성품 서점 입구를 지나기 전에 계산대가 있는데 서점 물품과 맞은편 즈웨이 시장 물품 모두 이곳에서 계산해 준다.

기자가 자정 30분이 지난 늦은 시간에 방문했는데도 서점 내부에 방문객이 가득했다. 실제로 중국 매체 차이나 타임스(中時)는 성신점이 폐업을 발표한 후 하루 평균 방문객이 20% 증가하고 일부 매장 매출도 40% 가량 늘었다고 발표했다. 한 대만 누리꾼은 “오랜 기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온 성품 서점이 없어지는 것은 유년시절 추억이 없어지는 것과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성신 서점 내부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서점 내부에는 약 17만권의 도서가 있는데 이는 다른 성품 서점 매장 평균 도서 수와 비교했을 때 약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추리물·일본 서적·청소년 서적·소설책 등 장르를 기준으로 구역을 분리했다. 다만 대부분 책이 중국어로 적혀 있어 대만 현지 언어에 능통하지 않은 방문객이 읽을 만한 책이 많지 않다.
성신서점 에스라이트 뮤직홀 레고 세트 / 사진=성신서점 홈페이지 캡쳐
현재 그간 찾아준 방문객에게 감사 의미로 중국 서적이나 잡지 등 매장 내 1만 여개 상품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24일 전까지 신의점 3층 가게에서 1200대만달러(약 5만 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는 성품 신의점 내부에 있는 에스라이트 뮤직홀 공간을 장난감 블록으로 표현한 레고 세트를 증정한다.

해당 공간에서는 오는 23일과 24일, 영업 종료를 기념하는 마지막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콘서트에서는 대만 원주민 가수 아바오(Abao) 등의 음악 공연을 비롯해 작가 강연, 신간 도서 나눔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서점 옆 포럼 공간에서는 ‘신이 18년 회고전’을 주제로 그간 성품 신의점 역사를 이달 24일까지 전시한다.

2. 야식 걱정 없는 ‘성품 즈웨이 시장(誠品知味市集)’
성품 즈웨이 시장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성품 서점 입구 오른편에는 ‘성품 즈웨이 시장’이 있다. 이곳은 200여곳에 달하는 대만 현지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24시 신선 식품 매장이다. 신선한 과일을 비롯해 육류, 주류, 조미료, 과자, 생선 등 다양한 먹거리를 살 수 있다.
(좌) 성품 즈웨이 시장 내부 (우) 성품 즈웨이 시장 물품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성품 기업이 직접 엄선한 식음료만을 판매해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다.
성품 즈웨이 시장 직원 추천 기념품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성품 즈웨이 시장 직원이 추천하는 기념품은 대만 수제 제과점 푸이쉬안(FuYiShan) 대표 메뉴인 수제 에그롤, 전통 다기, 연말 맞이 크리스마스 간식 모둠 상품, 대만 전통 차, 가소(茄燒) 토마토 볶음면 등이다. 이곳에서도 쿠키 1개를 사면 1개를 무료로 증정하는 등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에서 들여온 상품도 상당히 많은데 대만 현지 식품을 사고 싶다면 QR 코드를 찍어 보자. 진열대 이름표에 각 제품 재료 등 상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QR 코드를 새겨 편리하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3. 심야에 더 매력적인 이곳, 성품 뮤직홀(誠品音樂館)
성품 뮤직홀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성품 뮤직홀 내부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즈웨이 시장에서 두 손 가득 먹거리를 사서 나오면 어디선가 감미로운 음악 소리가 들려온다. 이 음악 소리를 따라가면 성품 뮤직홀과 마주한다. 성품 뮤직홀은 레코드 등 약 20만 개가 넘는 음반 상품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이곳을 음반 판매장 겸 공연장으로 사용해 대만 현지 음악가를 초청해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다.
성품 뮤직홀 내부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성품 뮤직홀에서는 전 세계 음악을 모아놓은 듯한 다채로운 CD와 LP 상품을 만날 수 있다. 내부 공간을 대만 인디밴드·K팝·클래식·일본 고전 음악·팝송·락·일렉트로닉·인디락 등 여러 구역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분류했다.
성품 뮤직홀 내부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영화광에게는 ‘타이타닉’ 등 고전부터 2020년 개봉 DC 필름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 같은 최신 작품까지 영화 삽입곡을 모아놓은 CD 구역을 추천한다. 인기 있는 음반을 모아놓은 ‘베스트셀러’ 구역에서는 대만 현지 음악 유행도 엿볼 수 있다. 일렉트로닉 LP를 모아놓은 구역 위쪽에 거울을 달아 비틀즈 멤버 실루엣 얼굴 부분을 뚫어 놓은 기념사진 촬영 구역도 있다.
4. 서점에서 책 산 다음에 들러줘야 하는 ‘에스라이트 카페(eslite café)’
에스라이트 카페 입구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성품 서점에서 나온 대부분 대만 현지인 발걸음은 에스라이트 카페로 향한다. 이름은 카페지만 커피 등 음료부터 식사까지 다채로운 식음료를 판매한다.
에스라이트 카페 케이크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아침 메뉴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20분까지, 점심 메뉴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8시 20분까지, 저녁 메뉴는 오후 8시 2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주문할 수 있다. 대신 음료와 후식은 24시간 내내 맛볼 수 있다.

아침 메뉴는 송로버섯 달걀 샌드위치·계피 사과 팬케이크·훈제 연어 샌드위치 등이며 가격은 300대만달러(약 1만3000원) 안팎이다. 점심에는 토마토 파스타·가리비 크림 파스타·훈제 오리 파스타·시금치 연어 리소토 등을 약 400대만달러(약 1만7000원)로 판매한다. 저녁에는 대만 현지 음식을 제공한다. 돼지고기 만두·대만식 소고기 국수·사천식 국수 등 음식을 약 300대만달러(약 1만3000원)에 맛볼 수 있다.

에스라이트 카페 내부 / 사진=김혜성 여행+ 기자
카페는 입구에서 직원에게 자리 안내를 받은 다음 입장할 수 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카페 이용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한다. 따로 예약할 수는 없고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들어간다. 아메리카노 등 커피와 케이크 가격은 200대만달러(약 8000원) 안팎이다.

오는 24일 성품 신의점은 소등식을 진행한다. 24시간 내내 조명등이 켜져 있던 곳에 불이 꺼진 생소한 광경이 펼쳐질 예정이다.

실제로 이곳을 방문했을 때 봤던 많은 이들의 아쉬운 얼굴을 보고 있으니 별다른 추억이 없는 기자조차 마음이 동해 특별한 감정이 생겼다. 영원할 것만 같던 무언가의 ‘끝’이 주는 아련함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곳을 방문할 가치가 있다.

비록 성품 신의점은 영영 사라지지만 대만 여러 지역 성품 매장에서 이곳과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니 너무 아쉬워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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