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는 왜 논란의 중심에 섰나
‘가짜뉴스 센터’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9월25일 ‘가짜뉴스(허위 조작 콘텐츠) 신속심의센터(가짜뉴스 센터)’를 만들었다. 9월8일 류희림 신임 방심위원장 취임 후 생긴 변화다. 류 위원장은 “사회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심각한 수준의 ‘가짜뉴스’에 대한 긴급 원스톱 심의를 위해” 가짜뉴스 센터가 출범한다고 밝혔다. 앞서 8월17일 윤석열 대통령은 정연주 방심위원장을 해촉했다. 정 위원장의 임기가 11개월 남은 상태였다.
반발은 내부에서부터 불거졌다. 탁동삼 디지털성범죄심의국 확산방지팀장(9월25일), 방심위 팀장 11명(10월6일)이 공개적으로 가짜뉴스 규제에 우려를 표시했다. 2008년 방심위 출범 이래로 팀장들이 공동 행동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11월이 되자 실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11월2일 가짜뉴스 센터 부서원 4명 전원이 부서 이동을 요청했다. “예측할 수 없었던 인사발령, 불명확한 책임 소재와 월권적 업무 형태, 가짜뉴스 센터의 절차·정당성 미비로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겪는다고 했다. 부서원들에게 부여된 역할은 ‘가짜뉴스 정책 수립 및 시행, 신속 신고처리·신속심의 방안 마련 및 시행’ 등이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짜뉴스 센터를 급하게 출범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짜뉴스 센터가 설치되고 지난 두 달 동안 센터의 이름이 한 차례(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가짜뉴스 신속심의센터), 부서원들의 직무가 세 차례 바뀌었다. 인사발령도 일곱 차례나 있었다. 애초 예고됐던 가짜뉴스 센터의 운영 기간(2023년 9월25일~12월31일)도 최근 연장됐다. 방심위 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인력 수요와 업무처리 절차 등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류희림 위원장의 주먹구구식 조직 운영으로 직원들의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심위는 “통상적인 임시기구 설치 및 인사 전례에 따라 했다”라고 해명했다.
가짜뉴스 센터 부서원들이 호소하는 업무 고충의 핵심은 기준 없는 ‘가짜뉴스’ 심의 자체다. “임의적인 기준을 앞세워 가짜뉴스 센터 직원 개인에게 신속심의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방식의 요구가 지속적으로 있었다”라고 밝혔다. 방심위는 가짜뉴스를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의 공정성(제9조 1항)과 객관성(제14조),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의 사회적 혼란 야기(제8조 3호 카목), 명예훼손(제8조 4호 다목)에 근거해서 심의한다고 밝혔다.
가짜뉴스 센터 부서원들은 ‘통신심의 대상을 근거 없이 확대한다’고 우려한다. 방심위가 인터넷 매체·유튜브 콘텐츠·닷컴 기사 등을 안건으로 상정하면서 마주한 상황이다. 부서원들은 이런 부담을 일선 직원들에게 떠넘겼다고 본다. 11월27일 방심위는 ‘가짜뉴스’ 신속심의 안건 상정은 방심위원들의 권한으로 규정하고, 부서원들의 업무를 ‘신속심의 절차 지원’으로 한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반발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앞의 방심위 사무처 관계자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직원들이 말하는 고충의 핵심은 방심위가 ‘가짜뉴스 심의는 하면 안 된다’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가짜뉴스’ 심의 본격화한 방심위
11월14일 방심위 사무처 직원 약 200명 중 150명이 ‘가짜뉴스 센터 인사발령 반대’에 연서명했다. 연서명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①가짜뉴스 센터 부서원의 고충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②센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③센터의 역할이 합의될 때까지 모든 직원의 인사발령을 반대한다. 12월7일 치러지는 방심위 노조위원장 선거에 단독 출마한 김준희 후보자는 이렇게 말했다. “(연서명한 직원들은) 가짜뉴스 센터 부서원들이 겪는 고충에 공감하는 동시에 누구도 그 자리에 가서 일하는 걸 원치 않는다. 사실상 현재 가짜뉴스 센터 운영을 중단해달라는 의미다.”
사무처 직원들의 요구와 달리 방심위는 ‘가짜뉴스’ 심의를 본격화했다. 방심위원들은 가짜뉴스 센터에 접수된 민원을 확인한 뒤 신속심의가 필요한 안건을 정해 제출해야 한다. 11월22일까지 방심위 가짜뉴스 센터에 접수된 ‘신속심의’ 신청은 총 1102건이다. 지상파 보도 545건, 종편 보도 55건, 인터넷 신문 48건, 유튜브 영상 314건 등이다. 이 중 11월30일 현재까지 위원들의 신속심의를 거친 안건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보도(이하 ‘뉴스타파 보도’) 두 건뿐이다. 25건은 가짜뉴스 센터가 중복 신고 등을 이유로 ‘자체 처리’했고, 나머지 1075건은 ‘검토 중’이다.
방심위원들 사이에서도 가짜뉴스 센터 운영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윤성옥 방심위원은 ‘가짜뉴스’ 심의가 곧바로 가짜뉴스 낙인찍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가짜뉴스 센터에서 접수하는 순간 그 보도나 게시글은 가짜뉴스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크다. 기존 방심위 규정(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을 적용할 거라면 왜 가짜뉴스 센터를 따로 설치해서 신속심의를 하는지 의아하다. 여권(방심위원)이 다수(4명)인 위원회 구조에서 ‘뉴스타파’ 건처럼 다수결로 강행해 정치 심의로 변질할 수 있다.”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됐다. 방심위는 신속심의가 진행 중인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각 포털사이트에 ‘신속심의 중’이라는 딱지를 붙이라고 요청했다. 〈시사IN〉이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공문에 따르면, 가짜뉴스 센터는 10월18일 이후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네이버, 카카오, 구글코리아, 메타코리아(페이스북) 등에 ‘자율규제 협조’ 공문을 보냈다. 포털 내 ‘뉴스타파 보도’에 ‘방심위에서 가짜뉴스 신속심의 중’, ‘신속심의 중’ 등의 문구를 띄우거나 ‘삭제·차단 조치’를 하라는 내용이다. 네이버와 다음은 공문 접수 이후 심의가 끝날 때까지 ‘뉴스타파 보도’에 ‘심의 중’이라고 표시했다.
야권 추천 방심위원 3명은 가짜뉴스 심의로 방심위 기구 자체의 존립이 위협받을 거라고 짚었다. “제재는 표현의 자유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심의기구는 그동안 민간 독립기구라는 형식으로, 행정부가 직접 심의하고 제재하지 않게 제도가 마련돼왔다. 류희림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방심위가 정권의 요구를 방통위를 통해서 수용하는 모양새가 됐다. 민간 독립기구로서 위상 자체가 흔들린다(김유진 방심위원).” “심의는 결국 규제다. 우리가 사후 심의한 사례들이 쌓이면 일정한 준칙이 생긴다. 그 준칙이 사전 검열 효과를 줄 수밖에 없다(옥시찬 방심위원).” “방심위는 불법 콘텐츠, 청소년 유해 정보를 심의하고 규제하기 위한 기구다. 본질은 잊고 가짜뉴스에 집중하면서 합리적인 규제 방안이나 정책을 마련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윤성옥 방심위원).”
이은기 기자 yieu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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