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국회부의장 “국민의힘, 이대로는 안 돼… 총선 전 민심 얻을 반전카드 필요” [세상을 보는 창]

박창억 2023. 12. 13.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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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 소통·대화의 정치 실종
5년 단임제 등 탓 갈등·정쟁 유발
이원제적 형태 거쳐 내각제 가야
尹, 野중진 등 다양하게 소통 필요
민주, 1인 위한 방탄정당 일관 문제
이준석 신당은 신기루 될 가능성 커
중진 험지 출마는 ‘전략적 판단’ 사안
공천 공정성·정책이슈 선점 등 중요
충북 출신 국회의장 없어 이번이 기회

혼란의 정국이다. 내년 4·10 총선을 약 4개월 앞두고 여야의 가파른 대치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은 아직도 처리가 안 됐다. 유난히 정치 실종 현상이 심했던 21대 국회는 또다시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것이다. 총선 공천 문제를 놓고 여야 모두 내부 진통도 극심하다.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어제 시작됐지만, 아직 선거 규칙은 오리무중이다. 신당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조짐이다.

국민의힘 최다선(5선) 의원 중 한 명인 정우택 국회부의장을 만나 21대 국회를 결산하고 정치 실종에 대한 해결 방안을 들어봤다. 내년 총선 전망,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공과 등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정 부의장은 총선 승패 전망과 관련해 “우리 당은 이대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반전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당의 승리 전략으로 정책이슈 선점과 당선 가능성 중시의 공천 등을 꼽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관련해서는 소통 강화와 참신한 인사를 주문했다. ‘이준석 신당’의 파괴력에 대해서는 “신기루가 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인터뷰는 지난 7일 국회부의장실에서 진행됐다.
국민의힘 최다선(5선) 의원 중 한 명인 정우택 국회부의장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4·10 총선, 신당 창당 논의 등 정국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 부의장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도하는 신당 논의에 대해 “야권의 선거구도가 달라지는 등 충격파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법무장관의 총선 출마설과 관련해서는 “한 장관이 출마하면 국민의힘에 천군만마가 될 것”이라고 반겼다. 서상배 선임기자
―다사다난했던 21대 국회를 결산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 소통과 대화의 정치는 실종되고, 극단적인 팬덤정치로 인해 갈등이 극대화됐다. 국회가 소통과 협치의 공간이 아닌 ‘내 편 아니면 모두 적’으로 몰고 가는 갈등과 정쟁의 공간으로 전락했다. 근본 원인으로는 5년 단임제의 한계를 꼽을 수 있다. 5년 단임제하에서는 대선 다음 날부터 정쟁이 시작된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외나무다리 정치’를 꼽겠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둘 중의 하나는 죽어야 하는 외나무다리 정치를 하고 있다. 세 번째는 정치가 막말과 욕설을 통해 품격을 떨어뜨리는 게 원인이다.”

―정치 실종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대통령제에서 곧바로 내각제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의 우려가 크다. 그래서 이원제적 형태를 거쳐 내각제로 가는 게 어떨까 싶다. 외교·국방은 직선제로 뽑는 대통령이 관장하고, 내치는 국회에서 뽑는 총리가 담당하는 형태로 바꾸면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차단하려 해도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정부의 1년반 국정운영을 어떻게 평가하나.

“윤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자유를 위한 노력을 중시하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법 개정과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의 독선적 의회 운영으로 인해 윤정부의 국정운영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윤정부가 올바른 국정 방향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지지율이 높지 않다.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는 모습을 보이는 게 좋겠다. 대통령이 참모 이야기만 들어서는 안 되고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조금 더 생길 것이다. 소통의 과정을 가져야 한다. 여당 중진도 물론이지만 야당 중진과도 소통했으면 좋겠다.”

―인사를 놓고도 말이 많지 않나.

“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의 시대정신에 의해 당선됐다. 공정과 상식을 국민에게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인사다. 책임정치를 수행하고 적격자를 제대로 뽑았다는 호응도가 높아질 수 있는 인물을 요직에 임명했으면 좋겠다. 공정과 상식의 시대정신에 맞는 인물을 찾고 30, 40대 호응도 높은 인물을 발굴하고 가까이 해야 한다. 결국은 소통과 인사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리더십은 어떻게 평가하나.

“정치하면서 저런 형태의 정당을 본 적이 없다. 민주당은 오로지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방어를 위한 방탄국회로 일관하고 있다. 1인을 위한 방탄정당으로 일관되게 하는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결국 여야가 정쟁을 유발하게 하고, 피해는 국민이 본다.”
―탄핵도 너무 빈번하게 발의하는 것 아닌가.

“‘탄핵 남발 정당’이라고 표현하고 싶은 정도다. 남미 여러 국가에서 탄핵을 남발하며 망가지는 모습을 봤다. 우리가 언제부터 탄핵을 남발하는 국가가 됐나. 탄핵은 최후의 사법적, 정치적 판단이어야 한다. 탄핵을 남발하는 것은 국정 발목잡기, 윤정부에 대한 저주라고 본다. 그리고 외길의 강성 팬덤들이 한국 정치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것도 개탄스럽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의 공과를 평가한다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우리 당에 난맥 기류가 흐르는 것을 잡아주는 역할은 했다. 기득권 타파, 청년·여성 우대 등 다양한 혁신안을 제시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혁신위 제시안을 지도부가 당장 받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치의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혁신위 말 한마디에 4선, 5선 중진의원이 정치를 그만두라는 것인데, 어떤 정치인도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결정이 되고 당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서 이뤄져야 한다. 혁신위가 너무 공천에만 포인트를 맞추고 그것을 지도부에 강요하는 듯한 모습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공관위원장을 언급한 것도 문제가 있었다. 본인이 스스로 공관위원장 하겠다면서 혁신위 위상을 스스로 떨어뜨렸다.”

―친윤, 지도부, 중진의 불출마·험지 출마 권유에 대한 입장은.

“일방적인 불출마나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 중진의 험지 출마는 선거구도나 지역 특성 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다. 공천 과정에서 쓸 수 있는 반전카드이기도 하다. 너무 시간상으로 일찍 노출되고 지도부에게 강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았다. 험지에 출마할 경우 후보가 그 지역과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면 더 어려운 국면으로 갈 수도 있다.”

―내년 22대 총선 승패를 예상해 본다면.

“내년에 국민의힘이 과반수를 차지하거나 다수당이 되지 않으면 윤정부가 성공할 수 없다. 지금 수도권 의석이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경기도가 거의 60석 된다. 여기서 이길 수 있을까.”

―총선 승패의 변수는 어떤게 있을까.

“승패는 두 가지 요인이 좌우할 것이다. 야당의 경우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가장 큰 변수다. 그것에 따른 야당의 분열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가 관건이다. 두 번째는 우리 당이 이대로는 안 된다고 본다. 앞으로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반전카드가 필요하다. 민심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이슈를 우리가 선점하느냐, 당과 용산 대통령실의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느냐가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천의 공정성이다. 공천 기준은 우선 도덕성 잣대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걸러진 인물에 대해서는 당선 가능성이 최고의 잣대가 되어야 한다. 당 지도부 입맛에 맞는 사천(私薦)이 이뤄진다면 승리의 길은 멀어지게 된다.”

―이준석 신당의 성공 가능성을 전망해 본다면.

“이준석 신당은 신기루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원 후보를 제대로 낼 것이냐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이다. 그리고 과거에 신당을 만들어 성공한 사례가 흔치 않다. 우리 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바른정당이 창당될 때도 당원 이동이 미미했다. 이준석 신당으로 우리 당 당원이 몰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수도권 지역구는 2000표 내외에서 승부가 갈리는데, 이준석 신당이 보수표를 잠식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그래서 껴안으려고 하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쪽 신당은 충격파가 있을 것이다. 경쟁력 있는 두 인물이 공천될 것이므로 야당의 선거구도가 달라진다.”
―첫 충북 출신 국회의장에 도전하나.

“충북은 대표적인 캐스팅보트 지역인데도 한 번도 국회의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지역구에서 이번이 충북에서 의장을 낼 좋은 기회라는 기대가 크다.”

―여권 기대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평가하면.

“우리나라는 정치 스타를 상대 정당에서 만들어주는 것 같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윤석열 검찰총장을 스타로 만든 일등공신 아니냐. 한 장관의 인기도 야당이 만들어줬다. 한 장관의 전투력과 선명성은 국민에게 호감을 얻었다. 선거를 치르는 데 절대적으로 우리 당에 필요한 인물이다. 한 장관이 총선 출마를 결심한다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천군만마를 얻게 되는 것이다. 정치권에 투신해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해 나가면 더 큰 인물이 될 수 있다.”

―선거제에 대한 소신은.

“개인적으로 비례대표는 병립형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표는 권역별 병립형으로 밀어붙이려는 것 같다. 어쨌든 지난번처럼 위성정당 출현이 불가피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개편되어야 한다. 위성정당은 국민을 기만하는 제도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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