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의 심장’ 클린룸 찾은 尹… “양국 반도체 동맹 관계 격상” [尹대통령, 네덜란드 국빈 방문]
ASML, 세계유일 EUV 장비 생산
외국 정상에 핵심설비 공개는 처음
“양국 기업 신뢰·전략적 협력 보여줘”
빌럼 국왕과 함께 웨이퍼에 서명 후
양국 기업인 간 현장 간담회 주재도
이재용·최태원 함께 방문 MOU 체결
삼성·ASML R&D센터 화성에 물색 중
SK하이닉스는 수소가스 기술 ‘맞손’
윤 대통령과 빌럼 국왕은 윤 대통령의 방문을 기념하는 문구가 새겨진 웨이퍼에 서명한 뒤 양국 반도체 기업인이 참여하는 현장 간담회를 주재했다. 해당 웨이퍼는 ASML 본사에 전시됐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 강국이지만 반도체 장비와 소재 분야는 취약한 측면이 있다”며 “네덜란드는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노광장비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어 반도체 생태계에서 대체 불가한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웨이퍼에 담긴 양국 정상의 서명은 양국 간 반도체 동맹을 상징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현장에서 삼성전자와 ASML이 한국에 1조원 규모의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 센터를 설립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와 ASML이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 공동개발’에 나서는 MOU를 맺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과 지난 7월 베닝크 ASML 회장을 두 차례 만나 한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요청한 바 있다.
반도체 ‘투톱’이 ASML과 협력 강화에 나선 것은 7나노 이하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수인 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ASML의 대체 불가능한 위상 때문으로 분석된다. ASML이 한 해 생산하는 장비는 40∼50대 수준으로 글로벌 경쟁사들이 모두 장비 구매를 원하고 있어 1대당 2000억∼3000억원에 달하는 가격에도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ASML이 ‘슈퍼 을’로 불리는 이유다.
삼성전자와 ASML이 향후 1조원 규모를 투자해 공동 설립하는 R&D 센터 부지는 현재 미정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ASML의 경기도 화성 부지(ASML이 약 2400억원을 투자해 화성에 짓고 있는 ‘뉴 캠퍼스’ 의미)를 우선 후보지로 보고 있는데 인근 수서발고속열차(SRT)의 진동 문제가 있어 (검토 후) 문제가 없으면 해당 부지에 조성하고, 아니면 다른 부지를 물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양국 정부는 이날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협력’ MOU를 맺고 반도체 인력을 공동 양성하기로 했다.
양국은 또 양국 항만 간 물류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부산항만공사는 로테르담항만공사와 투자의향서를 체결하고 2027년까지 유럽 내 첫 콜드체인(저온유통) 물류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박 수석은 “2030년까지 유럽으로 향하는 냉동 물동량이 최대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돼 유럽 내 냉동 물류거점 추가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며 “최근 유럽 소비자의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대유럽 신선식품 수출 확대와 수출기업 물류 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13일 윤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총리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보통신기술(ICT) 협력 MOU도 체결될 예정이다.
암스테르담=이현미 기자, 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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