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 의견 내면 투자자 항의…‘매수 일색’ 보고서 관행 어쩌나

조해영 2023. 12. 1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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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애널리스트 의견이 제시되기 위해서는 이를 수용하는 세상의 태도 역시 중요하다." 강현기 디비(DB)금융투자 연구원은 11일 발간한 리포트(보고서)에서 십수 년 전 '주식시장 하락 의견'을 제시한 뒤 "'강현기'라는 사람을 당장 조처해야 한다는 항의성 전화"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소개했다.

금융감독원이 '매수 의견' 일색인 증권사 보고서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매도 리포트 활성화, 증권사 법인영업부서와 애널리스트의 분리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정작 리서치센터에서 일하는 애널리스트들은 금융당국의 '개선' 방안이 오히려 증권사의 리서치 영역을 쪼그라들게 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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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증권사 보고서 관행 고치겠다지만
현장선 ‘리서치 영역 쪼그라들라’ 우려
게티이미지뱅크

“양질의 애널리스트 의견이 제시되기 위해서는 이를 수용하는 세상의 태도 역시 중요하다.” 강현기 디비(DB)금융투자 연구원은 11일 발간한 리포트(보고서)에서 십수 년 전 ‘주식시장 하락 의견’을 제시한 뒤 “‘강현기’라는 사람을 당장 조처해야 한다는 항의성 전화”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소개했다.

금융감독원이 ‘매수 의견’ 일색인 증권사 보고서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매도 리포트 활성화, 증권사 법인영업부서와 애널리스트의 분리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정작 리서치센터에서 일하는 애널리스트들은 금융당국의 ‘개선’ 방안이 오히려 증권사의 리서치 영역을 쪼그라들게 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국은 업계 등이 참여하는 리서치관행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애널리스트들은 당국에서는 매도 리포트를 주문하지만 정작 매도 리포트를 낼 경우 개인투자자의 거센 항의, 심한 경우 금감원 민원 제기까지도 감내해야 하는 현실을 토로한다. 강 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항의전화 경험을 들어 “요즘 애널리스트 사이에서 내년 기업 영업이익 전망치를 놓고 과도한 수준으로 컨센서스가 형성된 이유”라고 설명하며, 주식시장에서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풍토를 지속적으로 성찰하고 고민해야 할 때라는 의견을 밝혔다.

법인영업 부서와 리서치센터 사이에 ‘칸막이’를 두고 애널리스트가 영업 압박 없이 자유롭게 매도 의견을 내도록 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있지만, 이 역시 국내 리서치센터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소형 증권사의 부장급 애널리스트는 “리서치센터 자체가 애초에 법인영업팀에서 고객이 원하는 종목 분석자료를 만들던 데서 출발했다. 이를 분리하겠다고 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돈을 벌지는 못하고 쓰기만 하는 리서치센터를 굳이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공산이 크다”며 “대형사라면 경제연구소 느낌으로 이어나갈 수 있지만 중소형사는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리서치센터를 두고 ‘왈가왈부’가 계속되면서 그 반작용으로 리포트를 외부로 공개하지 않으려는 흐름도 관찰된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거센 탓에 중립·매도, 투자의견 하향 등 비판적인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내기가 특히 까다로운 종목의 경우 기관 영업용 자료로 리포트가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기관·외국인 투자자와 개인투자자 사이의 정보 격차가 커질 수 있다.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개선책이 오히려 의도와는 다른 역효과를 부를 수도 있는 것이다.

한 대형 증권사의 기업분석 애널리스트는 “일부 종목이나 섹터의 경우 개별 기업분석 리포트를 내지 않고 내부적으로 공유하거나 해당 증권사에 계좌가 있는 고객에게만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유료화까지는 쉽지 않겠지만, 지금은 리포트에 대한 항의로 정상적인 업무수행에 차질을 빚거나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리서치관행 개선 방안 발표는 올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올해 업무계획에서 독립리서치 활성화 등을 명시하고 상반기 리서치센터장 간담회를 여는 등 올해 내내 방안 마련에 분주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방안을 계속 살펴보는 중이고, 검토를 하다 보면 연내 발표가 쉽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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