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출보다 퇴임이 더 어렵다는 포스코 회장…최정우 '잔혹사' 끊는다
역대 회장 모두 임기 못마치고 중도 하차…崔, 내년 3월 '영예로운 퇴장' 가능성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최정우 포스코홀딩스(005490) 회장의 임기 완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 회장이 3연임 포기 의사를 비치고 내년 3월 임기 만료 후 퇴임할 경우, 임기 도중 사임하는 '포스코 잔혹사'를 끊어내는 첫 임기 완주 회장이 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9일 열리는 이사회를 앞두고 최 회장은 곧 연임 도전 여부를 포함한 거취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지난 2018년 7월 포스코 9대 회장으로 취임한 뒤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후 정권교체가 이뤄짐에 따라 한때 업계와 정치권에서 최 회장의 중도 사퇴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무사히 임기 완주 목전까지 왔다.
물론 최 회장의 경영 성과를 보면 3연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포스코는 전통적인 철강회사였으나, 지난해 3월 지주사 체제를 출범시키며 이차전지소재사업 등 7대 핵심사업 중심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재편하면서 그룹 가치를 크게 높였다. 3연임에 도전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재계 순위 5위인 포스코그룹 수장이 이번 정권 들어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마다 번번이 경제사절단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윤석열 정부와의 갈등설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 탓에 최 회장의 명예로운 퇴진을 점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
최 회장이 첫번째 임기 당시 일찌감치 이사회에 연임 의사를 전달했지만, 두번째 임기 말미인 현재까지 뚜렷한 연임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탠다.
역대 포스코 회장 가운데 첫번의 임기이건, 연임을 시작했건 그 임기를 다 채운 회장은 없었다. 회장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권과 갈등을 빚고 퇴진하는 악순환을 반복해 온 만큼 최 회장도 3연임 도전을 선택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1968년 포스코 전신 포항제철을 창립한 고(故) 박태준 초대 회장은 무려 24년간 회장 자리를 지키고도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갈등으로 자리에 물러났다. 4대 CEO 김만제 전 포스코 회장도 첫 임기를 끝내고 연임에 성공했지만 정권교체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퇴진했다. 직전에 사퇴한 권오준 전 회장도 연임에 성공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11개월만에 중도 하차했다.
포스코그룹의 현직 회장 우선 연임 심사규정 개편도 변수다. 포스코그룹은 19일 이사회에서 현직 CEO에 대한 우선 심사 기회를 없애고 다른 후보들과 함께 심사를 받도록 회장 선출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정치적 논란이 더해진 민감한 상황인 데다 연임 도전을 하더라도 새로운 도전 후보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게 되는 만큼 최 회장이 3연임 의사를 비칠 가능성이 작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에 최 회장은 다음주 이사회에 즈음해 연임 도전 여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회사 사규에 따라 임기 종료 3개월 전 연임 또는 퇴임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최 회장의 임기 만료일은 3월로, 늦어도 이달 중 거취 표명을 해야 하는데 이번 이사회 전에 의사를 밝혀줘야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 선출 절차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
최 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힐 경우 '최고경영자(CEO) 승계 카운슬'(협의회)이 가동돼 적절한 회장 후보를 CEO 후보추천위원회에 올린다. 추천위는 심층 면접 등을 거쳐 최종 후보자를 선정해 내년 3월 주총에 상정한다.
업계에서는 포스코그룹의 차기 회장 후보로 내부 인사 가운데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 유병옥 포스코홀딩스 친환경미래소재총괄(부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외부 인사로는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힌고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이름도 오르내린다.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역대 회장 중 유일하게 임기를 완주하며 명예로운 퇴진이 가능한 만큼 3연임에 욕심을 낼 가능성이 낮다"며 "최 회장이 퇴진 의사를 밝힐 경우 즉각 차기 CEO 선임을 위한 절차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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