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국 공신' 장제원 불출마 선언…김기현, '장고 모드' 돌입
핵심실세 장제원, 당 위해 백의종군
與 ‘혁신안 내홍’ 단번에 국면 전환
지도부·친윤서도 김기현 거취 압박
“기득권 희생 결심 이젠 보여줄 때”
일각 “대표 사퇴 땐 비대위 등 복잡”
장제원 부산시장 도전·입각 관측도
윤석열정부 여당의 첫 지도체제를 이룬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의 한 축인 장제원 의원이 12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김기현 대표의 결단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국회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은 김 대표는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숙고에 들어갔다. 현 지역구인 울산 남구을 불출마나 대표직 사퇴 등의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친윤석열) 핵심인 장 의원의 용퇴가 기폭제가 됐다. 장 의원은 이날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내세우며 전격적으로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날은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의 희생’을 요구했던 혁신위가 활동을 종료한 다음 날이자,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22대 총선 레이스가 시작된 날이다.
부산 지역 3선인 장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 참여 이전부터 정권 출범까지 그를 가까이서 보좌한 ‘개국 공신’으로 꼽힌다. 장 의원은 지난 대선의 주요 변수였던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을 이끌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에는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내며 1기 내각의 밑그림을 그렸다.
정권의 최고 실세로 꼽히는 만큼 여권이 위기에 처했을 때 국면 전환을 위한 카드로 장 의원의 총선 불출마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은 꾸준히 나왔다. 혁신위가 불출마 권고의 대상자를 직접 거론한 적은 없지만, 장 의원이 주요 타깃이라는 시각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예상외로 장 의원의 결단 시점이 빨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 49개 지역구 중 우세는 6곳’ 내부 보고서나 각종 지표에서 열세로 나타나는 여론조사가 잇따라 공개되면서 당내 위기감이 격화한 게 요인으로 분석된다. 혁신위가 성과 없이 해산한 가운데 ‘김기현 책임론’을 두고 주류와 비주류 간 내홍이 발생한 것도 여권에 부담스러운 대목이었다. 내년 총선 판세의 가늠자로 꼽히는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갇혔지만 뾰족한 돌파구가 없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김 대표에 대한 거취 압박은 험지 출마·불출마 요구 수준에서 대표직 사퇴로 옮겨붙으며 더욱 거세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예정됐던 연탄 나눔 봉사활동 일정을 전날 급작스레 취소한 뒤 국회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았다. 그는 주변에 “이틀가량 공식 일정을 잡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입장 표명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여권에선 김 대표의 불출마, 대표직 사퇴 등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당내에선 비주류를 중심으로 대표직 사퇴 압박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용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게시한 김 대표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대표님의 희생과 헌신이 불출마나 험지 출마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대표직을 내려놓은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김 대표도 불출마한다는 게 기정사실”이라며 “당 총의로 비상대책위원장을 추대하고, 다른 최고위원들은 자동으로 비대위원으로 재추대하면 하루면 상황 정리가 된다”고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최재형 의원은 “당 쇄신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분명하고 확실한 방법이 당 지도부의 교체이고 당대표의 희생과 결단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김 대표가 사퇴하는 건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김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을 경우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직을 수행하거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비대위를 띄울 경우 총선을 지휘할 비대위원장을 선임한 후 비대위원 임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
김기현 지도부의 첫 수석대변인을 지낸 유상범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불출마 선언은 고민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라며 “대표직 사퇴는 비대위 문제로 전환되는 만큼 적절치 않다”라고 했다.
김 대표가 대표직 사퇴 없이 불출마 선언 등의 입장을 낼 경우 공천관리위원회를 띄워 당 주도권 잡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대표에 대한 당내 비판 여론이 거세 리더십을 온전히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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