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장난전화 한 통에 ‘최대 500만원’ 과태료···112 기본법 국회 통과

이유진 기자 2023. 12. 1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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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한수빈 기자

내년 6월부터 거짓으로 112신고를 하면 일회성이라도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112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은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타인의 건물 등에 진입할 수 있고, 이를 거부·방해한 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경찰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112신고의 운영 및 처리에 관한 법률(112기본법)’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13일 밝혔다. 1957년 도입돼 범죄 신고부터 구조 요청까지 연간 2000만건을 처리하는 112신고의 법적 근거가 66년 만에 처음 마련된 것이다.

112기본법에는 연간 4000건에 이르는 112 거짓·장난 신고를 막기 위한 과태료 부과 규정이 새롭게 담겼다. 경찰은 그간 허위 신고에 대해 경범죄처벌법(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이나 공무집행방해죄(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를 적용해 처벌했다. 하지만 두 규정 처벌 형량의 차이가 커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대전지법은 지난 9월 11개월간 경찰에 약 1만8660차례 장난전화를 한 60대 여성에게 벌금 20만원을 선고했다. 이 여성은 하루 최대 489번 112신고를 했다. 지난 3월엔 충남 천안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거짓신고를 해 순찰차 4대를 출동시킨 남성이 즉결심판에 회부됐다. 즉결심판은 20만 원 이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경미한 범죄에 대해 행하는 약식재판으로 전과가 남지 않는다.

112기본법은 또 112신고 사건이 ‘매우 급한 위해 발생의 우려’가 있는 경우 ‘긴급출입’은 물론 타인의 건물·토지 또는 그 밖의 물건의 ‘일시사용·제한·처분’까지 가능하게 했다. 이를 거부·방해한 자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기존에는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천재·사변 등 위험한 사태, 대간첩 작전 수행, 범죄 행위가 목전인 경우를 전제로 ‘위해가 임박한 때’만 긴급출입이 가능했다. 2014년 한 여성의 실종신고를 받은 경찰이 여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남자친구 집을 두 차례 찾아갔으나 인기척이 없어 진입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위해가 임박한 때’로 보기 어려웠기 때문인데, 실종 여성은 다음 날 남자친구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12기본법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같은 사회적 재난 때 경찰청장 등 경찰 지휘관의 책임을 강화한 ‘피난 명령권’도 새롭게 규정했다. 피난 명령권은 112신고 사건으로 사람의 생명·신체가 위험할 때 행사할 수 있으며, 이를 거부·방해한 자는 과태료 부과 등 제재를 받는다.

법안은 이달 말 국무회의에서 공포되며 내년 6월 시행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 경찰관이 112 신고 처리 과정에서 당당히 법 집행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법률이 제정돼 큰 의의가 있다”며 “적극적인 법 집행과 함께 이 과정에서 국민의 인권과 기본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시행령을 충실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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