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아진 성과급 봉투에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 표정 굳어 [비즈톡톡]

최지희 기자 2023. 12.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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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사업부문 내부서 ‘OPI 0%’ 전망 퍼져
“줄곧 최고 수준 받아왔는데 충격”
DS 부문 3분기 누적 적자 12조 넘어...역대 최대 규모
‘호실적’ 삼성디스플레이, 최고 수준 성과급 예상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올해 성과급이 전례 없는 실적 악화에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입니다. 예년 두둑한 보너스로 풍족한 새해를 맞았던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 사이에서는 요즘 “입사 이래 가장 추운 겨울이 예상된다”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1등 기업 임직원에게 업계 최고의 대우를 보장하겠다고 공언해 온 삼성전자는 대표적으로 2가지 정기 성과급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매년 상·하반기에 한 차례씩 사업부별 목표 달성 여부를 고려해 지급하는 ‘목표달성장려급’(TAI·Target Achievement Incentive·옛 PI)이 그중 하나입니다. 소속 사업 부문과 사업부 평가를 합쳐 최대 월 기본급의 100%를 반기 말에 차등 지급합니다.

성과급의 꽃으로 여겨지는 건 ‘초과이익성과급’(OPI·Overall Performance Incentive·옛 PS)입니다. 소속 사업부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안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합니다. 한 해 실적을 총괄해 이듬해 초에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삼성전자 효자 사업이었던 반도체 부문 직원들은 이 제도가 생긴 이래 줄곧 전체 사업부 중 최고 수준의 TAI와 OPI를 받아왔습니다. 연봉을 6000만원으로 가정할 때 연말 TAI 300만원, 연초 OPI 3000만원 등으로, 세금을 제하더라도 두둑한 성과급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도 매우 다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 내부에선 올 하반기 TAI가 월 기본급의 0~25%에 불과하고, OPI는 0%, 즉 지급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이런 전망이 사내에 퍼지면서 성과급을 연봉의 일부로 당연시해 온 삼성전자 DS 부문 직원들은 사기가 땅에 떨어진 상태입니다.

역대 최저 수준의 성과급 전망은 전대미문의 부진한 실적 때문입니다. DS 부문은 올 1분기 영업손실 4조5800억원, 2분기 영업손실 4조3600억원, 3분기 영업손실 3조7500억원을 기록, 올해 누적 적자가 12조6900억원에 달합니다. 창립 이래 연간 최대 규모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한파를 맞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문과 달리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의 분위기는 좋습니다. 큰손 고객 애플을 필두로 한 모바일 사업 풍년 덕분에 최고 수치의 TAI와 OPI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일부 직원들은 “‘맏형’ 격인 삼성전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회사 특성상 OPI는 최고 수준인 연봉의 50%가 아닌 40%대 후반이 되지 않겠느냐”는 행복한 의심을 하기도 합니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 사업부별 예상 OPI를 직원들에게 공지하고, 추후 정확한 OPI 규모를 산정해 내년 1월 지급 시점에 최종 공지할 예정입니다.

매년 이슈가 되는 최종 성과급 책정을 두고 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찌감치 눈치 게임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반도체 ‘인재 모시기’ 경쟁을 벌이는 두 기업 간엔 성과급 경쟁도 치열합니다. 작년 실적에 대한 성과급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은 연봉의 50%,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연봉의 41%를 받았습니다. 올해 실적 부진을 겪으며 성과급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서로 얼마나 적게 줄지 눈치를 보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다행히 내년엔 올해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불황이 마침내 바닥을 찍고 서서히 반등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제품 수요 증가에 힘입어 올 4분기 적자 폭을 크게 줄인 뒤, 내년엔 합산 20조원 이상의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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