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진의 웨이투고] 진짜 감정을 위하여

조민진 작가 2023. 12.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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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느라 웃었는데 사진 속 나는 아무래도 어색했다.

어릴 때부터 배운 대로 '김~치', '치~즈'하면서 입꼬리를 한껏 올렸는데도 억지로, 일부러 웃는 것 같은 표정.

뜨거운 데 손을 데 보면 다음엔 피하게 되는 것처럼 결국 감정이 인간의 이성을 돕는다는 맥락이었다.

진짜 웃는 사진을 원하는 것처럼, 진짜 감정을 열망하게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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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진 작가. /사진=작가 본인
웃느라 웃었는데 사진 속 나는 아무래도 어색했다. 어릴 때부터 배운 대로 '김~치', '치~즈'하면서 입꼬리를 한껏 올렸는데도 억지로, 일부러 웃는 것 같은 표정. 사진 찍을 땐 웃는 거니까 어떻게 하면 더 환하게 웃을까 머리를 굴리다 보면 정작 즐거운 기분을 놓치게 된다. 카메라 앞에서 의식적으로 표정을 취할 때면 종종 그랬다.

자연스럽게 웃으려고 나름대로 연구한 끝에 방법을 터득했다. 입보다 눈을 움직이는 데 집중하면 보다 쉬워진다는 것. 입꼬리에 대한 생각은 일단 버리는 거다. 먼저 눈으로 웃어보자. 어떤가? 아마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따라 올라갈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는 아니다. 입꼬리를 올린다고 꼭 눈웃음이 동반되진 않는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입은 웃고 있지만 눈은 그렇지 않을 때 미소가 어색해지는 거였다. 실제로 즐거운 감정 없는 가짜 웃음을 가려내려면 눈을 보면 된다고 한다. 우리가 진짜 웃을 땐 눈둘레근이 움직인다. 반면 억지로 웃을 땐 입만 웃는 경우가 많다. 기쁘고 행복할 때 눈과 입이 함께 웃는 진짜 미소가 일명 '뒤센 미소'다.

실컷 웃다가도 사진 찍자고 웃으라 하면 어색해지는 건 그때부터 이성이 가동되기 때문인 것 같다. 웃음은 감정에서 비롯되지만 그 웃음을 조절하려는 의지는 이성의 문제다. 기왕이면 더 예쁘게, 더 환하게 웃어야 한다는 생각이 발동하면 이성으로 표정을 컨트롤하게 되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표정은 대개 자연스럽지 않다. 이성적 접근이 본연의 감정을 움츠러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머리를 굴려 미소를 교정하려다 보면 이성으로 진짜 감정을 구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이성으로 감정을 창조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컨트롤하고자 애쓰지만 다듬는 수준이다. 감정에 대해선 늘 양가감정이 있다. 감정에 휘둘리고 싶지 않지만 감정 없이 살고 싶진 않다. 위기의 순간에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싶지만 무미건조해지는 건 두려워한다. 언젠가 한 자기계발서에서 "감정은 이성의 도구"라는 대목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뜨거운 데 손을 데 보면 다음엔 피하게 되는 것처럼 결국 감정이 인간의 이성을 돕는다는 맥락이었다.

미국 사전 출판사 메리엄 웹스터가 올해의 단어로 '진짜'라는 뜻을 가진 '어센틱'(authentic)을 꼽은 배경엔 인공지능(AI)이 있다. AI가 인간을 흉내내고 넘어서는 영역을 넓혀가면서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진단이 반영됐다.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선 진짜를 더욱 열망하게 된다. 가짜 AI 산물이 아닌 진짜 인간의 것이 귀해질 것이다. 그러니 감정이 귀해질 것이다. AI는 감정을 경험하지 않는다. 마음이 없고 기분에 동요되지 않는다. 감정은 인간의 아이템이다. 진짜 웃는 사진을 원하는 것처럼, 진짜 감정을 열망하게 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조민진 작가

조민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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