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포장지라도 버릴 순 없어요"…국립민속박물관, 97점 복원 왜?

2019년 수증 받은 껌 포장지 190점 중 일부
뒤엉키고 불량한 포장지 보존과학 기술로 복원

[서울=뉴시스] 국립민속박물관 껌 포장지 보존과학 기술로 복원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2023.12.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현경 기자 = "껌 포장지라 하더라도 시대적 문화상을 담고 있는 자료다. 포기할 수 없다"

전지연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 학예연구사는 "보존처리하지 않으면 버려질 수밖에 없지만, 복원하면 생활문화사를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가 된다"며 껌 포장지 복원 작업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국립민속박물관에 따르면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초반 생활상을 볼 수 있는 껌 포장지 97점을 보존과학 기술로 복원했다. 2019년 장숙자 씨로부터 수증 받은 껌 포장지 190점 중 일부다.

기증자로부터 껌 포장지 보존처리 가능 여부를 문의 받았고, 당시 기증받은 껌은 내용물이 녹아내려 껌 포장지에 뒤엉켜 있어 상태가 매우 불량했다.

복원 과정에서 수확은 껌 포장지의 은지 접착기술과 접착제 성분을 확인했다. 껌 포장지 중 은지는 껌을 감싸는 1차 포장지로 알루미늄박층과 얇은 종이인 박엽지층으로 구성돼 있다.

껌 포장지를 보존하기 위해 성분 분석이 진행됐다. 알루미늄박층과 박엽지층 사이의 접착 성분을 밝히는 일이 우선이었고 ATR 장착 현미경 적외선분광광도계(ATR-FTIR)를 사용해 분석했다. 알루미늄층과 박엽지층 사이에 파라핀 왁스 물질이 주성분으로 검출됐고, 왁스 라미네이션이 이뤄졌음을 확인했다.

복원된 결과물은 실제 껌 대신 종이 모형 껌을 사용하기로 수증자와 논의해 결정했다. 수증 당시 껌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원래대로 둘 경우 미생물이나 해충의 먹잇감이 될 수 있어서다.

복원 성과는 '껌 포장지 보존처리 및 보관 방법 연구' 논문으로 완성돼 국립민속박물관이 발간하는 '생활문물연구' 37호에 실렸다.

'생활문물연구'는 국립민속박물관 직원들의 연구 역량을 보여주는 학술지로 보존과학 관련 1편, 미술사학 관련 1편, 역사학 관련 2편, 자료소개 2편의 논문을 게재한다. 이번 37호에는 조선 후기 상제례에 출문을 얹어놓는 축판의 연구 사례와 1909년 고령군 자치민의소' 민회 분석 자료도 담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ek@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