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주당, '강성 지지자 손절' 안 하나 못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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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딸'은 지난 2012년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태어났다.
그 시절 진짜 '개딸'들은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여가수들에게 살해 협박, 독극물 음료수, 계란·돌 테러를 서슴지 않았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친명(친이재명)이나 친문(친문재인)이나 필요할 때는 팬덤에 기대고, 필요 없으면 책임을 묻거나 나몰라라 했다. 이낙연·안희정 팬덤도 똑같았다"며 "개딸(강성 지지층)이나 문파나 똑같다. 정치인들이 팬덤을 필요에 따라 부리는 사병(私兵)처럼 생각하는 게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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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개딸'은 지난 2012년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태어났다. 극중에서 H.O.T에 빠진 고등학생 딸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됐다. '개딸'이 97년 당시 '1세대 아이돌 팬덤'에서 유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딸'의 역사는 25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드라마 속에서도 '개딸'은 마냥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팬클럽 임원이 되기 위해 혈서를 쓰거나, 임신한 몸으로 아이돌 부모의 가게를 찾아 '불필요한' 설거지 봉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실제에 비하면 많이 순화된 묘사라는 걸 알고 있다. 그 시절 진짜 '개딸'들은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여가수들에게 살해 협박, 독극물 음료수, 계란·돌 테러를 서슴지 않았다. '개딸시대'는 결코 낭만적이지 않았다.
'개딸시대'는 2세대 아이돌(동방신기·슈퍼주니어) 이후 '사생시대'로 발전했다. 숙소 무단침입, 개인정보 유출, 교통사고 유도, 도촬(도둑촬영) 등 '사생팬(사생활을 침해하는 극성팬)'들의 극단적 행동이 계속되자 아이돌과 소속사는 과거 선처 기조에서 벗어나 고소·고발을 마다하지 않았다. 문화계 '무관용 원칙'이 어렵게 자리 잡자 '사생시대'는 그렇게 저물었다.
문화계가 '채찍'만 휘두른 건 아니다. 개딸과 사생의 시대를 거치면서 업계에는 '팬(Fan) 매니지먼트' 개념이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소속사에서 배치한 '팬매니저'가 스타와 팬덤의 소통을 전문적으로 관리했다. 팬덤의 자정 작용도 시작됐고, 아이돌의 이름으로 기부하는 등 긍정적인 사례도 늘어났다. 한때 문화계의 '금쪽이'였던 개딸은 성숙한 'K-POP 팬덤'으로 성장했다. 물론 지금도 일부 극단적 사례는 있다.
문화계에서 쇠락한 '개딸시대'는 여의도에서 강성 지지층으로 부활했다. 이들은 자신의 '아이돌'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 계란 대신 '문자'를 던지고, 독극물 음료수 대신 '낙선 현수막'을 건네며, 살해 협박을 '수박 깨기'로 대체한다. 정가에서는 문제의 강성 지지층의 기원을 2010년대부터 등장한 '문파(문재인 전 대통령 팬덤)'에서 찾기도 한다. 문화계 '개딸'이 2010년대 전후로 약화된 것을 생각하면 절묘하다. 개딸이 마치 상암동(방송국)에서 여의도(국회)로 서식지를 옮긴 것처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반복되는 강성 지지자들의 극단적 행동을 두고 "통제할 방법이 없다", "당원이 아니면 손을 쓸 수 없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우리 문화계가 '통제할 수 없다', '손 쓸 수 없다'며 '개딸 시대'를 방치했다면, 개딸과 사생 관리에 노력하지 않았다면 K-POP과 팬덤은 발전했을까. 변명을 넘어 20여년의 동고동락과 애증을 거쳐 'K-팬덤'을 만든 문화계에 대한 모독으로 들린다.
어쩌면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것일지 모른다. 문화계 '개딸'은 방치할수록 당사자(연예인)에게 피해를 주지만, 정치권 강성 지지층은 방치할수록 당사자(정치인)에게 이득이 되는 구조기 때문이다. 알아서 상대방을 압박하고, 내 의사를 관철시켜 주니 '사생활 침해'만 안 하면 통제할 필요가 없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친명(친이재명)이나 친문(친문재인)이나 필요할 때는 팬덤에 기대고, 필요 없으면 책임을 묻거나 나몰라라 했다. 이낙연·안희정 팬덤도 똑같았다"며 "개딸(강성 지지층)이나 문파나 똑같다. 정치인들이 팬덤을 필요에 따라 부리는 사병(私兵)처럼 생각하는 게 진짜 문제"라고 지적했다. 마침 당원게시판에 '개딸' 용어를 폐기하자는 청원이 올라왔다고 한다. 개딸 대신 '이재명 수호대', '민주당 전위대'라는 이름은 나오지 않길 바란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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