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수는 ‘비슷’ 기간은 ‘최장’…순방 실효 논란에 ‘짙은 피로감’
한·미·일 3국 공조에 집중…정상외교 ‘중국 리스크’ 지적 많아
낮은 지지율에 내치도 흔들…엑스포 유치 실패로 부담 더 커져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네덜란드 국빈방문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전임 대통령들과 횟수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유독 ‘잦은 순방’이라는 비판 여론이 비등해 성과 도출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장거리 순방이 늘어 전체 순방기간이 최근 4개 정부 중 가장 긴 데다, 내치·외치의 방향성이 자주 논란에 휩싸여 엇갈린 평가를 받는 점 등이 여론의 순방 피로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방문은 취임 후 16번째 순방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해 3차례, 올해 13차례 순방에 나섰다. 윤 대통령의 순방 국가는 중복을 포함해 25개국이다.
이는 전임 정부들에 비춰 많은 편은 아니다. 대통령기록관 등의 자료를 살펴보면 취임 후 1년7개월 기준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6회(중복 포함 24개국), 문재인 전 대통령이 15회(26개국) 순방에 나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회(19개국)로 가장 적었다.
총순방기간을 기준으로 하면 다소 차이가 드러난다. 윤 대통령은 60박90일간 순방을 갔다. 문 전 대통령은 54박80일, 이 전 대통령은 58박76일, 박 전 대통령은 48박64일이다.
이는 순방 횟수가 유사한 이명박·문재인 정부 때보다 북미와 유럽, 중동 등 장거리 순방지를 찾는 경우가 늘어난 때문이다. ‘글로벌 중추국가’를 외교 기조로 삼으면서 유럽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두 해 연속 참석하고, ‘제2의 중동 붐’을 들어 중동 국가를 다수 찾은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2개국 이상을 한 번에 찾은 횟수로도 윤 대통령은 8번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박 전 대통령(7번), 문 전 대통령(6번), 이 전 대통령(5번) 순이다.
수치상 현격한 차이가 아닌데도 비판 여론이 유독 쏠리는 데는 윤 대통령이 정상외교 등 국정 방향성에 대해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점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 기조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고,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로 가시적 성과를 체감하게 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국정 지지율도 30%대 초반에 머물며 내치 영역에서도 국정 동력이 아슬아슬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미·중 간 ‘전략적 모호성’을 걷어내고 한·미·일 3국 공조를 공고히 하는 데 집중했다. 자유진영과 그 바깥을 구분하는 ‘가치외교’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나토와의 접점을 늘리는 데도 공을 들였다. 이에 따른 ‘중국 리스크’는 윤 대통령 정상외교에 대한 비판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왔다.
이 같은 정부 기조는 순방 방문지에서도 드러난다. 윤 대통령은 미국을 5번, 일본·영국·프랑스를 각각 2번 찾는 동안 중국은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미국을 4번 찾고 중국·일본을 3번 방문했다. 문 전 대통령 역시 미국을 4번 방문하면서 중국을 한 번 찾았다. 박 전 대통령도 취임 첫해 중국을 찾았다.
세 전임 대통령은 취임 1년7개월 안에 중국을 국빈방문했다. 통상 정상회담 국가를 번갈아 잡는 외교 관례를 고려하더라도, 윤석열 정부 들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역시 이뤄지지 않은 점은 양국 관계 경색을 방증한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은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한 게 유일하다.
최근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순방 부담은 더 커진 상황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회담할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정계은퇴를 선언한 점을 들어 “실효성 없는 회담을 위해 혈세를 쓰면서 해외를 나간 것 아닌지 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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